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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584 vote 0 2003.12.31 (14:16:51)

‘사람들은 왜 밤이 되면 잠이 드는 것일까?’ 과학자들도 밝혀내지 못한 생명의 신비다. 분명한 사실은 잠을 자므로 해서 새아침이 반갑고 하루의 기분이 새롭다는 점이다. 잠을 자지 않는다면 어제의 기분이 그대로 이어져서 하루를 망쳐버릴지도 모른다.

『 새해를 맞아 묵은 잘못을 씻어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

나는 본래 기념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연말연시니 명절이니 하는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망년회에 참여해 본 기억도 없다시피하다. 올해부터 약간은 달라지기로 한다. 세상과의 접촉면을 늘려보기로 한다. 새해는 제천 박달재에서 친구들과 함께 맞이할 예정이다.

2003년이 가고 2004년이 온다.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는 것이 세월이다. 그 흐르는 물 위에 점 하나 찍어두기로서니 특별한 의미가 있을 리 없다. 그렇지만 저녁에 잠을 청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새롭듯이 오늘 이 한 해의 물러감을 기념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서 스스로 새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사지 않은 복권은 당첨되지 않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인사하지만 복을 받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로또에 당첨되는 복을 바란다면 일단 로또복권을 사야만 한다. 좋은 회사에 취직이 되는 복을 바란다면 일단 그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야 한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복을 바란다면 일단은 만나야 한다. 복은 확률이다. 행복의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만이 그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들이 꿈 꾸는 ‘희망’이란 것도 그러하다.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다.

꿈꾸는대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냉소하고 체념하는 것 보다는 낫다. 조금씩 행복의 확률을 높여간다면 언젠가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믿는다. 또는 그러한 진보에 조금은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행복은 과학이자 전략이다
왜 사람들은 연말연시니 해서 카드를 돌리고 인사를 하는 것일까? 행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왜 사람들은 생일이니 기념일이니 발렌타인데이니 해서 선물을 주고 받으며 서로 축하를 하는 것일까? 또한 ‘행복의 전략’일 수 있다.

복 중에 가장 큰 복은 무엇일까? 좋은 사람과 만나는 복이다. 로또에 당첨되기를 바라느니 로또에 당첨된 사람과 사귀는 편이 훨씬 빠르다. 노력해서 성공하고 출세하느니 성공할 것으로 짐작되는 사람과 사귀어두는 편이 더 쉽다. 또한 행복의 전략이 된다.

행복은 확률이다. 그러면서 과학이다. 또한 전략일 수 있다.

서프라이즈를 통해서 우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서프라이즈의 사람들이 좋다’는 것이다. 그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인연을 맺고 사귀는 것이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는 것 보다 행복을 위하여 더 훌륭한 전략일 수 있다.

군대의 요령, 인생의 요령
자대배치를 받은 이등병들 중에서는 한 동안 두통을 앓는 사람이 있다. 지나치게 긴장해서 실제로 머리가 지끈지근 아픈 것이다. 빠지기(군기가)의 요령을 전수해 주었다. 평소에는 긴장을 풀고 있으라는 말이다.

고참들은 변덕스럽다.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눈알을 부라린다. 이등병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머리가 아픈 것이다. 간단하다. 소대장이나 선임하사가 내무반을 찾았을 때는 웃어도 된다. 긴장할 이유가 없다.

다른 내무반의 병장이 찾아왔을 때는 목숨걸고 각을 잡아야 한다. 그 미묘한 차이를 이등병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거꾸로 소대장이 왔을 때는 각을 잡고 다른 내무반의 병장이 왔을 때는 웃다가 고참들에게 혼이 나는 것이다.

군대는 요령이다. 군기는 빠질수록 좋고, 명령에는 개길수록 좋고, 작업 때는 짱박힐수록 좋다.(이건 비유.. 양해를) 그러기 위해서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군기를 잡는 이유, 명령을 내리는 이유, 작업을 하는 이유 말이다.

눈이 계속 퍼붓는데 자꾸만 쓸어내라고 하는 이유, 소대장이나 중대장님 보다 바로 위의 고참에게 먼저 보고하게 하는 이유, 다른 내무반 고참이 들어왔을 때 더욱 각을 잡아야 하는 이유들 말이다. 알고보면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알면 군생활이 편해진다.  

서프라이즈는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마케터님 말씀을 빌자면 글쟁이는 ‘철학’이나 ‘지식’이나 ‘감동’이나 그 셋 중 하나라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나는 본래 지식을 가지지 못했다. 텔레비전도 안보는 편이어서 정보에도 뒤처지고 있다. 철학과 감동을 날마다 생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프라이저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쩌면 내가 가진 것은 밑바닥 생활의 체험에서 얻은 눈치 뿐인지도 모른다. 나는 적어도 소대장이 왔을 때와 다른 내무반의 고참이 왔을 때 공기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상황에 따라 조직사회에서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군 생활의 요령이란 무엇일까? 또한 확률이다. 확률의 과학이 있고 확률의 전략이 있다. 정치판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예측 또한 확률에 불과하다. 절대로 그렇게 되라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방향을 찾아내는 방향감각은 가지고 있다.

주제넘게도 정치판에 개입하여 한마디씩 거들고 나서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밑바닥 출신인 노무현의 심리를 누구 보다 잘 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들의 군집이라 할 조직사회가 어떤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묵은 것이 가고 새것이 온다.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 위라면 뛰어난 항해술 보다 작은 나침반 하나가 중요하다. 길만 잃지 않으면 기어이 항구를 찾아낼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은 나침반 하나 뿐이다. 필자가 말해줄 수 있는 것도 나침반의 지침 뿐이다.

우리당이 승리한다고 장담은 하지 않는다. 노무현이 성공한다고 보장은 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당과 노무현이 조금씩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으며 앞으로도 그리하리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내일 뜨는 해가 오늘 뜨는 해와 다른 종류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허공을 항해하는 우주왕복선이 특정한 지점에서 궤도수정을 하듯이, 대한민국의 4500만이 일제히 보조를 맞추어 궤도수정할 일이 있다면 내일이 바로 그날이다.

거함이 항구를 떠나면서 한번 자세를 고쳐잡으면 다시는 항로를 바꾸지 않는다. 4500만이 다시 한번 자세를 고쳐잡는 날이 있다면.. 내일(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덧글 ..
새해에는 모든 백수가 취직하게 하소서.
새해에는 모든 솔로들이 탈출하게 하소서.
새해에는 희망돼지가 차떼기를 물리치게 하소서.
새해에는 리무진이 개골창에 처박히고 티코가 추월하게 하소서.
새해에는 부시가 재선에서 물을 먹게 하소서.
새해에는 한나라당이 쪼개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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