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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128 vote 0 2017.05.29 (16:46:47)

       

    앞글 ‘구조론이 너무 쉬워’편과 이어집니다.


    사물이 먼저냐 사건이 먼저냐?


    '바람이 부느냐?' 아니면 '부는 게 바람이냐?' ‘바람’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불어오는 것인가 아니면 ‘불어오는 것’이 있는데 그것에 ‘바람’이라고 명명한 것인가? 차가 굴러가는 것인가 아니면 굴러가는 것을 차라고 명명한 것인가? 살아가는 게 사람인가 아니면 사람이 살아가는 것인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인가 아니면 실천하는 그것이 바로 사랑인가?


    이런 질문을 듣고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인가 아니면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느냐는 느낌인가? 후자라면 구조론적 센스가 없는 사람이니 얼른 꺼지고 볼 일이다. 구조론은 언어감각에서 나온 것이다. 필자가 이런 것을 사색한 것은 초딩 때였다. 도서관을 뒤져봤는데 필자가 고민한 내용과 같은 것을 논하는 사람은 없었다. 죄다 바보였던가?


    트럭을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흙먼지가 일어난다. 흙먼지는 트럭 뒤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부산까지 쫓아온다. 그 흙먼지의 무리를 입자라고 부른다. 양자역학의 세계다. 그런데 그거 입자가 맞나? 어쨌든 물리학자들이 그렇게 정한 거다. 미시세계의 소립자는 흙먼지와 비슷해서 실체가 불분명하다. 양자역학은 원래 얄궂은 것이니 그럴 법하다.


    거시세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바람은 입자다. 물질이다. ‘불다’는 사건이다. 여기서 사물이 먼저냐 사건이 먼저냐다. 순서를 정하는 것은 관측자다. 관측자가 반드시 사람은 아니다. 입자라는 것은 작용에 대해 반작용하는 것이다. 반작용을 일으키는 그것이 관측자다. 우리는 먼저 사물이 있고 일정한 조건에서 그 사물이 움직여 사건이 일어났다고 본다.


    먼저 차가 있고 다음 그 차가 달렸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것이고 자연에서는 일단 달리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을 차라고 명명한다. 태풍이 그렇다. 일단 태풍은 움직여야 한다. 멈추면 죽는다. 그런데 바위는 가만이 있어도 바위가 아니냐고 항변하겠지만, 사실은 중력과 상호작용하고 있다. 바위가 제자리에 가만있다는 건 착각이다.


    사건이 먼저다. 그렇다면 입자는 무엇인가? 관측자 기준으로 관측대상이 되는 게 입자다. 사건이 일어나려면 축이 있어야 한다. 축의 이동으로 사건은 격발된다. 그 축을 중심으로 우리는 존재를 규정한다. 사람이 가면 옷도 따라가고, 신발도 따라가고, 냄새도 따라가고, 그림자도 따라간다. 그림자는 사람인가? 그림자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은 무엇인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의사결정의 중심이 있다. 보통은 뇌다. 사람이 간다는 것은 뇌가 간다는 것이다. 자연에서는 무게중심이라든가 여러 가지 형태로 축이 존재한다. 그 축을 관측대상으로 놓고 관측자와 대칭을 일으켜 우리는 그것을 존재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축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처 태풍의 눈이 형성되지 않았을 수 있는 것이다.


    친문패권의 축은 무엇인가? 없다. 축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저쪽에서는 김어준과 정청래와 표창원 등이 작당하여 축을 결성하고 조직적으로 기동했다고 믿겠지만, 그것은 그들이 꾸며낸 환상이다. 이번에는 극성문빠를 들고나온다. 극성문빠라는 사건의 축은 존재하는가? 아니다. 입자는 질 다음이다. 질이 존재하는 것이며 그 질은 노무현의 한이 만들었다.


    지난 9년 동안 국민의 가슴 속에 쌓인 응어리가 질을 이룬 것이며 그 질이 존재하는 것이고 입자는 없다. 입자는 순간적으로 만들어진다. 이언주가 개소리를 할 때 페북에 불이 나는 것이며 그 순간에 입자는 조직된다. 그리고 사라진다. 극성문빠라는 가상의 입자를 깨려면 지난 9년간 쌓인 한을 녹여내야 한다. 누가? 노무현 죽인 조중동한경오 너희들이.


    그렇다. 우리가 자연의 존재를 인식하는 방법은 관측자와 대칭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은 그러한 대칭이 작동하지 않는다. 트럭을 따라가는 흙먼지의 그룹을 입자로 놓았을 때 그 입자를 관측하는 순간 그 입자는 사라져 버린다. 차를 세워야 입자가 관측될텐데 차를 세우면 흙먼지는 없어진다. 그것은 분명히 있다.


    관측하는 순간 사라진다. 모습을 감추어버린다. 전혀 관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빛과 같은 속도로 진행하면 관측이 가능하다. 이는 필자의 견해다. 우리의 가슴 속에 쌓인 9년의 한이 터져나오는 것이며 외부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건이냐 사물이냐다. 사건은 사건 자체의 내재한 논리를 따라간다.


    사물은 외부의 관측자에 의해 파악된다. 불다는 사건 자체의 내재한 논리고 바람은 외부의 관측자 시점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먼저 있고 내가 그 사랑을 한다는 관점이 사랑을 비뚤어지게 만든다. 바보들은 내 가슴이 뛰는 것을 보니 사랑하는가 보다 혹은 반대로 가슴이 뛰지 않는걸 보니 사랑하지 않는가 보다 하는 식으로 판단한다. 틀려먹은 것이다.


    사랑을 관측하려고 하면 안 된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것은 지난 수십 년간 뇌 안에 쌓인 것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무의식의 명령이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내 안의 사랑은 무언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은 동動이지 정靜이 아니다. 사랑은 사건이지 사물이 아니다. 사랑은 기승전결로 에너지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지 사랑물질이 쌓인게 아니다.


    이 순간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사랑은 무의식이 미래를 예측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것이다. 호랑이를 보면 불안한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보면 마음이 달뜨는 것은 무의식이 미래를 호출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부추겨 충동질한다는게 사랑의 진실이다.


    사물은 반드시 관측자가 있으며 관측자를 주어로 놓고 관측대상을 목적어로 놓은 것이니 사물은 관측자에 대해 상대적이나 사건은 절대적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내 안에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계획은 수십 년간 누적되어온 지층과 같아서 절대적이다. 상대가 예뻐서 사랑한다면 상대적이고 내 안에 누적된 것이 터져나온다면 절대적 사랑이다.


    사건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사물은 관측자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세상을 사물로 본다면 당신은 객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사건으로 보는 관점을 획득하고 볼 일이다. 바람의 어원은 ‘불음’이며 ‘불다’라는 동사에서 나왔다. 한자어 풍風도 바람이 붕붕 부는 소리에서 나왔다. 영어 wind는 입으로 바람을 불어blow에서 나온 말이다.


    동사가 먼저 있었고 명명하여 명사가 되었다. 동動이 먼저 있고 정靜은 명명된 것이며 엄밀히 말하면 자연에 정은 없다. 가만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내막을 들여다보며 중력과 상호작용하며 맹렬히 불타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정은 무엇인가? 관측자에 대해서 정靜이다. 관측자가 광속으로 달려 빛와 나란히 가면 빛은 제자리에 가만이 정지해 있는 것이다.


    당신이 정지해 있다고 믿는 모든 것은 사실 관측자가 개입해 관측자가 나란히 따라가는 것이다. 지구가 돌고 있으므로 지구상의 모든 것은 움직이지만 관측자인 당신이 나란히 쫓아가므로 정지해 있는 듯이 보일 뿐 우주 안에 정지상태는 없다. 사물은 없다. 사건이 존재할 뿐이며 모든 사물은 관측자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사물행세를 하는 것이다.


20170108_234810.jpg


    이거 배워두면 써먹을데 많습니다. 논쟁하다가 상대방을 한 방에 보내고 싶으면 (  )를 (  )하는게 아니라 (  )하는 그것이 (  )다 하면 상대방은 단방에 넉다운 됩니다. 지금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당신의 과거가 퇴적시켜 일으켜놓은 당신의 미래가 당신의 지금 현재를 부추기는 겁니다. 이것만 알아도 진실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습니다. 


[레벨:10]다원이

2017.05.29 (20:26:04)

( ) 속에 넣을 게 후딱 안 떠오르는 비애...
[레벨:3]가이고

2017.05.29 (22:41:03)

대통령으로 문재인이 된것이 아니고,  나라를 다스릴 자격이 있는 문재인이 대통령 자리로 간것입니다.

이명박, 박근혜가 대통령된게 문제가 아니였고, 나라를 다스릴 자격이 없는 자가 대통령 자리로 가서 문제가 된것입니다.


국회의원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를 할 자격이 있는 자가 국회의원이고 그 에너지로 정치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안철수의 초딩짓이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 자격이 안되는 자가 대통령 후보로 나와서 욕을 먹은 것이고,

이언주의 배신이 문제가 아니고,  배신자가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문제인것입니다.


기자가 신문기사를 쓰는것이 아니고, 기사를 쓸 줄 아는 사람이 기자이고,  자격있는 기자가 쓰는 글이 신문기사입니다.

그래서 쓰레기 허위 신문기사 쓰는 놈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신문기사를 못쓰게 기사 자격을 박탈 하고, 어디가서 기자라고 떠들고 못 다니게 매장시켜야  하는것이지요

 

동렬님이 구조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세상을 구조로 보고 구조론을 만든 사람이 동렬님이고,  

동렬님의 에너지가 게시글로, 팟캐스트 음성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표현된 구조론의 내용을 옳고 그름으로 논할 수는 없는 것이고, 호응만 할 뿐이지요.


"망치로 뒤통수 얻어맞는 느낌의 글... 감사드립니다. "

[레벨:10]다원이

2017.05.29 (22:51:58)

잘 읽었습니다.
[레벨:10]다원이

2017.05.30 (12:16:04)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이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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