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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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122 vote 0 2010.03.09 (23:07:51)

노홍철 장윤정 김혜수 유해진

‘찌질한 군상은 되지 말자’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노홍철과 장윤정이 썰렁해졌다면, 혹은 앞으로 김혜수와 유해진의 결말이 잘못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실패다.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따진다면 유치하다.

 

중요한건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 우리 사회다. 그들은 억대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들이다. 잘나빠진 사람들이다. 제 앞가림 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오지랖 넖게 그들의 인생을 걱정해줄 이유는 전혀 없다.

 

남의 사생활 들여다 보고 궁시렁댄다면 치졸한 거다. 멀리있는 그들 일에 관심을 쏟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가까이 있는 우리다. 우리의 작품이다. 강호동이든 유재석이든 우리 사회가 낳은 하나의 작품이다.

 

김연아, 박찬호라면 대표작이다. 걸작이다. 작품이 잘못되면 누구 탓인가? 작가 탓이다. 누가 작가인가? 우리가 작가다. 그런 높은 수준의 의식을 가져야 한다. 작가가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얻자.

 

그러나 보라. 다들 자신을 팬으로 여기거나, 혹은 자신을 관객으로 여기거나, 혹은 지나가는 행인 1, 행인 2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퇴행이다. 수준 좀 높이자.

 

###

 

인생은 연극. 보통은 ‘나’를 연기한다. 그들은 나를 연기할 뿐 아니라 ‘연예인’이라는 것도 연기해야 하고, 덧붙여 ‘연인’이라는 것도 연기해야 했다. 게다가 ‘공인’이라는 해괴한 딱지도 붙여진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가뜩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다들 참견해서 한 마디씩 보탠다면 더 힘들어질 뿐이다.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주제'냐 '스타일이냐'다. 어떤 주제를 소화해 주기를 원하는가다. 공인의 모범이 되는 착한 커플? 결말의 해피엔딩? 왕자님과 공주님의 행복한 결혼? 그래서 잘먹고 잘살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지? 넘이사 잘 먹고 잘 살든 말든 그게 어쨌다고?

 

'주제'는 수준이 낮다. '스타일'은 더 수준이 높다. 어떤 차이인가? 누군가 노래하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떡 나서서 심판관 한다.


“에헴 나는 심판이니라. 채점을 하겠다. 넌 70점이야. 그거 가지고 되겠나? 더 노력해봐.”

 

보통 이러는 거다. 이런 식으로 참견한다. 또는 박수부대로 나선다. 입 헤벌어져서 침 흘리며 찬양하기 바쁘다. 혹은 노는 젊은이 걱정하는 마을어른 배역을 맡는다. 이게 주제다. 주제는 수준이 낮은 거다.

 

스타일은? 누가 노래하고 있다면 당연히 옆에서 연주를 해주거나, 혹은 춤을 추거나, 혹은 시를 읊거나, 혹은 그림을 감상하거나 하는게 맞다. 대등한 위치에 서 있으면서 더 빛나게 해주어야 한다.

 

두 가지 포지션이 있다.

 

주제를 따르는 접근법.. 대상이 있다면 그를 꾸짖는 어른, 시시콜콜 따지며 평가하는 심판, 막무가내 추종하는 관객, 결사반대하는 안티의 역할을 맡는다. 수직적 구조를 만들고 거기에 자기 포지션을 끼워넣는다.

 

스타일을 따르는 접근법.. 대상과 대등한 위치에 포지셔닝한다. 대상에 개입하지 않고 대상을 더 빛나게 한다. 전체의 조화를 도모한다.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끌어낸다. 수평구조를 만들고 함께 어우러진다.

 

여기서 고수와 하수가 갈라진다. 소동파의 일화에 따른 서원아집도라면 한 사람은 시를 쓰고, 한 사람은 설법하고, 한 사람은 그림을 감상하는데, 서로 참견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멋진 그림이 된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작품을 창조하지만 동시에 전체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방해하지도 않고, 꾸짖지도 않고, 평가하지도 않고, 추종하지도 않고, 반대하지도 않는다. 이런 의식이 있어야 한다.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설만 해도 그렇다. '유해진이라는 못난이를 감싸주는 멋진 천사 김혜수' 식으로 동화식 컨셉을 잡아간다면 유치하다. 이런 식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유형의 인간과는 상종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사 기자들의 덜 떨어진 행태를 보면 그렇다. 아주 '미녀와 야수' 실사판을 꾸며내려고 한다. 만약 잘못된다면 그런 얼간이들 탓일 수 있다. 위에 오르지도 말고 아래로 숙이지도 말고 대등하게 가야 자연스럽다.

 

생각하라. 남의 일을 보면 본능적으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면서 그 대상을 꾸짖거나, 염려하거나, 까탈잡거나, 추종하거나, 안티하거나 하는 식으로 수직구조 속에 자신을 끼워넣는 형태로 개입하지 않고 있는가를.

자신도 모르게 배역을 부여하고 연극하고 있지 않은가를. 줄을 세우고 그 줄 뒤에 가서 서고 있지 않은가를. 아뿔싸 실패다. 좀 아는 사람들은 그가 잘하건 못하건 내용에 개입하지 않는다. 대신 형식을 만든다.

중요한건 '그'가 아니라 '나'다. 노홍철이든 장윤정이든 김혜수든 유해진이든 그다. 비극이든 희극이든, 완성작이든 미완성작이든, 혹은 현재진행형이든 '그'가 만들어놓은 이야기 구조 안에 나를 삽입시킨다면 한심하다.

성공담이든 실패담이든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다. 묻어가지 말자. 그들은 적어도 '이야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자체로 가치있다.

지구상에서 제일 한심한 자가 김혜수 유해진 커플 스토리에 감동받고 교훈받고 눈물 흘리려는 자다. 그러다가 잘못되면 표변해서 질타한다. 맹렬한 안티로 변질된다. 이런 류의 덜 떨어진 자는 피하는게 신상에 좋다.

그런 자들이 노홍철 장윤정 커플에 대해서도 "도대체 어느 대목에서 감동받으란 말이냐? 아니 어느 장면에서 박수를 치라는 거지?" 하면서 골을 내는 것이다.

 

그 환경에서 잘될 확률보다 잘 안될 확률이 높다. 쿨하게 가자. 더 나아가 잘되고 잘못되고가 무어냐는 말이다. 멋진 결혼? 해피엔딩? 잘 먹고 잘 살고? 아들 낳고 딸 낳고? 웃기지 마셔.

잘되고 못되고는 결말에 달려있지 않다. 좋은 결말이라야 잘된 것이 아니다. 왜 결말에 집착하지? 스타일이 중요하다. 진짜 잘된 것은 운명의 한 순간에 둘이 각자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느냐다.

부부든 연인이든 친구든 상관없다. 어떻든 그들에게도 빛 나는 한 순간은 있었을 터이다. 그 한 순간에 전광석화처럼 번뜩이는 그 무엇이 있었느냐다. 사후에 헤어졌건 말았건 뒷이야기는 아무래도 좋다.

 

유해진, 장윤정, 김혜수, 노홍철이 무슨 짓을 했든 그들은 적어도 그린 것이며, 혹은 노래한 것이며, 혹은 설법한 것이며, 혹은 시를 읊은 것이며, 혹은 춤을 춘 것이다. 작품을 만들었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나 또한 옆에서 그리고, 노래하고, 설법하고, 시를 쓰고, 읊어주고, 춤 추면 된다. 멋진 화음 끌어내면 된다. 빛나게 하면 된다. 결말은 무관심, 과정이 중요, 현재가 중요, 그가 아니라 '나'가 중요.


진눈깨비 하얗게 나린다. 이런날 막걸리 한잔 제격이다. 그 뿐이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0.03.10 (04:41:32)

글 맛 참 시원하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4]달근

2010.03.10 (09:02:21)

잘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0.03.15 (00:05:04)

"진눈깨비 하얗게 나린다. 이런날 막걸리 한잔 제격이다. 그 뿐이다. "

글이 참 맛있소.
노래라도 한 자락 하고싶구랴. 써~언하게.

노래를 꽃 한송이로 대신하오.




첨부
[레벨:5]Ra.D

2010.03.15 (10:12:44)

월욜아침부터 기분 좋~~습니다 -ㅁ-
[레벨:4]백당시기

2010.03.18 (23:54:09)

그들은 그들의 인생이 있고,
나는 나의 인생이 있다.

그들은 연예인이니 그들의 행위를 팔아먹고
나는 재미삼아 심심풀이로 그들의 행위를 대하는 것이고.

그들의 행위를 재미삼아 심심풀이로 대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돈벌이의 길이지만,
나에게는 그들의 행위가 재미삼아 혹은 참고이상의 것은 되지 않는다.

언제부터 연예인들에게 감정이입을 했었지?
그것도 순간적인 감정이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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