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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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02 vote 0 2017.04.20 (18:28:42)

     

    인생이 하나의 사건이라면 사건은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부모를 만나고 가족을 만나고 국가를 만나고 세계를 만나고 그 세계의 진보를 만나게 된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 부모를 내가 결정하지 않았고, 가족을 내가 결정하지 않았고, 국가를 내가 결정하지 않았다. 내가 누구를 만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철학이다. 반드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게임과 같다. 어디서 누구를 상대로 어떤 게임을 벌여야 하는지다. 결정해야 한다. 당신은 전장을 선택할 수 있다. 삼국지 게임에서 싸우든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겨루든 전장을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은 또 무기를 선택할 수 있고, 혈맹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전투를 거듭하면서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주어진 자원을 아껴 써야 한다.


    ◎ 첫째 전장선택.. 나는 누구이고 적은 누구인가?
    ◎ 둘째 무기선택.. 과학과 사실을 무기로 싸워야 한다.
    ◎ 셋째 혈맹선택.. 사회의 진보에 들어야 협력할 수 있다.
    ◎ 넷째 신분선택.. 전투하면서 자신을 발전시켜야 한다.
    ◎ 다섯 효율선택.. 당신은 자원을 아껴 써야 한다.


    인생에는 다섯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다. 선택을 통해 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다. 첫째 세상과의 관계설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피아구분이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다. 둘째 주어진 환경을 이용하는데서 에너지를 얻는다. 과학적 사실이 힘이 된다. 셋째 집단의 흐름에 올라타는 데서 에너지를 얻는다. 넷째 게임의 과정에서 나 자신을 보다 발전시켜야 한다.


    싸움을 통해 기술이 늘어 신분상승을 이루는 데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다섯째 주어진 자원을 절약하는 데서 에너지를 얻는다. 최종적으로는 다섯째의 자원절략이 승리의 비결이지만, 그 전의 네 단계는 모두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적의 자원을 소모시키고 아군의 자원을 유지하면 이긴다. 그런데 그 전에 세팅과정에서 아군의 자원을 소모하게 된다.


    애초에 게임머니가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딜레마다. 자원을 아껴야 승리하지만 자원을 아끼지 말아야 이길 수 있다. 지르려면 초반에 질러야 한다.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있어야 이긴다. 에너지는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에너지 밑천을 지출해야 한다. 에너지를 지출하면 망한다. 에너지를 지출하지 않아도 망한다.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게임머니는 제한되어 있다. 아껴모은 능력치로 직장을 잡든 결혼을 하든 그것은 자신의 신분을 선택하는 것이다. 삼성에 입사하여 삼성맨이 될 것인지 공무원 시험을 쳐서 공무원이 될 것인지 신분을 결정한다. 그러나 패배한다. 이재용은 혈맹을 잘 선택해서 아버지 빽으로 그저먹는다.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금수저를 이길 수 없다.


    당신은 그 전에 무기를 선택해야 한다. 전공이 중요하다. 이공계를 선택할지 인문계를 선택할지다. 이는 더 원초적인 문제가 된다. 먼저 전공을 선택하고 다음에 직장을 잡는다. 먼저 무기를 선택하고 다음에 혈맹을 선택한다. 진공의 선택이 무기선택이라면 직장을 잡는 것은 혈맹선택이다. 그 다음 결혼하는 것은 신분선택이다. 대개 이 순서대로 가게 된다.


    그러나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해도 승리할 수 없다. 당신의 승리는 주변의 누군가와 비교된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승리가 아니다. 진짜 게임은 인생의 부조리와 맞부딪히는데 있다. 당신은 무조건 패배로 결정되어 있다. 탄생하는 순간에 그렇게 운명지워져 있다. 유일한 타개의 방법은 신의 의지를 나의 의지로 삼고 신의 게임을 나의 게임으로 삼는 것이다.


    왜인가? 자기규정의 문제다.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는 순간 당신의 패배는 확정되는 것이다. 당신이 로또를 사는 순간 낙첨이 결정되어버리는 것과 같다. 태어나는 순간 죽음은 결정되어 있다. 입사하는 순간 퇴사는 결정되어 있다. 만나는 순간 헤어짐은 예정되어 있다. 게임에 가담하는 순간 털리게 되어 있다. 도박판에 진입하는 순간 오링되어 있다.


    당신은 전장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자기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타인에게 물으면 안 된다.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당신은 누구를 만날 것인가? 누구를 만나든 패배는 확정되어 있다. 누구를 타자로 삼는 순간 당신의 존재는 규정된다. 당신이 야구장을 찾는 순간 야구팬으로 확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당신이 극장을 찾는 순간 관객이 되어버린다. 당신은 심판이 될 수도 없고 선수가 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 시합은 당신이 주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당신을 그 무엇으로도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당신을 남자로도 여자로도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자신을 한국인으로도 일본인으로도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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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이미 패배해 있습니다. 당신이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자신을 자신으로 자기규정하는 순간 이미 게임에 져 있습니다. 지나가는 행인 1이 되어 있습니다. 도박장에 와서 털리는 호구가 되어 있습니다. 다단계에 낚인 거마대학생이 되어 있습니다. 운명에 낚인 인생이 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자신을 자신으로 규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의 규정이 나의 규정입니다. 신의 게임이 나의 게임입니다. 신의 의지가 나의 의지입니다. 나는 미래를 알고 있습니다. 내가 각본을 썼습니다. 나는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나는 게임을 주최합니다. 나는 선수도 아니고 관객도 아닙니다. 나는 그 무엇도 아닙니다. 나는 나에서 빠져나와 객관적인 존재자로 있습니다. 


   


[레벨:1]준이지

2017.04.20 (18:48:38)

카뮈의 이방인이 생각나네요. 

각 개인으로 주어진 역할극에서 벗어난 뫼르소. 

그러나 카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역할극의 감독이 되어야 한다. 뭐 이런거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9]id: 비랑가비랑가

2017.04.20 (19:39:45)

통쾌하게 패배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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