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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49 vote 0 2017.12.06 (16:30:51)

     

    정치인의 언어


    앞글에 몇 자 더 보태기로 하자. 동사로 말하면 안 되고 명사로 말해야 한다. 이런 건 어디 가르쳐 주는 곳도 없지만, 말 좀 한다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아이큐 문제라는 말씀. 컵에 물이 반쯤 있다고 치자. ‘반이나 있네’라고 긍정적으로 말하든 ‘반밖에 없네’라고 부정적으로 말하든 토씨 차이에 불과하다. 


    이런 걸로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건 물이 아니라 기름이라고 말해야 한다. 홍준표는 빨갛다고 말해봤자 먹히지 않는다. 귀태라고 하든가 칠푼이라고 하든가 명사로 조져야 먹힌다. 예컨대 이런 거다. 어떤 여인이 간음했다고 치자. 동사로 말하면 이렇게 된다. 간음했구나. 앞으로는 간음하지 말거라. 이거 약하다.


    어떤 사람이 공산당과 내통했다고 치자. 앞으로는 내통하지 말거라. 이거 맹숭맹숭하다. 정치 좀 해 본 악질들이라면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 빨갱이 200명의 명단이 있다. 매카시즘이다. 주홍글씨로 조진다. 낙인을 찍는다. 여기에 간통범이 있다. 이거 먹힌다. 간음했다고 말하면 동사다. 동사는 움직이니 빠져나간다. 


    물타기가 가능하다. 명사는 딱 걸리는 거다. 빼박이다. 왜? 명사는 사건과 무관한 제3자를 치기 때문이다. 간음했다면 간음한 당사자를 치는 게 맞다. 명사로 조지는 건 다른 의미다. 공산당과 내통했다는 말은 내통한 당사자에게 국한된다. 여기에 빨갱이가 있다는 말은 그와 무관한 제3자를 격리시키겠다는 의미다. 


    이것은 차별과 배제의 언어다. 간음한 사람 주변에 가지도 말라는 공갈협박이 된다. 그래서? 거기에 권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강력해진다. 매카시는 세 치 혀를 놀려 순식간에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켜버린 것이다. 생사여탈권이 자기 손에 있다. 권력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긴장한다. 짜릿짜릿하다. 그것을 즐긴다.


    매카시가 망한 것은 시간을 끌어 사람들을 지치게 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새빨간 거짓말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처음 매카시가 악랄한 수법으로 권력을 조직할 때 사람들은 흥분한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손에 땀이 난다.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이제 빨갱이 사냥이 시작된 것인가? 


    레이건이 제일 먼저 줄을 섰다. 그런 짓에 쾌감을 느낀다. 본부놀이는 즐겁다. 문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거. 우리는 매카시가 한 말의 사실여부보다 매카시가 잠시 성공한 권력의 조직에 주목해야 한다. 명사로 조진다는 말은 권력을 조직한다는 말이다. 성공하면 일단 기회를 잡은 것이다. 다음은 본인이 하기 나름.


    예수의 언어는 강력하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무서운 말이다. 예수는 여기서 간음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여인의 행동을 문제삼지 않은 것이다. 동사가 아닌 명사로 조진다. 원죄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여인의 문제가 갑자기 모두의 문제로 바뀌었다. 권력이 작동을 시작한다. 


    예수는 순식간에 권력서열을 조직해낸 것이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에 의해서 여인의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예수는 모든 사람을 도마 위에 올려버렸다. 누가 누구에게 명령하고 심판할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이쯤 되면 모두가 예수의 얼굴을 쳐다본다. 즉시 권력이 만들어졌다. 예수는 그 간음한 여인을 사면했다.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매카시는 순식간에 권력을 잡았지만 마무리를 못 했다. 빨갱이를 적발하고 다음 수순으로 소련과 핵전쟁을 할 것인가? 사람들은 모두 매카시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매카시는 그냥 퇴근했다. 권력을 잡았는데 그 칼로 무도 자르지 못한 것이다. 반면 예수는 다음 단계가 괜찮았다.


    예수는 순식간에 원죄개념에 대한 해석권을 차지해 버렸다. 모두가 예수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때 구라가 중요하다. 예수는 원죄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사랑을 제시했다. 왼쪽 뺨에는 오른쪽 뺨으로 해결하라. 예수는 구라가 되는 사람이었다.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정도면 정치를 했어도 성공할 사람이다. 


    명사로 말하는 게 정치인의 언어라고 했대서 명사를 찾을 이유는 없다. 그건 그냥 표현이다. 노무현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말했어도 역시 명사로 조지는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군 작전통제권 문제다. 전작권을 환수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동사의 영역에 해당한다. 노무현은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을 문제삼았다. 


    똥별문제를 꺼내 든 것이다. 전작권환수라는 동사에서 똥별처단이라는 명사로 타깃이 바뀐 것이다. 작전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라는 말이다. 자동차의 핸들을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틀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운전사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안철수는 핸들을 극중에다 딱 갖다놓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바보다. 어디에 줄 서야 되는지를 말해줘야지. 핸들을 극중에 놓든 극우에 놓든 그것은 운전사가 알아서 할 일이고 승객들은 어디에 줄 서야 하느냐고? 승객의 관심사는 다른 거다. 문재인의 적폐도 명사다. 적폐덩어리라는 문제가 떠억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권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어디에 줄 서나?


    털어도 먼지가 안 나는 사람에게 줄 서야 한다. 먼지가 안 나는 사람은 젊은이밖에 없다. 단번에 권력서열이 조직된 것이다. 젊고 똑똑한 엘리트와 중산층들에게 권력을 주라고 문재인은 말한 것이다. 기득권들은 적폐덩어리라서 먼지가 너무 많이 난다. 정치는 권력이다. 정치인은 권력서열을 새로 조직해내야 한다.


    정치인들이 이런저런 말을 하지만 이면에는 권력적 동기가 작동하고 있고 누구든 금방 눈치챈다. 감잡는 거다. 김종대가 이국종을 깠다. 이국종은 의료법위반이라는 동사를 꺼내 들었다. 의료법이라는 자동차의 핸들이 비뚤어졌다는 거다. 네티즌은 영웅이라는 명사를 꺼내 들었다. 이국종이라는 신차가 등판한 것이다. 


    의료법을 위반한 동사가 문제인가 아니면 이국종을 때려서 국민을 길들이려고 하는 김종대의 권력서열 개념이 문제인가? 네티즌은 김종대의 권력서열을 문제삼고 있다. 이건 명사로 조지는 거다. 김종대는 지능이 낮아서 자신이 권력서열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사실은 무의식적인 권력서열을 건드린 것이다.


    네티즌은 언제나 영웅만들기를 통하여 상징적인 자신들의 대표자를 만들어서 국회의원을 길들여왔다. 영웅 비슷한 사람만 있으면 일단 잡아다 링에 올려서 영웅칭호를 붙여주고 그걸로 자기네 머리꼭지 위에서 노는 국회의원과 기득권과 지식인을 제압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온 것이다. 어리버리 김종대 걸렸다.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려는 것이며 김종대는 바리새인이 간음한 여인을 때려잡아서 예수를 시험하려 했듯이 이국종을 때려서 국민을 길들이려고 했고 네티즌은 예수가 원죄설을 꺼내 들어 권력서열문제를 제기했듯이 영웅만들기를 통해 의원들을 제압하려고 했다. 누가 누구에게 명령하는가? 원초적이고 민감한 문제다. 


    정치인이 노상 노선이 어떻고 하지만 사실은 권력서열 문제다. 좌파들이 NL이니 PD니 하고 갈라져서 싸우지만 본질은 권력서열이다. 정의당이나 통진당이나 사회당이나 녹색당이나 아무 차이가 없다. 노선이라는 것은 꾸며내기 나름이다. 노선은 하루에 백 개도 만들어낼 수 있다. 본질은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가다. 


    안철수는 극중이라는 구멍을 발굴했다. 틈새시장 찾아보려는 거다. 헛일이다. 본질은 권력서열이며 누가 갑이고 을이냐에 따라 국민의 선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정책에는 진보도 있고 보수도 있고 중도도 있다. 다양하므로 문재인은 좌라느니 우라느니 해봤자 먹히지 않는다.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박근혜는 중도인가 우파인가 극우인가? 차이가 없다. 박근혜는 극우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중도도 아니다. 박근혜는 충성분자 무뇌박빠들을 권력서열 1위로 만들고 엘리트와 젊은이들의 서열을 밑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오방낭 최순실이 상징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그야말로 시정잡배들에게 권력을 준 것이다. 


    이승만은 땃벌떼니 백골단이니 해서 깡패들에게 권력을 주었다. 뭇솔리니 시절에는 동네 양아치들이 완장을 찼다. 그런 거다. 금방 눈치챈다. 안철수와 안희정은 도무지 누구에게 권력을 주고 완장을 채우고 서열을 매기려고 하는가? 국민은 본능적으로 안다. 문재인으로 인해 행복해진 사람을 끌어내리려는 것이다.


    동사로 말하는 것은 차가 핸들을 왼쪽으로 꺾느냐 오른쪽으로 꺾느냐지만 명사로 조지는 것은 승용차가 가느냐 트럭이 가느냐다. 어느 차가 앞장서고 어떤 차가 뒤따르는가다. 문재인이 된 것은 할배와 양아치들에게 주어져 있던 권력이 중산층과 젊은이로 옮겨간 것이다. 그것은 좌냐 우냐 중도냐의 문제가 아니다. 


    안희정이 안 되는 것은 이런 본질 때문이다. 문재인이 왼쪽으로 떴으니 자신은 오른쪽으로 떠보자 이런 건데 바보짓이다. 핸들을 어느 쪽으로 꺾느냐는 국민의 진짜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은 권력서열에 관심이 있다. 왼쪽도 가고 오른쪽도 가는데 언제라도 기관차가 앞장서야 한다는 게 국민의 권력의지다. 


    경운기가 앞에서 버벅대면 통째로 망하는 거다. 이명박근혜 9년 삽질 말이다. 권력서열이 뒤집어져서 사회가 총체적으로 마비된 것이다. 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앞차가 출발하지 않고 버벅댈 때마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신호를 안 지키고 무리한 꼬리물기를 하는 적폐들 때문에 다들 화가 나 있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간다. 기 단계는 외국과 연고가 있는 레닌이 뜬다. 승 단계는 국내파인 스탈린이 뜬다. 기 단계는 외국에서 인기 있는 오바마가 뜨고 승 단계는 국내에서 인기있는 트럼프가 뜬다. 항상 이런 식이다. 새로운 흐름이 대두되면 젊은 엘리트와 중산층이 뜨고 그 흐름이 한풀 꺾이면 트럼프와 할배가 뜬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커다란 사건을 일으켜서 사회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 엘리트와 젊은이가 뜨는 흐름을 연출해야 한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끌어와야 한다. 문제는 사건의 규모다. 백 년짜리 사건을 일으키면 적어도 오십 년간 진보가 집권한다. 한국이 세계의 열강으로 올라서는 것은 3천 년 만의 대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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