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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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372 vote 0 2017.11.01 (20:07:11)


    스키너(Quentin Skinner)와 페티트(Philip Pettit)는 오히려 자유주의적 자유론이 인간의 시(공)민적 의무는 도외시하고 사적 영역의 확보를 위한 권리 추구만을 자유라고 정당화한다면 인간들은 그러한 권리마저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왜냐하면 인간들이 사적 영역의 저 깊은 곳으로만 숨어든다면 잠재적이고 자의적인 권력은 공동체의 저 높은 곳을 차지해 우리를 내려다보며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조승래, <공화국을 위하여> 中[나무위키]


    흔히 자유주의와 공화주의를 대비시키는데 한국은 지정학적 구조 상 공화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의 세팅이 중요한데 국가를 질로 볼 것이냐 아니면 인류를 질로 볼 것이냐다. 국가를 질로 보면 자유주의가 맞고 인류문명을 질로 보면 국가는 입자가 되므로 공화주의가 맞다.


    미국이나 일본은 땅덩이가 크고 인구가 많다. 질은 결합한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주가 결합하여 국가를 이루므로 국가는 질이 된다. 일본이라면 다이묘들이 결합하여 국가라는 이름의 질을 성립시킨다. 한국은? 조선팔도가 모여서 국가를 이룬다? 그런 적이 없다. 한국의 도지사들은 권력이 없다.


    민주주의는 원래 자유주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스는 수천 개의 섬들이 결합하여 질을 이루므로 국가가 질이 된다. 영국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웨일즈가 결합하여 질을 구성하고 있다. 지역주의가 극심한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사정이 비슷하다. 여러 가지로 찢어졌다.


    반면 프랑스와 중국은 대륙국가라서 자유주의로 가면 망한다. 독일은 본래 갈갈이 찢어져 있었는데 비스마르크 이래 통합되어 대륙국가의 특징을 드러내게 되었다. 한국은 미일중러 4강 사이에 끼어 하루도 긴장을 늦출 수 없으므로 보수꼴통들이 좋아하는 자유주의로 갈 수 없다. 가면 죽는다.


    미국식 총기소지의 자유, 북유럽식 마약복용과 성매매의 자유 이런거 잘 안 된다. 한국은 24시간 전쟁상태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중국이 하품만 해도 명동이 거덜나고 미국이 눈만 꿈쩍해도 주식이 반토막 나는 판에 자유주의는 제한되는게 맞고 공화주의로 가는게 정답이다. 어쩔 수 없다.


    단 헷갈리면 안 되는 게 리버럴한 문화적 자유주의와 다르다. 사생활을 존중하고 개인주의적인 소비패턴을 보이는 도시민적 자유와 텍사스 촌놈이 무기를 소지하는 자유, 섬사람들이 염전노예를 지배하는 자유, 기업이 자유계약을 내세워 노동자를 무한착취하는 권력적 자유는 다른 것이다.


    일본이 야꾸자를 해결못하거나 빠찡코 산업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자유는 리버럴한 자유가 아니라 다른 것이다. 문제는 헷갈린다는 점이다. 원래 진보가 공화주의를 하는데 하다보면 보수가 공화주의를 떠들고 있다. 미국 공화당이다. 먼로주의가 자유주의고 링컨의 노예해방은 공화주의다.


    세월이 흐르다보면 전쟁을 하게 되고 전쟁을 하면 공화주의가 이긴다. 국가 동원력이 세기 때문이다. 공화주의는 조조가 위나라 군대 전체를 동원하듯이 동원력이 세고 자유주의는 오나라 손권이 주유에게 5만 병도 내주지 못하듯이 지방분권이라 동원이 안 된다. 호족이 군대를 내지 않는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도 일본 열도의 군대를 전부 동원하지 못하였으니 도쿠가와는 조선과 원수진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쿠가와는 출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딱 어느 것이 진보이고 어느 것이 보수라고 단정할 수 없다. 20세기는 혁명의 세기라서 공화주의가 제법 먹어주는 판이었다.


    21세기는 지식인이 양차 세계대전과 사회주의혁명운동의 실패를 반성한다면서 탈근대를 떠들어 무분별한 자유주의로 치달았다. 그 덕에 레이건이 웃고 부시가 난장판을 만들었다. 이게 묘하게 뒤섞여 있기 때문에 딱 분리할 수 없다. 다들 자신에게 유리하게 아전인수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어느게 진보의 문화적 자유주의고 어느게 보수의 권력적 자유주의인지 세밀하게 구분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진짜 진보는 개인의 문화적 자유주의를 추구하고 보수꼴통은 향원의 자유, 권력적 자유, 강자의 자유를 추구한다. 조중동이 개판치는 자유, 재벌이 맘대로 노동자 착취하는 자유다.


    노동자를 때려잡는 자유, 조선족을 비난하는 자유, 마광수 삽질하는 자유, 조영남의 사기쳐먹는 자유, 여성과 약자와 소수자를 억압하는 자유를 그들 보수꼴통은 주장한다. 일부 무뇌진보도 여기에 가세하여 문재인때리기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쳐죽여야 한다. 권력은 언제라도 통제가 맞다. 


    공화주의 - 노론의 입장, 중앙집권, 동원역량 중시, 집단의 공론 중시. 문화적 자유, 오자병법, 세력전략, 개인주의, 국가의 대표천재를 한곳에 모아 숙의민주주의로 법과 제도를 세워 의사결정한다.


    자유주의 - 남인의 입장, 지방분권, 개인주의 중시, 영웅의 활약 중시. 권력적 자유, 손자병법, 생존전략, 집단주의, 각자 알아서 가다가 지방의 한곳에서 성공사례가 나오면 이를 대량으로 복제한다.


    이렇게 보면 일본이 침략할 때는 공화주의를 쓰고 방어할 때는 자유주의를 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은 공공연하게 아동포르노를 유포하고 노골적인 성희롱을 방송한다. 일본 만화는 추악하기가 선을 넘었다. 이게 문화적 자유인지 아니면 권력적 자유인지 헷갈린다. 반반씩 섞여 있다. 


    일본만화를 표현의 자유로 보면 문화적 자유가 되나 성희롱으로 보면 권력적 자유가 된다. 그게 강자의 자유다. 약자에게는 자유가 없다. 문재인도 까야 한다는 무뇌진보의 초조함은 공화주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다. 촛불정신은 공화주의에 있으니 보수도 달고가는 국가총동원체제다. 


    일본이 야꾸자를 통제못하고 빠찡꼬를 어쩌지 못하듯이 개판이다. 그런데도 국가는 멀쩡하게 굴러간다. 이는 열도가 동서로 길기 때문이다. 한국은 작다. 한국이 자유주의로 가면 조폭천하, 재벌천하, 조중동천하, 원전마피아 천하, 군부천하로 된다. 각자 마피아를 결성하고 위세 부린다.


    그것을 자유로 포장한다. 일베짓이다. 권력행사는 자유가 아니라 범죄다. 중국은 너무 커서 공화주의로 가야 한다. 중국이 자유주의로 가면 티벳독립, 홍콩독립, 위구르독립, 만주독립, 영토상실에 내란으로 멸망이다. 중국인들은 노상 이런 걱정을 하고 사는 것이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 


    공화주의는 공격우선이고 자유주의는 방어우선이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못되었으니 공격을 해야 하는 시점이고 일본은 이미 선진국이 되었으니 방어를 해야 한다. 한국은 공화주의가 맞고 일본은 자유주의가 맞다. 대륙법과 해양법의 차이처럼 원초적으로 철학이 다르고 방향이 다르다.


    선점전략을 쓰는 대륙적 사고와 치고빠지기를 구사하는 해양적 사고의 차이다. 오자병법과 손자병법의 차이와도 같다. 세력전략과 생존전략의 차이다. 20세기는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변두리의 치고빠지기 국가들이 재미를 보았지만 21세기는 중국과 독일 등 내륙국가들이 재미를 본다. 


    합리주의는 공화주의고 실용주의는 자유주의다. 단 문화적 자유가 아닌 권력적 자유다. 우리는 권력적 공화주의와 문화적 자유주의를 주장해야 한다. 진보독점이 아니라 보수 일부도 달고가는 국가총동원 전략이다. 원래 이기는 나라들이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을 때는 반드시 이렇게 한다. 


    극중주의 하다가 망한 안철수가 뜬금없이 공화주의를 연구하고 있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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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김미욱

2017.11.02 (00:54:19)

정치적 공화주의와 문화적 자유주의의 조합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을 위한 가장 적절한 궁합인 것 같습니다.
부루투스가 공화주의를 내세우며 카이사르를 암살한 사건이 당시 호응을 받지 못한 것은 당시의 로마제국이 아직 질로 세팅될 만큼 성숙하지 못했음을 반영하는 셈이네요. 제정은 자유주의로 분류되겠죠.
[레벨:5]상무공단의아침

2017.11.02 (01:38:14)

자유라는 말의 씁쓸함이 가슴에 언치듯이 걸리네요.


어렸을 때 친구들 사이에 했던 바보 같은 말들.


왜 때리니?


널 때리는 건 내 자유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유라는 말이 남을 부릴 수 있는 권력이나


남 위에 설 수 있는 존엄의 다른 이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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