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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10 vote 0 2020.06.04 (09:26:30)

     

    우리는 언어로 사유하지만 정작 언어를 모른다. 존재는 커다란 하나의 사건이고 사건은 전부 연결되어 있으며 언어는 그 연결된 전체의 맥락 안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일원론이니 이원론이니, 본질이니 현상이니, 합리론이니 경험론이니 하고 다투는건 전혀 의미가 없다. 거기서 결정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런 식으로 대칭된 상대적 개념들이 개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몰아서 한방에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하나가 맞으면 전부 맞고 하나가 틀리면 죄다 틀리는 것이다. 바둑을 두는데 잘못 두면 죽는다. 그러나 일부러 바둑알을 죽이는 것이 사석작전이다. 옳은가는 끝까지 두어봐야 안다.


    바둑은 반집에서 승부가 난다. 그 반집에서 전부 결정되는 것이다. 반집을 이기면 전부 옳고 반집을 지면 전부 틀렸다. 시합이 진행 중인데 타점을 올린 희생타인지 안타를 치지 못한 실패인지는 그 순간에 확정되지 않는다. 내가 좋은 타구를 날렸는데도 이대호가 3루에서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다.


    사건의 전모를 보려면 자기를 배제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숲을 보려면 숲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사건 밖으로 빠져나와야 사건이 보인다. 그것이 신과의 일대일 개념이다. 인간이 괴로운 것은 두렵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본능이다. 두려운 이유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호랑이가 두려운지, 호랑이 때문에 자기가 죽는 것이 두려운지, 죽기 직전의 고통이 두려운지, 죽고 난 뒤의 심판이 두려운지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신과의 일대일을 훈련해야 한다. 전부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채야 한다. 세상을 타자로 보는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 세상은 남이 아니다.


    세상이 타인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호랑이는 타자다. 호랑이를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죽음도 타자다. 죽음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심판도 타자다. 심판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사건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런 것을 개별적으로 하나씩 상대할 필요가 없고 하나의 스위치를 찾아야 한다.


    두꺼비집을 내리면 호랑이도 사라지고 죽음도 사라지고 심판도 사라진다. 그것이 신과의 일대일이다. 그럴 때 극복된다. 남의 집에 침입해 있으면 두렵다. 이 도시가, 이 나라가, 이 우주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렵다. 내 것이면 두렵지 않다. 팀에 들어야 한다. 팀과 손발을 맞추다 보면 익숙해진다.


    어느 시점부터 두렵지 않게 된다. 팀이 나고 내가 팀이다. 그렇게 된다. 그런 마음을 얻은 사람을 우리는 지사라고 부른다. 천하인이라고 부른다. 군자라고 부른다. 엘리트라고 부른다. 지성인이라고 부른다. 강자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세상이라는 소설작품의 독자가 아니라 작가라야 한다. 


[레벨:6]펄잼

2020.06.04 (14:39:27)

세상에 인구는 많고 친구는 적다는 말이 딱입니다. 치가 떨리는 세상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kilian

2020.06.06 (06:48:19)

"세상이 타인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http://gujoron.com/xe/120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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