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19642 vote 0 2008.10.30 (20:19:18)

조성민과 최진실

*** 초딩엄금,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 이야기랍니다. ***

이런 엿 같은 나라에서.. 오늘 또 하루를 살아주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유감 천만이다. 덴장! 덴장! 덴장! 대꾸할 기운도 잃게 하는, 비판해줄 가치도 없는, 반론을 위한 논리전개조차가 불필요한.. 그냥 귀싸대기를 한 대 올려붙여준다거나 굴밤을 멕여준다면 몰라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보같은 뉴스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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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주책.. 그거 주책 맞다 등신아! 이외수가 부러웠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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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 무대에서는 등장인물이 모두 바보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바보가 바보만나 바보짓 하다 바보되었다는 바보같은 이야기. 보는 관객만 바보되고 만다.

그 영화에는.. 결코 ‘강마에’와 같은 속 시원한 천재가 등장해주지 않는다. 왜? 천재를 등장시키려면 천재의 세계를 조금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 본인이 바보니까 바보같은 이야기나 할 밖에.

수준이다. 한국영화의 문제는 전반적으로 수준이 낮다는 거.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병규 꼴값스런 뉴스만 이어지니 칼럼을 쓸 수 없다. 글이 되어주지를 않으니 이런 쓸데없는 글이나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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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은 잘 나가는 야구선수였다. 참한 양가집 규수 맞아 오손도손 잘 사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한낱 딴따라에 불과한 최진실에게 꼬였다. 최진실이 톱스타라지만.. 그건 그쪽 동네에서나 먹히는 규칙에 불과. 결혼시장에서는 떨이로 줘도 안 데려간다는 노처녀에 불과.

조성민이 아름답다. 왜? 그는 기꺼이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저울질 하지 않고 말이다. 최진실이 나빴다. 그 상황에서 대한민국 어느 남자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건 불가능하다.

공주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마당쇠가 어디에 있겠는가? 당장 내일 죽는다해도 나는 웃으면서 그 독배를 마시리! 조성민은 독배를 마셨고.. 거진 죽었다. 그는 거의 폐인이 되었다. 예정된 코스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썩어내려 앉았다. 이 말을 이해못한다면 당신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거.

만약 그가 있는 집안에서 제대로 교육받은 현명한 사람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딴따라에 불과한.. 쓴 것이라고는 가면 밖에 없는.. 최진실을 거절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현명한 자들과는 마주치지 않는다. 왜? 재수없다!

열정이 없는.. 걸어다니는 시체들과는 공존하지 않는다.

이제 조성민에게 남은 선택은 둘 뿐. 득도하여 해탈한 스님 되거나 소주병 양손에 쥔 노숙자 되거나. 그는 처음부터 예감했어야 했다. 어쩌면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조성민은 그래서 멋쟁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예고된 불행 속으로 성큼 걸어들어간 멍청이.. 영화주인공이 흔히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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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은 톱스타였다. 그는 여느 통속적인 여배우와 다르게.. 재벌 2세나 재미교포 갑부를 선택하지 않고, 정치인 뒤나 따라다니지 않고.. 별 볼 일없는 퇴물 야구선수를 선택했다. 왜? 사랑했기 때문에. 그래서 최진실이 아름답다.

이건 중요한 문제다. 최진실 집안은 가난 끝에 자수성가한.. 일본동화 우동한그릇을 연상하게 하는 눈물스토리.. 그런 집안이라면 당연히 재벌 2세라도 낚아서 호의호식 하는 속물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 다들 그 길로 갔다.

그러나 그는 용감했다. 붕알 두 쪽 밖에 없는, 대가리에 든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깡통, 몸으로 때우는 게 직업인.. 철부지 왕자 조성민을 선택했다. 왕자 가면을 썼지만 실제로는 머슴에 불과한.. 그런 대책없는 자를 말이다. 이건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이다. 그래서 멋지다. 미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결혼은 무덤이다. 결혼은 희생이다. 상대방을 위하여 봉사해야 한다. 왕자와 공주의 멋진 결혼은 그런 상전과 하인의 역할분담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는.. 알아주는 명문가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간다고.. 그들은 분수넘치게도 재벌급 명문가 흉내를 낸 것이다.

잔치는 끝났다. 파탄은 예정되어 있었다. 왜? 그들에게는 멋진 결혼 그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뒤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쨌든 두 사람은 결혼했다. 그 순간에 빛났다. 사람들은 모두 흡족해 했다.

그 다음 장은? 없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 최진실과 조성민의 결혼으로 해피엔딩. 둘이서 아들 낳고 딸 낳고 잘 먹고 잘살았단다. 그 뒤는 묻지 마라! 속편은 쓰지 마라. 이 밑으로는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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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끝나고.. 그들은 각자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조성민은 본래의 별 볼 일없는 퇴물 야구선수로 돌아가고, 최진실은 왕년의 톱스타로 돌아갔다.

톱스타래봤자 껍대기 뿐이다. 사람의 격은 돈에 의해 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주변에 지성인 한 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맨발의 엄기봉 씨와 같다. 그의 불행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이었다. 왕년의 권투챔피언 중에 그 후로 행복해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나? 거리의 주먹은 성공해도 여전히 거리를 배회하는 사내일 뿐.

조성민이 최진실과의 서로 참고 서로 양보하며 결혼생활을 무리없이 잘 해낼 수 있었지 않느냐는 순진한 생각을 가진 사람도 더러는 있을 것이다. 부디 환상에서 깨어나시라. 인류역사에 이런 류의 드라마는 모두 비극이었다.

조성민이 지적인 인간이었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적인 조성민이 딴따라 최진실을 선택할 리 없고, 영리한 최진실이 숱한 재벌 2세 제쳐놓고 몸으로 때우는 하층민의 직업을 가진 조성민을 선택할 리 없다.

둘은 결함있는 인간이다. 평범한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너도 그러하고 나도 그러하듯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한 것이며, 결혼의 순간까지 둘은 서로를 보완했고, 그래서 그 결혼은 빛났고.. 아름다웠고.. 멋있었고.. 관객인 당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는 것 뿐.. 드라마는 거기서 끝. 이후로는 원래 구조적으로 서로를 보완할 수 없게 되어 있었으므로 예정대로 갈라섰다. 또한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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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상황에서 구조화된 필연성이다. 어떤 사람이 로또에 당첨되었다고 치자. 주변 사람들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 같이 부자가 되지 않는 한 결코 행복해지지 않는다. 신분상승은 반드시 주변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부터 졸부들은 가문이 받쳐주는.. 이른바 뼈대있는 집안과 혼사를 추진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2대를 못가서 망하고 만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빌어먹을 속물들이 다 그렇듯이 말이다.

최진실과 조성민은 적어도 속물코스를 피했다. 성공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며.. 원래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이후의 계속적인 행복은.. 가면을 두개씩이나 쓴 타고난 배우들에게나 가능한.. 지존급 속물들에게나 가능한.. 인생을 통째로 연극하라는 압박은 무리다. 그들은 적어도 솔직했다.  

그러므로 고독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현실에서 동화를 찾는 순진한 관객을 위해 이중인격의 가면을 쓰고.. 계속 연극을 해주기를 바라는 주변의 터무니없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인가? 최진실 주변에 포진한 .. 지성인은 단 한 명도 없는.. 인물들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사실. 최진실 사단 중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사람이 몇인가? 하층민이 혼자서 신분상승해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최진실은 주변 모두가 함께 상승하여 함께 행복해지도록 하는 무리한 책임을 떠맡았던 것이다.

조성민은 자신을 위한 홀가분한 선택을 했다. 잘한 일이다. 최진실은 그러지 못했다. 독해지지 못했다. 쿨해지지 못했다. 끊어내지 못했다. 최진실의 죽음은 조성민 때문이다. 조성민이 자신의 길을 간 것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왜 그것을 최진실이 유쾌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느냐다. 전유성과 진미령처럼 산뜻해지지 못하고, 조영남과 윤여정처럼 느끼해지지 못했느냐다. 주변의 시선 때문이다. 작은 오류를 큰 불행으로 증폭시킨다.

행복해야 한다는 압박감.. 연극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솔직했던 것이 문제. 어색해지고 이상해진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면 조성민이 무슨 짓을 하던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 누군가 있었기 때문에 최진실의 꼴이 우습게 된다. 적군과 아군으로 편이 갈리는 게임의 법칙이 작동하면 말려들고 만다. 그는 죽어서 조성민을 얻었다. 늦었지만 적어도 조성민은 최진실의 진심을 이해한 것..

조성민을 비난하는 것은.. 그런 사람을 사랑한, 그리고 끝내 잊지 못한 최진실을 확인사살하는 것이다. 입으로는 조성민을 비난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사람과 연결된 최진실을 비난하는 것이다. 특히 주변에서 기생하던 인물들은.

애증은 동전의 양면. 조성민은 최진실의 일면을 사랑했고 최진실 역시 마찬가지다. 99프로의 결함에 눈감고 빛나는 1프로에 매혹된.. 그 탐미주의자들에게 내 잔을 바친다. 서로의 일면을 얻었을 때 그들은 완벽했고, 나머지 전부를 얻으려 했을 때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워 서로를 찌르게 되었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 그렇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왜 전부를 욕심내는가?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이 눈물나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아름답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행복은 결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두 사람이 운명의 한 지점에서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가다. 가면을 쓰고 행복하게 사는 그 많은 속물들보다는 낫다.

PS.. 탐미주의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마치 자신이 판관이라도 된 양, 그럴 권한이라도 있는 양 씩씩거리며 판결하려드는 당신에게는 옐로카드.

www.drki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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