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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09 vote 0 2020.07.28 (14:30:53)

      

    참 나쁜 생태주의


    성찰, 진정성, 생태 따위 주술사의 언어가 나오면 그게 퇴행이다. 마법사의 주문 같은 만병통치어들 있다. 뭐든 곤란하면 생태를 외치고 그 뒤에 숨으면 된다. 신문기자 노릇도 쉽다. 대충 기사 쓰고 마지막에 '이게 다 생태적 관점의 결여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하고 끝맺으면 된다. 명문이네. 


    생태는 무엇일까? 아무 뜻도 없다. 어쨌든 동태는 아니고 명태도 아니다. 굳이 말하면 무위자연의 원리에 의해 저절로 되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인데 그럴 리가 없잖아. 환경주의는 인간 주도로 환경을 통제하자는 것이다. 인간이 빠지고 환경이 지들끼리 치고받는게 생태다. 보수의 끝판왕이다. 


    환경이 지들끼리 치고받으면 가시박이 이기고, 칡덩굴이 이기고, 환삼덩굴이 이긴다. 국토를 가시박에게 내주자는 말인가? 놔두면 배스와 블루길이 다 먹는다. 그리고 멸망한다. 인간이 개입해서 코로나19를 막아야 한다. 가만놔두면 저절로 코로나가 잡히고 시장원리에 의해 집값이 해결된다?


    보수꼴통 생각이다. 그럴 리가 없잖아. 특히 한국처럼 바닥이 좁은 곳에서는 힘센 몇몇이 짜고 시장을 교란하기는 식은 죽 먹기다. 가만 놔두면 재벌이 자본주의를 초토화시킨다. 트럼프가 가만 내버려 두니 리비아는 점점 막장으로 치닫는다. 어설픈 개입보다 가만 있는게 나을 때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월남전 수렁에서 빠져나오려면 적극적으로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하고 지금 중국의 신패권주의에 맞서려면 북한과 손잡아야 한다. 가만 놔두면 북한이 핵 끌어안고 굶어 죽는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가만 있자는건 비겁자의 행동이다. 물론 바보는 가만히 있는게 돕는 거다.


    묵가는 적극적으로 약소국을 도왔다. 어떤 바보가 말했다. 우리가 약소국을 도우니 천하에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진시황에게 맡겨두면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까? 과연 천하가 조용해졌다. 국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앙이다. 오늘날 중국의 처참한 모습은 묵가들이 설계한 그림이다.


    언제나 바보 서생들이 대사를 그르쳐왔다. 왜 생태주의는 망하는가? 이원론의 한계다. 입자를 보기 때문이다. 머리와 꼬리를 연결하는 라인 1을 보는 것이 율곡의 일원론이다. 머리와 꼬리를 각각 떼어 보는 것이 퇴계 이원론이다. 진정한 상호작용은 시간 속에서 승수효과의 형태로 일어난다.


    가속적으로 진행된다. 지수함수로 급증하여 순식간에 치고 올라온다. 맨 처음 들어가는 마중물이 중요하다. 거기서 제곱을 탈지 세제곱을 탈지 결정된다. 반드시 인위적인 설계 들어가야 한다. 지구가 저절로 돌아가는 것은 태양의 부단한 에너지 공급 때문이다. 에너지 끊기면 바로 사망한다.


    지구의 에너지 순환은 1천억 분의 1의 확률로 고도의 설계가 들어간 극단적인 예외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은하 안에 지구 정도 되는 행성은 많아야 다섯 손가락이라고 한다. 지구 주변 항성에 딸린 십만 개 행성에는 지구 비슷한 것이 없다. 이차대전 후 한국만큼 흥한 식민지 국가는 전혀 없다.


    좀 되니까 '저절로 되는구나' 하는 믿음이라면 순진한 거다. 되게 해야 된다. 고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정밀항해가 아니면 안 된다. 물론 저절로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지구가 일단 멸망하고 인류가 2억 명까지 줄면 생태가 다시 복원되고 지구는 살만한 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가?


    정리하자. 우리는 상호작용을 공간의 것으로 착각한다. 상호작용은 시간상에서 일어 지수함수적으로 가속화된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승수효과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성 덕분이다. 양의 되먹임이 끝도 없이 일어나야 한다. 이렇게 되는 조건은 극도로 희박하다. 저절로는 절대 이렇게 안 된다.


    될 수도 있는데 그 경우는 지구가 파멸된 후다. 인류를 다 죽이면 생태가 복원된다. 양의 되먹임을 끌어내야 자연의 상호작용으로 회복된다. 어떻게 양의 되먹임을 연출하지? 생태계는 태양에 의지한다. 미국이 태양의 역할을 해야 지구가 조용하다. 트럼프처럼 무위자연 하고 앉았으면 망한다.


    왜 생태주의가 인문학적 재앙인가? 무뇌 때문이다. 예컨대 이런 거다. 인도는 50년대부터 자동차를 생산했는데 50년간 모델을 바꾸지 않았다. 왜 바꾸지 않을까? 바꿀 수 없다.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신형이 나와야지 한 번 흐름이 끊어지면 협력업체가 다 망해서 기술자를 구할 수도 없는 거다.


    상호작용이 끊어졌다. 그렇다면? 신차가 필요하지 않아도 억지로 신차를 만들어야 한다. 옷가게에 어떤 옷이 잘 팔린다. 그 옷을 판다. 망한다. 청바지는 인류의 적이다. 모든 사람이 스티브 잡스 청바지를 입고 워스트 드레서가 되면 의류업계는 혈관이 막혀서 총체적으로 무너져 버리는 거다.


    신차, 신작, 신상, 신제품, 패션, 뉴스, 유행, 트렌드는 안 되면 가짜뉴스라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잘 팔리는 옷의 생산을 중단하고 디자인이 안 좋아도 무조건 신상을 내야 한다. 사실 너무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망한 회사 많다. 차가 내구성이 너무 좋으면 신차를 구입하지 않는 식이다.

 

    전 국민이 주택을 가지면 전 국민이 거지가 된다. 동유럽에서 일어난 일이다. 에너지의 순환은 어떻게든 양의 되먹임을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 거기에는 반드시 권력이 작동한다. 생태주의는 권력을 반대하므로 이런 것을 죄다 반대한다. 그리고 멸망한다. 왜? 신상, 신작, 신제품이 권력이다.


    사회는 권력이라는 혈관에 의해 작동하므로 좋은 사회는 부단히 권력을 생산해야 한다. 정치권력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므로 문화권력, 자본권력 등 다양한 권력들이 경쟁한다. 권력은 살아있어야 하며 그 수단은 유행이고, 신작이고, 신제품이다. 무조건 새로운 상품들이 시장에 쏟아져야 한다.


    필요에 따라 소비하면 바로 망한다. 필요를 창출해야 한다. 하긴 성찰, 진정성, 생태, 유기농, 신토불이도 그런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시대의 유행어다. 양의 되먹임에 의해 사건의 기승전결 간에 권력이 순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진정한 생태다. 권력을 부정하면 자연은 바로 사망하는 것이다.

 

    자연은 자연히 작동하는게 아니고 태양에 의지하여 권력원리에 의해 1억분의 1 확률로 겨우 작동하고 있다. 우리가 그 내막을 모른다고 해서 자연에 권력이 없다고 믿는다면 멍청한 것이다. 부족민이 라디오를 보고 요정이 숨어 있다고 믿거나 화물교가 화물신을 숭배하는 것과 정확히 같다.


    생태주의는 현대판 카고컬트다. 돌아가지 않는 물레방아는 물레방아가 아니다. 한 번 멈추면 다시 못 돌린다. 물이 끊기면 인공적으로 물을 퍼부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블랙아웃이 일어나 깜깜해진다. 자연은 비가역이기 때문이다. 궁극의 단계로 가면 대칭이 아니라 비대칭 영역이다. 


    불이 저절로 번지듯이 내버려 두면 저절로 꺼지지 않을까? 천만에. 그 들판을 완전히 다 불태운 다음에 불은 꺼진다. 자연은 언제나 동의 상태로 존재하며 동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모든 에너지 소비는 비효율이다. 효율성을 추구하면 망한다. 왜 신작을 내지? 그것은 엄청나게 비효율적이잖아. 


    노래는 과거 70년대 노래가 좋았지. 요즘 노래가 노래냐? 노래방에 많은 노래가 있는데 왜 철마다 신곡을 내서 정신 사납게 하지? 옛날 노래 재활용하자구. 이렇게 인간은 퇴행한다. 점점 복지부동이다. 신이 없으면 구다. 구는 보수고 보수는 죽음이다. 생태계는 인류 멸종으로만 회복된다. 


    생태주의는 점차 사이비종교로 발전한다.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쉽게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말하지만 인간을 도시에 가두어 놓아야 자연이 보존되는 법이다. 생태의 역설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원리나 자연의 진화원리나 똑같다. 


    자연의 생태를 인정하려면 인간의 권력도 인정해야 한다. 권력이 생태다. 단 정치권력이 아니라 문화권력까지 포괄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부단한 혁신에 의한 양의 되먹임에 의해 겨우 유지된다. 권력이 사건의 기승전결을 따라 전달달되는 것이 양의 되먹임이다. 


    비가역적으로 작동한다. 순환이 아닌 일방적인 힘의 작용이다. 충무로에 입소문으로 천만 관객이 오든 청바지를 천만 소비자가 사든 구조 안에 권력이 흐른다. 바이럴이 권력이다. 인간권력을 인정해야 자연권력을 이해한다. 사회의 머리와 꼬리 사이에 더 많은 권력라인들을 만들어야 한다.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올라와서 머리칸을 떼어내면 기차가 저절로 달릴 거라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머리와 꼬리 사이에 더 많은 라인을 개설해야 한다. 중산층을 보강하고 장교단을 양성해야 한다. 사병과 장군만 있고 중간이 없어서 망하는 것이다. 인간의 권력이 문제이니 인간을 제거하자? 


    인간과 자연 사이에 더 많은 라인을 개설해야 한다. 머리가 하나라서 문제다. 더 많은 머리를 두는 것이 민주주의다. 전 국민이 머리가 된다. 더 많은 에너지가 투입된다 결국 인류는 핵융합까지 간다. 생태주의는 결국 허무주의로 흘러간다. 모든게 인간 때문이므로 인간을 없애고 멸망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7.29 (06:59:12)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부단한 혁신에 의한 양의 되먹임에 의해 겨우 유지된다."

http://gujoron.com/xe/1223373

[레벨:9]회사원

2020.07.29 (13:15:45)

환경주의와 생태주의의 차이가 있을까요. 


제레미 레프킨의 글로벌 그린뉴딜에 영감을 받은 여당과 대통령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함께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수 많은 국가들도 탄소배출권 문제나 전기차, 친환경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구요. 


생태주의가 환경주의보다 조금 더 급진적인 것 같은데, 이런 공개된 정보들 말고 구조론적 관점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현강

2020.07.29 (13:34:06)

생태주의는 환경에 대해 손을 놔버리자는 거고,  환경주의는 환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하자는 것 아닐까요? 장기적으로 환경과 인류 윈윈하자는 뉘앙스로요.


[레벨:9]회사원

2020.07.29 (13:35:37)

음 그런 것 같네요. 동렬님 답변도 궁금하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07.29 (17:44:14)

생태주의는 아무 뜻도 없는 개소리입니다.

환경에 대해 손을 놔버리자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도 아니고

우리말로 번역하면 에헴, 에헤헤헴, 이놈이 양반이 헛기침을 하는데도 어험. 어허험. 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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