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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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204 vote 1 2018.04.12 (14:16:47)

 

    신은 꽤 똑똑하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 부분은 전체를 이길 수 없다. 인간은 신을 헤아릴 수 없다. 그 반대는 가능하다. 큰 그릇에 작은 그릇을 담을 수 있다. 부분은 전체에 묻어갈 수 있다. 인간은 신에게 의지할 수 있다. 에너지 흐름에 올라 탈 수 있다. 신이라는 큰배에 승선할 수 있다.


    인간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곤란하다. 개미가 생각하는 신은 개미처럼 생겼을 것이고 인간이 생각하는 신은 인간처럼 생겼을 터이다. 인간이 개미의 신을 비웃듯이 신은 인간의 신을 비웃는다. 필자가 임의로 단어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신神이라는 개념을 쓰지만 다른 거다.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에서 교과서를 고쳐 써야 할 만큼 중요한 유적이 발견되었다. 1만5천 년 전의 유적이니 마지막 빙하기가 한창일 때다. 농경이 일어나기 전에 종교가 먼저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이지 인류의 모든 것은 종교로부터 시작된다. 신으로부터 시작된 거다.


    신은 원래 조상신이었다. 신의 의미는 부족의 결속이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인구가 늘어난다. 전쟁이 일어나면 쪽수가 많은 쪽이 이긴다. 대집단을 이루어야 한다. 모계사회로는 대집단을 만들 수 없다. 모계씨족은 족장 어머니가 아들 여럿을 낳아 다산의 힘으로 지배한다.


    친형제끼리 모여서는 숫자가 모자라고 사촌형제들까지 불러모아야 한다.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까지 같은 핏줄을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다. 아니다.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 조상이 아직 살아있다고 우겨야 한다. 가족을 결속하는 장치다.


    그것이 신이다. 그러므로 신은 원래 가족이다. 가족은 남이 아니다. 신의 의미는 타자가 아닌데 있다. 피아구분 들어간다. 신이 인간을 심판하고 징벌하는 외부의 어떤 존재라면 타자다. 남이다. 그것은 신일 수 없다. 신의 의미는 부족의 통일성을 끌어내어 구심점을 도출하는데 있다.


    이웃 부족과 갈등이 일어나자 부족의 구심점이 필요해졌다. 이에 거짓 선동으로 신을 꾸며낸 것이 아니라 원래 부족은 통일성이 있다. 다만 그것을 설명할 언어가 없을 뿐이다. 원시 부족민들이 첨단 유전공학을 배웠을 리도 없으니 말이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개미는 원래부터 개미집단의 일원으로 존재하며 집단을 위한 희생에 저항을 느끼지 않는다. 여왕개미의 페로몬을 공유하는 모두는 남이 아니다. 동료를 자기 자신의 일부로 여긴다. 포유류 동물이라도 마찬가지다. 대개 오줌냄새로 피아구분을 한다. 동물원에 왕따 원숭이가 있었다.


    두목 원숭이의 오줌을 뿌려주자 3초만에 동료가 되었다. 몇 달 동안 집요하게 괴롭히던 원숭이들이 슬금슬금 다가와서 털을 골라주는 것이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호르몬과 체취로 소통하지만 약하다. 그래서 종교가 소용된다. 유전자에 따라서 인간은 원래 통일적인 존재다.


    컴퓨터의 반도체 부품 하나가 다른 부품들을 타자로 느끼지는 않는다. 내 손가락 하나가 다른 손가락들을 남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엄밀히 따져 말하면 엄지와 검지는 남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개가 자기 꼬리를 공격하는 일은 있어도 엄지가 집게손가락을 공격하는 일은 없다.


    왜? 인간이 감각은 사실 뇌가 느끼는 것이다. 손가락이 아픈게 아니라 뇌가 아픈 거다. 엄지든 검지든 고통을 느끼지 못하므로 서로 미워할 수 없다. 아기가 엄마의 존재에 불편을 느끼겠는가? 아니다. 반대로 아기는 엄마의 부재에 불편을 느낀다. 인간은 동료의 부재에 불편을 느낀다.


    개미는 페로몬으로 동료를 인식하고 원숭이는 오줌냄새로 동료를 인식하고 고양이는 눈 밑의 취선에서 분비되는 냄새로 동료를 인식한다. 고양이가 사람에게 다가와 얼굴을 부벼대는 것은 주인이 헷갈려서 자신을 공격할까봐 냄새를 묻혀두는 걸로 미리 예방조치를 취해 두는 것이다.


    인간은 엄마의 부재에서 느끼는 분리불안을 통해 동료애를 깨닫는다. 동료의 부재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반대로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을 통해 종교적 감정을 느낀다. 신의 존재는 그런 경험을 통해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변한다. 아기 때는 쉽게 동료로 받아들이지만 소년은 다르다.


    나이가 들면 조금만 분위기가 달라도 어색해 한다. 피부색이 달라도 불안해 하고 성별이 달라도 어색해 한다.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한다. 자기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불행해진다. 자기가 자기를 공격하는 실패를 저지른다. 경제 망하라며 한국을 공격하는 홍준표처럼. 


    신과 인간의 관계는 뇌와 손가락의 관계다. 손가락에게 뇌는 남이 아니다. 아기에게 엄마는 남이 아니다. 엄마는 아기를 심판하지 않는다. 징벌하지 않는다. 뇌가 손가락을 심판하지 않는 것과 같다. 신은 인간을 심판하지 않는다. 남이 아니므로. 인간의 잘못된 계획을 쳐낼 뿐이다.


    계획이 문제다. 손가락은 뇌의 계획을 따라야 한다. 병사는 대장의 계획을 따라야 한다. 부분은 전체의 계획을 따라야 한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자기 계획을 가지게 되어 집단의 명령을 거역하게 된다. 인간이 바뀌어야 한다. 신의 계획과 당신의 이해가 충돌한다면 당신이 바꿔야 한다. 


    버스 노선과 자기 행선지가 다르다면 누가 바꿔야 하겠는가? 운전기사에게 버스 노선을 바꾸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인간이 신의 계획을 바꿀 수는 없다. 철길을 건너던 사람이 기차를 향해 피해가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신의 계획을 나의 계획으로 삼는 수밖에 없다. 내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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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4]수원나그네

2018.04.12 (14:50:01)

"신의 계획을 나의 계획으로 삼는 수 밖에 없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ahmoo

2018.04.13 (13:56:50)

신은 언제나 당신이 아는 것보다 더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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