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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62 vote 0 2020.03.27 (11:22:22)

   삼위일체의 본질


    팟캐스트에서 했던 이야기를 보충한다. 봉건시대의 여러 논쟁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공리공론에 말장난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시의 현실이 반영된 민감한 주제였으며 본질은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앙과 지방간 힘의 균형에 대한 논쟁이라는 말이다.


    당쟁을 하는데 3년상이냐 1년상이냐 이게 왜 논쟁거리가 될까? 겉으로는 상복을 입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선의 권력이 누구에게서 나오는가 하는 문제였고 그래서 양반뿐만 아니라 노비들까지 토론에 가세하여 조선 전체가 들썩들썩 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내막을 모른다. 3년상은 무슬림으로 보면 혈통을 중시하는 시아파 입장이고 1년상은 민주적 결정을 중시하는 수니파다. 이론이 정확히 같다. 우리도 같은 무슬림들끼리 왜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라져 싸우는지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다 이유가 있다.


   구조가 판박이다. 수니파는 마호멧의 가르침을 따라 민주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고 시아파는 단순히 혈통을 따르자는 거다. 이는 겉으로 표방하는 이론이고 실제로는 마호멧을 억압했던 메카의 부족장들이 다 먹어치운게 수니파다. 황당한 전세역전이 일어났다.


   메카의 족장들이 마호멧을 억압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마호멧을 받아들인 다음 아라비아반도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마호멧은 민주적으로 하라고 했어. 이러면서 족장회의를 통해 봉건적 지배를 이어간다. 민주주의 이름으로 메카세력의 기득권 챙기기였다.


   시아파는 메카와 거리가 먼 변두리다. 이들은 지방의 족장을 제압하기 위해 이슬람을 필요로 했으므로 마호멧의 혈통을 중시했다. 그렇지만 역시 족장들이 마호멧의 후손들과 결혼관계를 통해 기득권을 챙겼다. 이념은 핑계고 둘 다 가라에 눈속임이었던 거다.


   이 구조가 기독교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지방 족장의 기득권인가 중앙 황제의 절대권인가? 그게 삼위일체 논쟁의 본질이다. 조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방 족장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변두리 시아파가 남인, 민주적인 결정을 중시하는 중앙의 사대부가 수니파다.


   노론은 수니파고 남인은 시아파다. 3년상이냐 1년상이냐 이게 중요한게 아니다. 조선의 주인은 누구인가? 노론은 사대부가 주인이라는 건데 왜냐? 사대부는 민주적으로 결정하니깐. 남인이 보기에 사대부는 서울놈들인데 그 말은 조선의 주인은 서울이라는 거다.


   그럼 지방은 뭔데? 서울 사대부가 보기에 남인은 지방을 중시하는 척하면서 자기가 지방을 장악하고 왕노릇을 하니 반란군 놈들이다. 남인은 왕권강화를 외치며 자기가 지방의 왕이 된다. 이런 구조는 잔다르크 시대의 프랑스와 같다. 잔다르크는 지방사람이다.


   엄밀히 따지면 동레미는 프랑스도 아니고 독일 국경지방이다. 지방민이 보기에 파리지앵들이 왕을 탄압하고 자기들끼리 민주적으로 해먹고 있었다. 즉 잔다르크 논리가 일베충의 논리와 같은 것이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서울 독식, 엘리트 독식 이게 민주당이다.


    물론 일베충의 관점이다. 프랑스 혁명기에 방데지역의 농민반란도 잔다르크 논리다. 왕을 죽인 것은 파리가 프랑스를 다 먹겠다는 거다. 혁명은 핑계고 중앙과 지방의 균형이 왕과 귀족의 결혼으로 유지되는데 왕을 죽여서 균형이 깨지고 파리가 독식하게 된다.


  당연히 농민은 파리에 반대하여 들고 일어난다. 이 문제는 아직까지 프랑스 지식인들에게 금기가 되어 있다. 혁명은 왕을 죽이고 다음 지방을 죽인다. 왜? 혁명을 지지하게 만들려면 희생양이 필요하니까. 그래도 안 되니 나폴레옹 앞세우고 세계정복을 시도했다.


    결국 수니파와 시아파, 노론과 남인, 파리와 지방은 동일한 이유로 싸웠으며 그것은 중앙과 지방 사이에서 힘의 균형에 관한 것이다. 지방은 지역의 대표자를 내세워야 하므로 혈통을 중시하게 된다. 왕가의 혈통 외에는 대표자로 세울 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 모여 있으므로 대표자가 필요 없다. 민주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따라서 혈통을 부인한다. 데모크라시라는 말은 원래 지방의 지배라는 뜻이다. 데모라는 것은 지방에서 아테네로 올라온 촌놈들을 의미한다. 지방민이 모여서 회맹을 한다. 국가의 탄생이다.


    춘추오패라는 것은 지방맹주를 불러모아 맹세를 하는 것이다. 국가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여기에는 어떤 균형이 존재한다. 그 균형이 약속이 된다. 주나라 임금을 섬긴다는 둥 하는 것은 핑계고 본질은 힘의 균형이다. 중앙과 지방 사이에 선을 넘지 말라는 거다.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도 같다. 마르세이유 시민이 총 들고 파리를 접수하러 올라간 것이다. 파리를 접수하라. 중앙을 타격하라. 이것이 혁명의 본질이다. 변방에서 중앙을 치는 것이 역사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지금 강남이 한국의 파리다. 강남을 접수하라. 


    메카의 족장들이 마호멧을 억압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아라비아반도 전체를 다 먹어버렸다. 마호멧이 군대를 모아놓으니 가져갔다. 메카의 족장이 보기에는 '어? 마호멧 저 자슥이 군대 모으는 재주가 있네. 군대를 빼앗자.' 어떻게? 


    '난 오늘부터 무슬림이다. 너희는 군대만 있고 장교가 없잖아. 내가 지휘해줄께. 나는 10대 조상부터 귀족이라서 군대 지휘가 주특기라니깐.' 이 수법으로 간단히 먹어버렸다. 로마도 마찬가지다. '어? 베드로 애들이 지방에 흩어져 군중을 모으는 재주가 있네.' 


    '난 오늘부터 기독교인이다. 너희가 모아놓은 지방민은 내가 통치해줄께. 우리 로마는 500년 동안 통치만 해왔다니깐. 통치는 내가 아주 전문이야.' 로마는 기독교를 구사하여 지방까지 통치할 수 있었다. 그렇다. 기독교는 당시의 첨단 사회과학이라는 말이다.


    로마는 지방조직이 없고 족장은 언제나 반란을 일으키며 총독들은 군대를 끌고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쳐들어오기 다반사인데 기독교 덕에 지방을 구석구석 제압할 수 있게 되었다. 종교의 교리는 상관없다. 로마는 그냥 군중을 모으는 재주가 필요했을 뿐이다.


   기독교 초기에는 내일쯤 예수형이 올 테니까 이단논쟁은 필요없고 형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였다. ‘예수형 왔구나. 근데 성부, 성령, 성자 족보가 어떻게 되는겨? 족보가 졸라 꼬였어.’ ‘앉아봐라. 내가 정답을 말해주께. 그게 말이야.' 이러쿵 저러쿵 해결 끝. 쉽잖아.


   그런데 4세기가 되면서 로마인들은 솔직히 예수재림 드라마 관심 없고 어떻게 로마의 정치구조를 기독교 교리와 매치시켜 이상적인 의사결정구조를 만드느냐에만 관심이 있었다. 기독교의 어떤 엑기스를 빼먹는데 관심이 있었던 것이며 그래서 이단을 규정한다.


   이단 = 반 로마다.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늘내일 한다던 재림은 식상한 드라마가 되었다. 예수재림은 신경을 끊고 기독교 선교사 테크닉으로 로마제국을 구석구석 통치하는데만 관심이 있었다. 예수를 처형한 로마가 아직 망하지 않은 것이 신의 뜻이라면?


    신의 다음 수순은 뭘까? 복기해보자. 바둑 돌을 하나씩 다시 놓아보면 하느님의 다음 수가 뻔히 보이잖아. 그래서 삼위일체다. 성자, 성부, 성령은 로마와 동방과 게르만의 3자균형을 의미한다. 좋잖아. 여기에는 당시 천재들의 엄청난 잔대가리가 들어가 있다.


   3이라는 개념은 원래 나일강 삼각주에 홍수가 나면 토지구획을 하는데 왕과 지주와 소작인이 1/3씩 나눠먹는데서 생겨났다. 뭐든 셋이 균형을 맞춰야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던 거다. 원래 3을 존중하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이게 먹힌 거다.


   그리스 철학을 배운 동방사람의 교리논쟁으로 가면 3위일체는 이단 중에서 사악한 이단이다. 원래 그리스인은 논쟁을 좋아해서 이런 개구라를 절대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습으로 적당히 뭉개는게 어딨어? 말을 꺼냈으면 끝장을 봐야지. 밤샘토론 해보자구.


   피곤한 녀석이다. 그냥 관습대로 가자고. 옛날부터 3이었잖아. 왕과 귀족과 농노가 1/3을 나눠갖는 것은 중세 유럽의 농노들이나 일본의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토요토미와 다이묘가 1/3씩 가져가고 나머지를 농민이 가진다. 많이 뜯어가서 일본은 부강해졌다.


   조선은 세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가난해졌다. 아프리카는 원래 세금이 없다. 북한도 세금이 없다. 즉 예산이 없다. 대응할 수 없다. 상식을 뒤집어야 한다. 맞는 말이 다 맞는 말이 아니다. 세상은 선악의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다. 에너지의 논리로 움직인다. 


    인간의 행동에도 선악이 없다. 흥분된 상태와 다운된 상태가 있을 뿐이다. 흥분된 상태에서 선을 행하려면 복잡하고 악을 행하려면 쉽다. 선은 플러스고 플러스는 상부구조가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악은 마이너스다. 끊으면 된다. 인간은 선악의 동물이 아니다.


    흥분상태와 다운된 상태가 있을 뿐이며 업된 상태를 잘 관리하면 결과가 좋고 잘못 관리하면 악이 된다. 어쨌든 업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디자인을 잘해야 한다. 중앙의 민주주의냐 지방의 혈통이냐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더 큰 상부구조를 조직하면 지방이 모여서 중앙이 된다. 그것은 진짜 민주주의다. 중앙이 지방을 억압하는게 무뇌좌파의 가짜 민주주의다. 진중권짓이다. 엘리트의 지배다. 지방에서 김어준 같은 약간 이상한 애들이 몰려와서 중앙을 구성하면 진짜 민주주의다.


    진중권 개소리와 진짜 민주주의가 충돌하는 지점은 중앙을 구성하는 절차가 생략되지 않았느냐다. 데모크라시는 데모가 지배한다. 지방이 중앙을 접수하는 절차, 노무현과 같은 고졸이 접수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대졸이 지배하면 그게 기득권의 독재다.


    일베나 경상도가 반발하는 이유는 무뇌좌파의 민주주의라는게 결국 엘리트의 짜고치기, 메카 귀족의 독식, 아테네의 지배, 파리지앵의 지배, 서울 사대부 노론의 독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방이 각개약진으로 개판쳐도 안 되고 정답은 정교한 디자인에 있다.


    지방이 올라와서 중앙을 접수하고 데모가 크라시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이 국토의 지방만 있는게 아니다. 계급에도 지방이 있고 직업군에도 지방이 있고 성별에도 있다. 성소수자도, 여성도, 노동자도, 학생도, 지식인도 각자 하나의 데모를 이루었다.


    데모크라시는 중앙이되 세습된 중앙이 아닌, 학벌로 뭉친 중앙이 아니라 지방이 서울에 올라와서 방금 만들어낸 따끈따끈한 또 다른 중앙이다. 엘리트가 아닌, 강남이 아닌, 기득권 아닌 지방의 대표자, 각 분야의 대표자가 새로운 중앙을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kilian

2020.03.29 (04:56:15)

"데모크라시는 중앙이되 세습된 중앙이 아닌, 학벌로 뭉친 중앙이 아니라 지방이 서울에 올라와서 방금 만들어낸 따끈따끈한 또 다른 중앙이다."

http://gujoron.com/xe/1184000

프로필 이미지 [레벨:12]kilian

2020.03.29 (04:57:44)

천주교에서 요즘은 성부 / 성자 / 성령  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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