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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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636 vote 0 2015.02.05 (14:33:40)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일본 특유의 천황제에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관련하여 뭔가 이해가 안 되는게 있으면, 무조건 ‘그게 다 덴노 때문이야.’ 이렇게 보면 된다. 일본은 여전히 신토국가인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신토주의 세계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토주의를 떠받치는 와和 사상을 이해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별건 아니다. 와和 사상은 간단히 일본인들은 사내에서 카톡으로 업무와 관련한 대화를 해도 일분간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때문에 한국인들은 답답해 미쳐버리는 것이다. 일본인에게는 서로의 혼네와 다테마에를 탐지하고 포지션을 정립하는 소중한 시간인데 말이다.


    구조론으로는 모든 의사결정은 상부구조로부터 시작되며, 상부구조는 바깥에 있고, 그 바깥이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일본은 고립된 섬이라서 그 바깥이 없다. 그래서 와和를 만들어낸 것이다. 즉 내부인끼리 외부인 취급을 하는 것이다. 외부인이기 때문에 복잡한 의전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서 일단 대화가 쉽지 않다.


    한국인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말한다. 일본인에게 그것은 매우 거칠고 난폭한 행동이다. 한국인도 말을 빙빙 돌리는게 있지만 일본은 그 정도가 심하다는 거다. 그래서? 일본인이 절대 꺼내지 못하는 본론이 천황제-신토인 것이다.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천황제다. 신토주의다. 일본은 덴노를 지키기에 필사적이다.


    ◎ 아베의 본심 – 이 정도 눈치 줬으면 박근혜가 알아먹어야지. 일본도 내부적으로 곤란한 사정이 있다구. 비밀회담 한 번만 해주면 내가 일본의 난처한 입장을 박근혜에게 잘 설명하여 납득시킬텐데.


    물론 눈치없는 한국인이 이걸 알아먹을 리가 없다. 2차대전 주범은 히로히또다. 일본인은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일본인은 죄없다. 천황이 나쁜 거다. 그럼 왜 덴노를 놔두냐고? 공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1억 일본인이 다 공범인데 천황이 혼자 덮어쓰고 맥아더와 협상해서 퉁쳤다. 대속되어 일본인의 책임이 면책됐다.


    대신 천황이 맥아더에게 무려 머리를 조아렸다. 대표로 사과했으니 해결되었다. 끝. 즉 일본의 전쟁책임을 천황이 모두 떠맡은 다음, 맥아더와 담판으로 해결했다는 거다. 물론 그럴 리가 없다. 어쨌든 그런 걸로 한다. 일본이 되살아난 것은 한국전쟁 덕분이지만 일본은 천황의 은덕에 감복한 맥아더가 살려준 것으로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신토는 종교다. 종교가 언제 논리 따졌냐고. 종교는 종교로 이해해달라는 말이다. 근데 그건 일본종교지 한국종교가 아니잖아. 그치만 어쨌든 일본 입장은 그렇다고. 그러니 니네 한국인이 이해해 달라고. 종교인하고 대화 되는거 봤어? 한국의 기독교 목사들도 세금을 안내고 잘만 버티잖아. 안그래?


    위안부 문제는 일본인에게 2차대전 문제고, 전범문제이고, 결국 천황제의 문제고 신토사상의 문제다. 일본인에게 신토교에서 다른 종교로 갈아타라는 말이 된다. 무슬림들도 마호멧을 모독하면 참지 못하고 테러를 저지르는 판인데 신토신앙의 일본인이라고 교주모욕을 참고 있겠느냐 말이다. 일본은 그런 눈치를 주고 있다.


    천황제는 일본의 약한 고리다. 사소해 보이지만 큰 거다. 일본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일본은 독립하여 중국관광객을 받겠다는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의 아이누인, 재일교포에 부라쿠민까지 복잡하다. 만약 천황제가 없었다면 공산당에 의해 내전이 발발해서 최소 10만은 죽었을지 모른다.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결국 천황이 한국을 방문하여 사과해야 해결되는 문제다. 천황이 머리를 숙인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이게 정치적 해결이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종교의 붕괴다. 무슬림들에게 마호멧이 와서 사죄하라고 하면 어떻겠는가? 기독교인과 대화할 때는 예수나 하느님을 건드리면 안 되고, 불교라도 석가는 성역이다.


    표현의 자유를 떠나 마호멧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이건 지식인의 교양이다. 흑인과 대화할 때는 피부색을 거론하지 말아야 하고, 일본인과 이야기할 때는 덴노를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일본인이 원하는 거다. 그런데 위안부 문제는 결국 덴노를 개입시킬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일본인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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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들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덴노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이 원하는 그림이 안 나와준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정치적 회담이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종교적인 예절의 문제다. 결론적으로 일본은 종교의 한계로 태국수준의 봉건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축이 되어 있다. 어느 한 쪽에 붙으면 안 되고 중립을 해서도 안 되고, 왔다갔다 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별 수 없는 친미국가다. 친미에서 절대 떨어져 나올 수 없다. 히로히또가 맥아더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운명이 정해진 것이다. 즉 일본의 반미는 히로히또 저격이다.


    2차대전은 중죄다. 그 죄를 탐감받아낸 장본인은 히로히또인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한국인 입장에서는 그 죄가 전혀 탕감된게 아니다. 일본 입장에선 맥아더가 히로히또의 죄를 사면했으므로 위안부 문제도 묻어간 것이고 한국이 불만이 있다면 맥아더에게 물어봐야 한다. 한국인이 당사자라는 사실을 일본은 부정한다.


    ◎ 한국의 입장 – 한국과 일본의 관계다. 일본은 한국의 625라는 재난을 이용하여 악랄하게 빠져나갔다. 문제가 해결된게 아니라 뒤로 미루어진 것이다.


    ◎ 일본의 입장 – 히로히또의 은덕에 감복한 맥아더가 결말을 지었다. 625의 재난에서 미국이 한국을 구해줬으므로 그걸로 셈셈이쳐서 다 해결된 거다.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이 반미로 돌아선다는 것은 히로히또가 맥아더에게 수치를 당하며, 어렵게 탕감받아놓은 채무를 도로물리는 셈으로 된다. 맥아더가 신토교주인 히로히또의 신통력에 감복하여 다 해결한게 아니라는 말이 된다. 히로히또는 신통력이 전혀 없고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된다.


    문제는 이게 일본 입장에서 매우 쪽팔리는 사정이라는 거다. 그러므로 일본인은 정면으로 이 문제를 거론할 수 없다. 한국인이 눈치껏 일본의 속사정을 헤아려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박근혜와 아베의 비밀회담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런 거다. 원래 면전에서 말하면 안 되는 거다.


    정리하자. 한국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 축을 이루었다. 반도국가의 잇점이다. 일본의 급성장은 그 이익을 충분히 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의 이익이 깨졌다. 왜? 고르바초프 때문이다. 소련이 붕괴하자 일본의 지정학적 가치가 제로가 된 것이며 그 여파로 한국도 IMF탄 맞았다. 모든 것의 배후에 소련이 있다.


    소련의 멸망은 일본과 한국의 가치를 동시에 깨뜨렸다. 그런데 한국을 살려준 것은 중국이었다. 소련이 망한 만큼 중국이 뜨고, 한국은 중국을 발판으로 미국을 엿먹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일본은? 소련이 있었을 때가 좋았지. 좋은 시절은 지나가 버렸다. 일본이 힘을 쓰려면 스스로 저울의 축이 되어야 한다.


    저울의 축이 되려면 일본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가져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를 좋게 하려면 친미에서 반미나 탈미로 돌아서야 한다. 혹은 부분적으로라도 국제관계에서 중국편을 들며 은근히 미국을 엿먹여야 한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그것은 히로히또의 면을 깎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절대 반미로는 못 간다.


    중립으로도 못 간다. 반미는 커녕 탈미도 못한다. 그게 일본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종교라는 것은 원래 이성과 논리의 영역이 아닌 거다. 어쨌든 일본이 원하는 것은 한일 비밀회담이고, 경제가 불황인 지금 박근혜도 계속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중요한건 일본의 급소가 천황제-신토주의라는 것이다. 가끔 때려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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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결정의 관절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 구조론입니다. 이익을 관절이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천황제라는 하나의 관절이 더 있는 것입니다. 한 번 더 결재받는 과정을 거친다는 거죠. 남자친구와 사귀는데 남자친구가 마마보이라서 '엄마한테 허락받고 오겠다.'는 식인 거죠. 돌아버리는 겁니다. 한국은 해양과 대륙 사이의 관절이 되어 있습니다. 관절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거죠. 그 관절을 거쳐야 하는 양쪽은 물론 손해를 보는 것이고. 일본은 덴노의 체면을 깎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못하고 한국이 눈치를 채서 양해해주길 바라며, 뒤로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다행히 박근혜가 우둔해서 눈치를 못 채고 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5.02.05 (14:59:34)

군대도 없는 나라한테 무슨. 이건 대놓고 미국 큰형님께 조아리는 자세.

인질이 잡혀가도 응징할 군대가 없어.

일본은 타의로 그렇게 된거라고 하지만 결국은 외교로 스스로 해결했어야 할 문제.

먹고 살려니 미국 눈치를 안볼 수 없다는 말은, 넘보는 앞에서 차마 못하겠고, 

중국이나 한국과 손 잡자니, 전범국이라 과거사를 반드시 해결해야 친하게 지낼 수 있는데..


고참이 신참을 혼낼 때는 따로 불러서 살짝 얘기해줘야 

신참이 안쪽팔려 하면서도 고참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지만,

박근혜가 그런 걸 해봤을리 없는게, 

대놓고 '나쁜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인간인걸 보면 알 수 있삼.


지금 박근혜는 국민에게 '제발 내마음을 관심법으로 맞춰서 나를 밀어주삼'이라고 시위하는 중.

스스로를 비련의 여인으로 만들어 왕자님이 손잡아주실까 기다리는거.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5.02.05 (18:18:26)

탈미는 히로히또의 면을 깎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절대 반미로는 못 간다.
밑줄긋기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15.02.05 (22:12:26)

일본, 중국, 사이의 한국. 동렬옹 말씀중에, 머리를 비우고, 머리안에 대칭형을 두어야한다는 생각을 하는데...한국은, 위치상, 대칭구조를 이미 획득한 케이스. 밖에서 보니, 일본과 중국은, 절대 함께 갈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음.


대칭구도를 형성해야, 두뇌가 움직임. 뭐 좀 열심히 할려는 망상 버리고, 대칭의 긴장을 즐겨야. 근데, 정작 손정의가 다 먹고 있으니, 아이러니. 한국두뇌들은 사꾼 맹박한테 얻어터지고 있구..

[레벨:1]동네큰형

2015.02.08 (00:54:19)

탁월한 식견이십니다.

 

한국과 일본은 대화가 불가능한 상대죠.

 

왜냐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 개념 자체가 너무 다르거든요.

 

그래서 일본하고는 그냥 불가근 불가원 하는것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일본은 가까이 해봤자 별로 도움 안되는 종족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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