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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601 vote 1 2017.05.18 (14:15:01)


    518에 대해 가진 각자의 기억은 다를 것이다. 60대 이상 기성세대가 왜 광주에 대해서만 유독 발작적으로 행동하는지 생각할 일이다. 벌에 쏘인 듯이 뱀에 물린 듯이 화들짝 놀라며 소란을 떨어댄다. 그들에게 광주는 상처다. 부정하고 싶은 상처. 그 상처를 치유해줘야 한다. 피해자의 상처가 아니라 가해자의 상처. 치유방법은 심리적으로 제압하는 것이다.


    몇 해 전의 일이다.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위안부 이야기를 꺼냈다. ‘아따 그거 나라망신인데 조용히 덮어둘 일이지. 그게 뭐 자랑이라고.’ 필자의 머리가 백발인데다가 경상도 말씨를 쓰니까 딱 눈치를 깐 거다. 이후 택시를 안 타게 되었다. 아! 비오는 날에 두어 번 탄 적이 있다. 가끔 택시를 타기도 한다만 박근혜 이후로 택시타기 힘들어진 건 사실이다.


    위안부 피해자 명단을 비석에 새기니 집안망신이라며 지워라고 떠드는 사람도 있더라. 쳐죽일 동아일보가 그런 짓을 한 걸로 기억한다. 위안부 피해가 왜 집안망신이지? 국민을 위해 대신 희생한 영웅들인데 말이다. 세월호의 유족들은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교통사고를 당한 장애인은 죄인인가? 어떤 사람이 피해를 당했다면 다른 사람은 불행이 비켜간 거다.


    다행히 비켜난 사람은 불행한 희생자에게 보상해야 한다. 광주에서 터졌기 때문에 다른 도시들은 비켜갈 수 있었다. 서울역에 10만이 집결했을 때 전두환은 총을 쏘려고 했다. 거기가 서울역이라서 쏘지 못한 것이다. 피를 흘리면 그곳이 성지가 되니까. 어차피 피는 흘리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킬 때부터 순조로운 정권교체는 불능이다.


    5대 10국의 혼란기와 같다. 한 넘이 쿠데타를 해서 정권을 탈취하니까 3개월도 못가서 다른 군인이 쿠데타를 한다. 50년간 똑같은 일이 반복되니 처세가 풍도는 일곱 나라 열한 명의 황제를 섬기게 되었다. 로마의 군인황제 시절도 난장판이었고, 고려의 무신정치도 그랬다. 정통성이 없는 집권은 필연 피를 예약한다. 살인은 61년 5월 16일에 결정되어 있었다.


    역사공부 한 사람은 알 것이다. 피를 뿌리지 않고 초대되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사실을. 피해자도 상처가 있고, 가해자도 상처가 있고, 방관자도 상처가 있다. 극복하는 방법은 역사공부를 하는 것뿐이다. 광주에서의 죽음은 80년 5월이 아니라 61년 5월에 확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가해자도, 방관자도, 불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해방되었을 때 고향마을 사람은 무식해서 몰랐다고 들었다. 읍내쪽에서 만세소리가 들리는데 저게 뭔 소리야? 쪼츠바리 잘하는 젊은이 하나를 보내서 소식을 알아보게 했다고. 달리기를 사투리로 말하면 쪼츠바리다. 달려갔더니 해방이라고.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만세불렀다. 라디오 하나 없는 깡촌이었다. 어려서 들은 이야기가 필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일본인데 왜 우리나라가 망했다고 만세를 부르지? 이상하다. 그렇다. 사람들이 표면으로는 물리력에 굴복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다 독재정권에 저항하고 있었구나. 나의 오판이었다. 박정희 죽은 날에 자전거로 경주 시내를 한 바퀴 돌았지만 만세 부르는 사람 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별 수 없이 나 혼자 뒷동산에 올라서 만세삼창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했다. 훗날 그날이 오면 누가 옳은지 맞춰보자고. 중학교 3학년이었다. 그리고 오월. 나는 매우 흥분했다. 월드컵 우승만큼 감격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내게는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보다 총을 들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왜냐하면 역사책에서 그렇게 배웠으니까. 총을 들어야만 비로소 인간이 되는 거라고. 짐승이냐 인간이냐다.


    이 나라가 과연 살아줄 가치가 있는 나라냐다. 광주로 가야 하는데 버스터미널까지 가보았지만 차편이 없었다. 갈 방법이 없으니 역사의 현장을 지키지 못했다고 양심이 찔리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이후 충격받은게 많은 사람이 그때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하는 거다. 바보인가? 아니 그걸 왜 몰라?


    당시 3천 명이 죽었다고 알려졌으니 그 희생자 숫자를 몰랐다는 말인가? 숫자가 중요한게 아니잖아. 폭도라고? 폭도가 뭔데?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게 폭도라는 단어가 뭘 의미하느냐다. 황당한 일이다. 방송을 검열해서 몰랐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흑백TV만 봐도 다 알 수 있었다. 전시 사망자 대 부상자 비율이 10 대 1이니까 사망자 300이면 사상자는 3천이다.


    사상자 3천 명이면 광주의 도심인구를 고려할 때 총 맞을 사람은 죄다 맞은 것이다. 이건 학살이다. 무슨 말인가? 사상자가 3천 명이면 학살대상은 3만 명이라는 말이 된다. 3만 명을 눈앞에 두고 그냥 기관총을 갈겼다는 말이다. 3만 명이면 폭도가 될 수 없는 숫자다. 폭도라는건 극소수의 불순분자인데 많아봤자 100명 정도다. 숫자가 1천 명 넘으면 차원이 다르다.


    민주주의는 쪽수다. 숫자가 한도를 넘으면 국가의 주인인 시민이 되는 것이며 집회시위를 해도 도로를 점거할 자격이 주어진다. 경찰이 집회를 통제해도 100명이 8차선 대로를 점거하면 처벌대상이나 10만 명이 집결하면 경찰이 에스코트해야 한다.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인데 5천만 명의 폭도가 결집했다. <- 이런 말이 성립돼? 모두가 가담하면 그게 법이다.


    1600만 명이 촛불에 참여하면 그게 법이 통과된 거다. 법이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촛불법은 광장에서 통과된다. 공화국이 결정되고 새삼 확인되었다. 최규하 정부 발표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사상자 3천이면 참가인원이 3만 명인데 3만 명의 폭도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나? 장난하자는 건가? 나는 TV만 보고도 알 것은 다 알았다.


    사망자가 3천 명이라는 말이 돌았으나 그 숫자는 믿기 어려웠다. 3천 명이 죽으려면 30만 명을 향해 기관총을 갈겨야 하는데 금남로 거리에 일제사격이 있다해도 골목으로 피하면 되니까 3천 명 죽이기는 물리적으로 쉽지않다. 사상자 3만 명이 쏟아지는데 이건 딱 표시가 나는 거다. 모든 시민이 헌혈을 해도 피가 모자라는 숫자는 사상자 3천 명 정도로 보면 된다.


    요는 관점이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그 지점에서 반드시 누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박정희가 군대를 끌고 나왔을 때 죽음은 확정되었다. 부당한 권력이 피를 남기지 않고 물러간 예는 역사에 없다. 때는 언젠가 온다. 지금이 그때인가? 그때가 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평소에 시뮬레이션 해놔야 한다. 박정희가 총을 들면 우리도 맞서 총을 들어야 한다.


    한국에서 그것이 가능할까? 나는 지금도 광주가 잘못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전두환의 학살만행만 강조하고 시민의 정의는 수동적으로 말한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어디서 터져도 터지게 되어 있었다. 시민의 정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한바탕 피를 뿌릴 마음의 준비들은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다들 역사책에서 그렇게 배웠으니까.


    부마항쟁이 먼저 있었고, 서울역에 10만이 집결했으며, 곧이어 광주가 터진 것인데 그걸 몰랐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서울역에 10만이 모였을 때 거기서 승부를 봐야만 했다. 여기서 밀리면 지방에서 터진다는건 누구나 직감하는 것이다. 당시에 내 판단은 그랬다. 서울역에서 위화도회군을 결정한 놈을 쳐죽여야 한다고. 그 자가 죽였다.


    서울을 비우는 바람에 지방이 타깃이 되었다. 어차피 집권하려면 생사람을 몇 천 명은 죽여서 대한민국 전체를 인질로 잡아야 되는데, 김일성이 남침유혹을 느낄만한 상황을 조성해야 군부의 집권이 심리적으로 용인되는데, 전두환이 밉지만 김일성보다는 낫지 하고 절충하도록 유도해야 되는데, 김일성이 남침핑계를 댈 숫자는 3천학살이다. 다 계산되어 있었다.


    그런데 서울역을 피로 물들이면 거기가 성지가 된다. 그래서 장소를 광주로 고른 것이다. 사상자 3천 명으로 맞추기에 적당한 장소 말이다. 광주의 진실을 몰랐다는 것은 절대로 말이 안 되고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고 말해야 한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무서워서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그게 트라우마다. 나는 광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일제의 침략에는 어리둥절하다가 당했지만 이번에는 녹록치 않게 결기를 보여줬다고. 일본인들은 꿈도 못 꾸는 거라고. 중국인들도 겨우 대자보나 붙였지 뭘 했느냐고. 우리 광주를 자랑하자. 미국인들은 저마다 총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두환 같은 독재자가 들어설 수 없다. 한국인들도 만만치 않다. 총 쏠 줄 모르는 한국남자는 이명박과 황교안밖에 없다.


    광주는 인간선언이다. 개는 짖다가 안 되면 개집으로 숨지만 인간은 총을 든다. 그리고 쏜다. 광주에서 총을 들었기 때문에 87년 서울에서 전두환이 꼬리를 내렸다. 80년 광주에서 총을 들지 않았다면 87년에 3천 명이 서울에서 죽기로 되어 있는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민주화 시계는 그만치 뒤로 후퇴한다. 서울역의 회군은 치욕이나 광주의 저항은 영광이다. 


    한국은 그런 나라다. 마음 속에 다들 총알 한 발씩은 감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라는 판단이 서면 주저없이 쏴야 한다. 역사의 순간에는 주저없이 역사의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해 5월 나는 광주에서 신을 만났고 이후 종교적인 사람이 되었다. 신은 그저 그 자리에 있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살아남은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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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오세

2017.05.18 (14:32:20)

그 총알 저도 맞았습니다. 

그리고 주워서 장전했습니다. 

[레벨:9]다원이

2017.05.18 (14:40:27)

짐승에서 인간으로 !
[레벨:2]약간의여유

2017.05.19 (14:32:14)

옛날에 알렉산더가 페르시아를 정복한 뒤 그 지역 관행에 따라 부하들에게 자신에게 절하라고 했었습니다.

그러자 장군들은 일제히 자신들은 독립된 인격을 가진 자유인인데 노예처럼 왕에게 무릅을 꿇을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텼다고 합니다. 

마케도니아군의 군사력이 어쩌면 이러한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존심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맞서기 위해서는 먼저 독립된 인간이 되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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