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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9]이상우
read 1545 vote 0 2017.08.15 (09:15:28)

전북 부안 중학교 교사 자살 문제로 페북이 시끄럽다. 얼마전 나도 글을 썼지만,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교사가 자살하기 전 기사들을 보라. 그때만 해도 네티즌은 교사를 비난했다. 그때 분위기는 마침 교사의 성추행 관련 기사들이 연이어 터져서 포털 사이트마다 여론은 성추행 엄벌이 최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한 국회의원은 학생이 신고하지 못한 이유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염려되서라는 인터뷰를 보고 불이익을 주는 교사는 벌금 2000만원을 물도록 하는 학폭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뿐인가? 분명 교사가 다리 흔드는 여학생 무릎을 쳤다. 이게 무슨 얘긴가? 초등학교에서도 여학생의 몸에 교사가 털끝 만큼도 건드리는 일이 없다. 자칫 성추행의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학생이 다리 흔든다고 무릎을 친다? 이게 자연스러운 행동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학생들의 거짓말 -허벅지를 만졌다는 - 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내가 한 여교사가 다리를 흔드니까 복나간다고 무릎을 만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로 성추행에 해당한다. 다만 사회상규상 정황상 성추행인지 아닌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성희롱의 경우도 경찰에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사업장의 업주의 감독책임을 물어 벌금을 내고 성희롱을 한 사람도 벌금과 징계를 받는다. 성희롱까지는 형법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상 벌이다. 물론 성희롱도 피해자가 무조건 수치심을 느꼈다고 해서 성희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다른 평균적인 사람들이 느낄 만큼이어야 성희롱이 된다.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만으로 성희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이 이렇게 복잡하다. 감정적으로 떠들기는 쉬워도 조근조근 말하려면 입을 열기가 조심스럽다.

언론은 무섭다. 언론에 네티즌들이 관심갖고 불안해하는 이슈가 뜨면 살아남을 공기관이 없다. 무조건 바짝 엎드려야 하고 뭐라도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겉으로 보이지 않으면 상처입은 초식동물을 물어뜯는 늑대들 처럼 사정없이 달려든다. 학생인권 문제와 교사의 교권의 형평성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학생이 교사를 때리면 교내의 형식적인 교권위원회 개최에 그치지만 교사가 학생을 때렸다는 민원 전화가 교육청에 오면, 바로 담당 장학사와 주무관이 학교 현장에 조사 나간다. 그뿐인가? 아동학대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교사가 교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아이를 제지하기 위해 팔을 잡았다가 긁히거나 멍이 생기면 교사가 고소당하기 딱 알맞다. 아직 판례가 부족해서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나 이와 관련된 사례를 다루는 변호사는 교사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오죽하면 자살충동이 있는 아이가 아니면 교실을 뛰쳐 나가도 잡지 말란 말이 나오겠는가? 현재 학교 현장에 교사들은 무당도 아닌데 서슬퍼런 칼날 위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사의 병가가 속출하고 있고, 심지어는 학폭 증거가 있음에도 요리조리 거짓말을 일삼는 아이 앞에서 책상 두 번 두드렸다가 정서폭력으로 학부모에게 고소당하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아.. 냄비같은 네티즌 근성과 언론의 말초적인 보도 습관, 새로운 법들의 등장과 급변하는 아이들의 태도, 학부모의 다양한 요구 폭증, 자신의 학창시절과 다른 교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들의 대응부족, 학생인권보호노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교권보호 제도가 이번 일을 양산했다.

전북교육감은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사과하는 순간 학생인권센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며 이미 내년 지방선거는 끝이다. 인권센터 또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뛰어나지만 너무 예민했다. 비록 성문제가 경찰의 판단과 행정기관과의 판단이 다를 수는 있지만, 적어도 강력사건도 아니고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이 교사 징계를 원하는 것이 아니고 피해사실이 경미하다고 한다면 그 부분은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

문제는 이미 이 문제가 너무 커졌다는 것이고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민의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인간은 의연할 수가 없다. 모두가 불난 집에 들어간 사람 처럼, 호랑이에 올라탄 것 처럼 멈추질 못한다. 지나고 나서야 내가 뭔가에 홀렸었고 평정심이 흐트러져서 이성적 판단을 못내렸음을 후회한다. 인권센터가 눈치를 보는 것은 상급기관이나 언론, 학부모 일 수도 있지만 동질의식이 있는 인권활동가들이다. 이 부분이 실책을 유도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교사를 신고한 동료교사를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다수의 학생들이 일관된 진술을 할 때 성추행 의심제보를 받은 교사가 신고를 안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고 행정적인 징계를 받게 된다. 그리고 신고의무자에게는 수사권이 없다. 판단은 경찰에 맡기고 신고하는게 맞다. 당신이라면 신고를 하겠는가, 안하겠는가? 결과만 보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결론하자. 아직 이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 동료교사가 자살할지 학생이 자살할지 인권센터 직원이 자살할지 모른다. 그 때도 지금과 같은 말을 하겠는가?

남 얘기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상황과 결과에 껴맞춰 변덕부리는 사람들은 이 일을 말할 자격이 없다. 바로 당신이 가해자다. 통제 불가능한 이 형국을 누가 풀것인가? 언제까지 이런 희생자를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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