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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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566 vote 0 2018.01.30 (21:12:48)

       

    일찍이 사물의 존재를 해명하려고 시도한 사람은 많았어도 사건의 구조를 해명하려고 도전한 사람은 없었다. 구조론이 처음 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그런데 사물의 존재는 끝끝내 해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상은 사물의 집합이 아니라 사건의 연결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번짓수를 잘못 짚었던 거다. 근간 양자역학의 성과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렇다. 사물을 넘어 사건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여러분은 초대받은 것이다. 바야흐로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완전히 다른 세계다. 여러분은 이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 무릇 깨달음이 아니면 안 된다. 안이한 태도라면 곤란하다. 뇌를 갈아끼운다는 자세로 독하게 달려들어야 한다. 한 번 붙은 불길이 꺼지지 안고 계속 타오르는 것은 사건의 연결이다.


    북한산 바위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사물의 존재다. 얼핏 보면 세상은 돌이나 흙과 같은 사물의 집합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굳이 시간을 논하지 않아도 그것을 문제삼는 사람이 없다. 공간의 사정만 논하기로 해도 얼추 들어맞는다. 다만 양자역학처럼 깊이 파고들면 죄다 틀려버리는 거다.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로도 인류는 별탈없이 몇만 년을 잘만 살아왔다. 달나라에 로켓을 보내려고 하니 그제서야 문제가 된다. 세상을 사물의 존재로 보는 잘못된 관점으로도 밥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 그런데 겨루면 진다. 왜? 정답을 아는 사람이 나타나버렸기 때문이다. 사건이 사물보다 큰 개념이다. 더 크게 보고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은 죽음 앞에 선다. 시간을 대면해야 하는 타이밍은 오고야 만다. 그럴 때 인간은 절박해진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태초의 근원을 추적하기로 하면 비로소 사건의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사물의 존재는 우리가 밤과 호두와 감을 구분하듯이 눈으로 보고 칸을 딱 나누면 된다. 지식은 칼로 쪼개는 것이다. 세분하여 잘게 나눠주면 된다.


    반면 사건은 우리가 호수와 강이 바다에서 하나됨을 알듯이 두루 합쳐봐야 안다. 강물이 바다까지 가는 데는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 공간의 칸을 잘게 나누는 관점이 사물의 존재로 보는 세계라면 시간의 기승전결을 하나로 이어가는 관점이 사건의 연결로 보는 세계다. 사물의 돌은 언제나 돌이다. 사건은 아이는 변하여 어느덧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된다.


    시간을 따라가며 계속 모습을 바꾸는 거다. 알이 애벌레로 변하고 번데기로 변하고 나방으로 변한다. 문제는 우주가 근본 사건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사물은 인간의 편의적 설정에 불과한 점이다. 천동설이 편하다. 해가 얼마나 기울었느냐고 묻는게 맞지 지구가 어디까지 돌았느냐고 물으면 헷갈린다. 태양의 기울기는 보이지만 지구의 자전은 못 본다.


    돈이라면 종이돈도 돈이요 동전도 돈이요 은행계좌에 든 숫자도 돈이다. 사건은 그렇게 수시로 모습을 바꾼다. 그러나 사물로 보면 조선시대 엽전은 언제나 상평통보다. 죄다 동전이었고 지폐는 사용되지 않았다. 은행계좌는 없었다. 사건의 돈이 돈의 진정한 모습이요 사물의 돈은 숙종 이후 잠시 쓰였던 임시방편에 불과한 거다. 사물은 수명이 짧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면 사건의 세계로 들어와야 한다. 수학은 수학으로 증명되고 구조론은 구조론으로 증명된다. 수학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이라면 수학작품을 미술전시회에 출품하여 증명해보라고 우기면 피곤하다. 오로지 수학자만 수학의 타당성을 증명하고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구조론자만 구조론의 가치를 증명하고 확인할 수가 있다.


    무당의 주술도 원래는 의학이었다. 민간요법도 치료효과는 있다. 다만 더 좋은 것이 나오니까 상대적으로 나쁜 것이 배척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구조론보다 좋은 것이 나오면 당연히 그리로 가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구조론보다 좋은 것이 없다. 구조론이 이 분야를 처음 열었기 때문이다. 구조론은 기존에 나와있는 어떤 견해를 대체하지 않는다.


    다윈의 진화론은 창조설을 대체하지만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은 대체하는 것이 없다. 이전에 비슷한 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프로이드의 오류가 다수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이드의 지위는 여전히 공고한 것이다. 마르크스도 비슷하다. 시비할 수는 있어도 부인할 수는 없다. 구조론이 대체한다면 학문체계 전반을 송두리째 대체하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학계에서 구조론으로 넘어오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프로이드를 비판한 사람들이 대개 프로이드의 제자였던 사실과 같다. 구조론이 스스로 인재를 키워서 발전시켜 갈 뿐이다. 거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제자와 그 제자의 제자까지 진도를 나가줘야 한다. 소크라테스도 사후 플라톤을 거쳐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성기까지 50년이 넘게 걸렸다.


    맹자도 공자가 죽고 100년이 지나서 위세를 떨쳤다. 구조론 안에서 자체경쟁을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구조론은 그렇게 업그레이드될 뿐 부정될 수 없다. 먼저온 사람이 한 번 불을 붙여놓으면 다음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굴러가는 것이다. 플라톤은 기하학 따위는 배워서 어디에 쓰느냐고 따지는 사람을 그의 아카데미아에서 내쫓아 버렸다. 


    파문이다. 학문의 고귀함을 모르는 자와는 대화하지 않는다. 기하학이 현실에서 제대로 쓰이는 데는 2천 년이 걸렸다. 구조론도 마찬가지다. 쉽게 쓰일 것이면 인간들이 지금까지 손대지 않고 내버려두었을 리가 없다. 쓸모있는 것은 귀신같이 알아보는게 인간인데 말이다. 동물실험을 해봐도 알 수 있다. 침팬지 새끼는 과학자가 숨겨둔 먹이만 찾는다.


    침착하게 쓸모있는 행동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 아기는 무의미한 과학자의 손동작을 일일이 따라하고 있었다. 산만하게도 말이다. 얼핏 보면 인간 아기가 더 지능이 낮은 것처럼 보인다. 동작을 모방하는데 에너지를 뺏겨서 문제를 해결하기에 서투른 것이다. 인간 아기는 문제해결이나 이득을 챙기는 데 관심이 없고 대신 뇌의 흥분을 따라간다. 


    과학자의 무의미한 손동작을 모방할 때 아기의 뇌가 그러한 주변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며 거기서 강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당장의 쓸모를 추구하지 않은 것이 보다 우월한 태도라 하겠다.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줘도 알 수 있다. 아기는 이미 봤던 비디오를 수십 번 반복해서 본다. 사소한 장면에도 일일이 추임새를 넣는다. 뇌의 반응이다.


    플라톤에게 배운 기하학을 2500년 전 그 시대에 써먹지는 못해도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을 획득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걸로 돈벌이는 못해도 합리적 사유는 할 수 있다. 뇌의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자원을 전부 끌어내는 데는 기하학이 쓰임새가 있다. 천재의 뇌를 흥분시키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물론 둔재는 뇌가 반응하지 않는다.


    뇌가 반응하지 않으므로 흥미를 잃는다. 그들은 돈벌이가 되는 일에만 흥분하여 달려든다. 철학도 처음에는 몇몇 여유있는 사람의 취미생활이었고 수학도 처음은 알만한 사람끼리나 하는 이야기였다. 플라톤은 스파르타에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귀족의 자제였기에 놀고먹느라 철학이라는 사치를 누릴 수 있었다. 뇌를 흥분시키는 고상한 취미였다.


    필자는 아홉살 때부터 온종일 구조론 사색에 빠져 있었는데 그 나이에 돈벌이를 생각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뇌가 흥분하면 도무지 거기서 이탈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데도 흥미가 없었고 TV를 보고 연예인 이야기로 수다를 떠는 데도 관심이 없었다. 그걸로는 뇌에서 쾌감폭탄이 기관포처럼 터져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가 흥분한 사람은 벌컥벌컥 쏟아지는 호르몬에 취해서 구조론에 중독될 것이고 그들은 도망치지 못한다. 뇌가 반응하지 않는 사람은 시큰둥할 것이고 그들과는 대화하지 않는다. 지켜볼 사람은 지켜보고 갈 사람은 계속 가는 거다. 그리하여? 우리가 이긴다. 지금껏 이겨왔듯이. 이기는 데는 당해낼 장사가 없다. 여러 곳에서 승리소식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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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김미욱

2018.01.30 (22:46:21)

성공이든 실패든 사건이 다한 뒤의 흔적으로서 겨우 남는 것이 사물. 구조론, 지구인의 기본교과서로 손색없습니다. 화이팅입니다 !
[레벨:7]Quantum

2018.01.30 (23:15:46)

벌컥벌컥 쏟아지는 호르몬에 취해서 도망치지 못하는 1인입니다. ㅎㅎ

저의 경우에도, 위에 달나라에 로켓을 보내려니 문제가 되고, 이기지 못하는 경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으로 보는 자가 이긴다는 데에 크게 공감합니다. 그냥 살려면 상관없는데, 이기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구조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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