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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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031 vote 0 2018.01.20 (14:15:08)

     

    왜 예절은 마지막인가?


    인간의 언어라는 것은 고무줄과 같으니 맥락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 맥락은 사건의 기승전결로 전개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사건의 진행에 따라 인, 지, 의, 신, 예 다섯을 다 인이라고 할 수도 있고, 다섯을 다 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고, 다섯을 다 의라고 해도 되고, 신이나 예라고 해도 되는데 헷갈림을 방지하고자 필자는 의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리='인지의신예'다. 이를 인1, 인2, 인3, 인4, 인5라고 해도 되고 반대로 예1, 예2, 예3, 예4, 예5라고 해도 되는데 편하게 의리라고 한다. 인의라는 말도 있고 신의라는 말도 있고 예의라는 말도 있듯이 의가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의리는 의사결정에 있어서 에너지를 동원하는 절차다. 예수는 사랑하라고 했다. 사랑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함부로 사랑한다며 추근대다 뺨맞기 다반사다. 뺨맞지 않으려면 합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 사랑의 절차가 인지의신예다. 말하자면 인지의신예 곧 의리는 사랑1, 사랑2, 사랑 3, 사랑 4, 사랑 5다. 사랑도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인으로 사랑하고 나이들어서는 예로 사랑해야 한다. 예는 사랑의 완성이지 출발점이 아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 치자. 부모의 자식사랑이 예에서 비롯되는가? 아기가 똥을 싸면 똥예절이 바르시겠네? 아기가 이곳저곳에 똥을 싸제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런데도 부모는 아기를 사랑한다. 아하! 그것은 인이다. 인은 인내라 똥구린내를 참아야 사랑이다. 에너지는 인에서 유도된다. 그다음은 깔대기다. 깔대기의 입구가 넓고 출구가 좁다.


    인지의신예로 범위를 점점 좁혀가는 것이다. 에너지는 구조에다 집어넣어 쥐어짜는 것이다. 인은 천하에 대한 인이며, 지는 집단에 대한 지다. 천하는 크고 집단은 작다. 의는 동료에 대한 의다. 집단은 크고 동료는 작다. 신은 가족에 대한 신이다. 집단의 의가 100명이라면 가족의 신은 10명 안팎이다. 예는 두 사람 사이의 예다. 갈수록 작아진다.


    그래야 에너지 낙차가 유지된다. 반대의 경우를 살펴보자. 모르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예절을 지키지 않는다. 특히 부산 롯데팬들이 그렇다. 얼굴 모르는 사람이 3만 명씩 사직구장에 모여있으니 예절이 없다. 머리에 비닐봉지 쓰고 그게 뭔 추태냐고? 훌리건 되기 딱 좋다. '아조라'는 아주 난동이다. 그런 무례한 짓을 하면 안 된다.

남의 공을 왜 뺏냐?


    권력은 다섯 가지가 있다. 광장권력>정치권력>자본권력>문화권력>예절권력이 그것이다. 마지막 예절권력은 권력의 해체다. 여기서 예가 작동한다. 예는 권력을 버림으로써 권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명박이 손님을 집에 초대해놓고 자기만 돌솥밥을 먹는 것은 권력을 버린게 아니다. 그러므로 이명박은 예절이 없는 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은 권력의 버림이다. 권력을 내려놓음으로써 예절권력이 작동한다. 예는 언제든지 갈라설 수 있는 남남이라는 전제를 깔고 간다. 국민은 언제든 정치지도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그래서 문재인은 예절을 지킨다. 반대로 친한 친구끼리는 예절 따위 필요없다. 부부가 침실에서 예를 지켜야 하는가? 


    예는 쉽게 말하면 너와는 절교다 하는 선언이다. 에티켓이 유명한데 에티켓은 궁중무도회에 규칙을 적어놓고 규칙위반자는 무도회장에서 쫓아낸다는 선전포고문이다. 예는 그렇게 누군가를 배척하는 데서 작동하는 에너지다. 권력해체라고 했고 소비권력이라고도 했는데 예절권력으로 하는게 낫겠다. 사건에서의 이탈이 마지막에 써먹는 권력이다. 


    인간은 마지막에 절교를 선언하여 약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예절을 지켜라는 말이 나왔다면 너를 쫓아내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절교하는 순간 권력은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므로 권력의 소비요 해체다. 지지철회하고 다른 그룹으로 갈아타는 권력이다. 그런데 헷갈릴 수 있다. 사건이 여기서 끝나면 저기서 시작된다. 예는 사건의 시작인가?


    아니다. 에너지로 봐야 한다. 여기서 끝나고 저기서 시작될 수 있지만 그것은 별개의 사건이며 별개의 에너지 동력원을 확보해야 한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 볼 때 예는 사건의 종결이다. 논어에도 나온다. 회사후소라 했다. 예는 마지막이다. 인의가 앞서는 것이며 노무현의 인이 먼저고 문재인의 예가 나중이다. 노무현이 일 벌이고 문재인이 수습한다.


    노무현이 먼저 와서 에너지를 동원하고 문재인은 에너지를 이어받아 운용한다. 노무현은 인과 지와 의가 있고 문재인은 의와 신과 예가 있다. 노무현이 심고 문재인이 수확한다. 우리는 수확에만 관심을 갖지만 사실은 파종이 중요하다. 노무현이 더 높다. 언어는 의미부여하기에 따라 고무줄이 되므로 맥락에 따라 다르지만 구조론이 그렇게 정한 거다. 


    이걸 헷갈리는 이유는 인간의 인식론적 접근 습관 때문이다. 인간은 상대방의 예절을 보고 상대가 얼마나 교육을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이건 별개다. 예절뿐 아니라 학벌이나 피부색이나 성별이나 직업이나 키나 외모 등을 두루 살핀다. 그러므로 예는 처세술이 된다. 그러나 이런건 진리와 멀다. 이는 인간의 세태일 뿐 본질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 예절은 마지막에 챙긴다. 예절을 맨 앞에 세우는 사람은 대부분 상대방을 차별할 나쁜 의도를 갖고 있다. 구조론연구소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조론을 잘 알아듣는 사람에게는 절대 예를 묻지 않는다. 엉뚱한 소리 하는 사람을 예로 조지는 거다. 인식론과 존재론을 섞어서 판단하므로 헷갈린다. 우리는 먼저 상대방의 예를 살핀다. 


    아하! 그건 상대방의 영역이다. 생각하라. 예를 논할 때 당신은 타인을 보고 있다. 왜 남의 일에 간섭인가? 구조론은 자신의 의사결정을 논하는 것이다. 부디 이런 걸로 헷갈리지 말자. 예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남을 평가하는게 중요하다는 거다. 남의 의사결정을 평가하지 말자. 남을 점수매겨서 줄세우려고 하므로 예에 걸려 자빠지는 것이다. 


    원래 말이 통하는 우리편끼리는 무슨 짓을 해도 다 봐준다. 구조론을 이해하려면 배우려는 마음을 버리고 실천하는 자의 전략에 서야 한다. 뭐든 배우려고만 하므로 에너지의 관점에 서지 못하고 사건의 관점에 서지 못한다. 배우려고 하는 자는 평생 배우다가 끝낸다. 예는 연주를 끝낸 다음에 인사하고 커튼콜을 받아주는 것과 같다. 그 모습 근사하다.


    근데 피아노를 익히기도 전에 그것부터 배우려는 자들이 있다. 우아하게 허리굽혀 청중들에게 인사하면서 쏟아지는 앵콜을 받아주다니 그 얼마나 멋진가? 만화로는 그림이 되겠지만 한심하지 않은가? 예절을 앞세우는 자는 대개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나쁜 의도를 갖고 있다. 물론 끝까지 말을 안듣는 자는 예로 조져야 한다. 권력에 예는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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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4]수원나그네

2018.01.20 (14:45:20)

손님 초대해놓고 자기만 돌솥밥 챙겨먹는다?
도대체 어디서 굴러먹던 양아치인지 모르겠소.
이런 자가 어찌 대통령까지 올랐는지 부끄러울 따름이오.
[레벨:4]김미욱

2018.01.20 (15:41:15)

가장 딱딱해보이나 알고보면 가장 부드러운 것, 그것이 바로 예.
프로필 이미지 [레벨:3]윤민

2018.01.24 (01:04:48)

"예는 사건의 마지막에 있는 권력, 예로 사건을 완성한다."

"예는 연주를 끝낸 다음에 인사하고 커튼콜을 받아주는 것가 같다. 그 모습 근사하다."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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