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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90 vote 0 2020.02.19 (14:46:33)

   통제가능성


    우주의 첫 번째 법칙은 ‘무에서 유가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이다. 질량보존의 법칙이다. 질량뿐 아니라 물리학자들은 많은 것이 보존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열역학 1법칙이나 각운동량보존의 법칙 따위다. 뭐든 대칭이 있는 곳에 보존이 있다. 이는 '세상의 변화가 존재하여 있는 것의 배열이 바뀌는 것'이라고 파악한 데 따른 것이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 시절부터 나온 이야기다. 이것은 게임의 규칙이므로 진리다. 자연의 사실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언어에 관한 문제라는 말이다. 후건이 전건을 칠 수 없고, 술어가 주어를 칠 수 없다. 이것을 부정하면 언어파괴에 언어도단이다. 언어는 약속이므로 지켜야 한다. 예컨대 이런 개소리를 생각할 수 있다. 


     ‘고양이가 개를 이긴다. 우리집 고양이는 사실 호랑이인데 부르는 이름이 고양이다.’ 한 대 맞자. ‘1은 2보다 크다. 왜냐하면 그 1은 사실 3이기 때문이다.’ 중도에 말바꾸기를 한 것이다. 말장난을 하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배척된다. 수는 언어의 일종이다. 수학이 진리인 이유는 수학자가 언어의 약속을 지키기 때문이다. 


    구조론은 수학이다. 질량보존의 법칙은 자연을 관찰하지 않고 사고실험만으로 도출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법칙을 좁게 해석하여 공간의 사물에만 적용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일반화시켜야 한다. 이것을 시공간의 사건에 적용하면? 사유에 있어서 첫 번째 원칙은 무엇인가? 그것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인간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동물이다. 보통은 목적이나 의도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목적이나 의도라는 것은 주변에서 물어보니까 답변이 궁해서 둘러대는 말이고 사실 인간의 행동은 대개 목적이 없다. 길이 있으면 간다. 갈 수 있으므로 가는 것이다. 절벽으로 못 가고 강으로도 못 간다. 왜? 길이 없기 때문이다. 왜 그리로 가는가? 


    그리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다가 ‘내가 왜 이리로 가지?’ 하고 생각해본다. 인생도 그러하다. 일단 살아지므로 살아가는 것이다. 살다가 ‘내가 왜 살지?’ 하고 생각한다. 이왕 살 것이면 잘살아야겠다고 계획을 세운다. 목적과 의도는 나중에 꾸며낸다. 혹은 주변의 요구에 의해 학습된다. 이 길로 가는 이유는 저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조선족을 비난하는 이유는 지역차별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혐한을 하는 이유는 부라쿠민을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총량은 보존되고 도처에서 풍선효과를 일으킨다. 외국을 공격하지 못하면 내전을 일으키고 내전을 막으면 외국을 공격한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화를 내지 못하므로 집에 와서 만만한 부인에게 화풀이한다. 


    에너지는 보존되므로 총량을 파악하는게 먼저다. 그 안에 질서가 있다. 그 질서가 엔트로피다. 총량을 파악하려면 계를 정해야 한다. 그것이 열역학 1법칙이다. 계는 연결되어 있는 범위다. 바이러스는 접촉을 통해 연결의 범위 안에서 전파된다. 연결된 범위 안의 모든 사람이 바이러스에 대비해야 한다. 반응하는 범위가 도출된다.


    닫힌계를 설정하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 수 있다. 구조론적 사유의 첫 단추는 계를 정하는 능력에 있다. 귀신, 도깨비, 사차원, 초능력, 둔갑술, 외계인 같이 원초적으로 아닌 것들을 배제하고 나머지 사건으로 연결된 전체범위 안에서 점차 범위를 압축해가는 방향으로 사유를 진행해야 한다. 어떻게 압축하는가? 대칭을 이용한다.


    계를 판단했다면 그 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대칭만이 계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 사건은 계 안에서 단계적으로 50 대 50의 대칭을 만들어 가는 형태로 전개된다. 대칭의 축을 만들고 다시 축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계의 팽팽한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사건의 진행에 에너지가 필요하다.


    외부의 개입이 없이 계 안에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내부적으로 계속 50 대 50을 만들어야 한다. 야구선수가 공을 던진다면 신체가 가진 힘 전부를 동원해야 하며 상체와 하체를 대칭시켜 50 대 50의 팽팽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전체를 완벽하게 공에 투입하는 효율적인 동작은 하나다.


    선택지는 극적으로 좁아진다. 우리는 그 효율적인 위치를 선점하는 방법으로 계를 통제할 수 있고 상대방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반드시 50 대 50이어야 하는가? 90 대 10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다. 예컨대 손가락을 다쳤다 치자. 그것은 손가락의 일이므로 신체의 다른 부분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치자? 그 사람은 죽는다. 


    작은 상처라도 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발톱 밑에 가시만 박혀도 걸을 수 없다. 가시를 빼고 치료할 것인가, 아니면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인가? 손흥민처럼 팔이 부러져도 두 골을 더 뽑는다? 만약 발가락을 다쳤는데도 계속 활동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아프리카의 꿀먹이오소리가 그런 동물이다. 독사도 잡아먹는다. 


    꿀먹이오소리는 특수한 경우이고 그러다가 대미지가 누적되어 죽는다. 작은 부분의 사실을 부풀려서 전체를 방해할 수준까지 가야 전체가 반응하고 집단 전체의 의사결정에 나서는 것이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우한에서 폐렴이 번져도 그것은 허베이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야 하고 둔감하면? 그런 나라는 멸망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골고루 다쳐서 결국 전체가 죽는다. 특히 움직이는 것에서 이 경향은 가속화된다. 움직이는 배는 1키로의 무게를 이동시켜도 배 전체의 기울기가 변한다. 작은 보트에서 움직이면 위험하다. 제 3자와 또 다른 대칭이 형성되어 칼더의 모빌을 이루므로 부분의 영향이 전체에 파급된다. 여기서 동원의 문제가 제기된다. 


    적의 기습에 대항하려면 조직 전체를 칼더의 모빌로 만들어야 한다. 부분을 움직여도 보트 전체가 기우뚱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 명이 바이러스에 걸려도 국가 전체가 호들갑을 떨어야 한다. 그래야 기습을 받더라도 그 소식이 전체에 전달되어 동시에 반응하게 된다. 명나라는 북로남왜가 침략해 오면 그 지역의 주민을 소개시켰다.


    시간끌기로 대응하는 수법을 썼다.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망했다. 발가락이 아파도 인체 전체가 반응해야 적을 물리칠 수 있다. 자원을 총동원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구조다. 어떻게 부분의 사실을 전면화할 것인가? 어떻게 외부의 도움 없이 에너지의 자체조달에 성공할 것인가? 어떻게 효율성을 달성하여 이길 것인가? 


    무에서 유가 생겨나지 않으므로 가지고 있는 자원 안에서 배치를 바꾸는 방법뿐이다. 그 방법은 칼더의 모빌과 같은 전방위적 대칭이다. 여기에 따라 결이 만들어지고 에너지는 결 따라 간다. 내부를 쥐어짜서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구조로 간다. 연결되어 있는 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보존이고 내부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엔트로피다.


    최초 100의 자원을 동원하여 50 대 50으로 가르되 50의 힘으로 나머지 50을 움직인다. 그 상태에서 다시 50 대 50을 만들면 실제로 움직이는 병력은 25다. 100만 대군이 출동하되 50만은 보급선에 주저앉고 50만이 전선으로 출동하며 다시 작전에는 25만 투입된다. 그중에 선발대는 12만이고 나머지는 예비대로 돌려진다. 감쇄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르네

2020.02.19 (18:01:12)

근본 법칙들은 공간이나 시간에 대해 불변이며 이런 성질을 대칭이라고 하죠

게이지 변환시켜도 게이지 불변이면 게이지 대칭인데 

단, 근본 법칙이 대칭이라고 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반드시 대칭이라는 보장은 없음

대칭이지만 그 대칭이 깨져야지만 우주가 작동함

완전 대칭이면 우주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음

입자와 반입자의 약력의 미세한 차이(100억분의1) 즉 대칭성 깨짐에 의해

입자와 반입자간 완전한 일대일 소멸은 이뤄지지 않고 우주에 물질이 남는 것이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11]kilian

2020.02.20 (04:16:59)

"일단 살아지므로 살아가는 것이다. 살다가 ‘내가 왜 살지?’ 하고 생각한다. 이왕 살 것이면 잘 살아야겠다고 계획을 세운다. 목적과 의도는 나중에 꾸며낸다. 혹은 주변의 요구에 의해 학습된다."

http://gujoron.com/xe/1169778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02.20 (10:13:22)

풍선의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나옵니다.

우리는 이쪽에만 주목하므로 저쪽의 사정을 모릅니다.

용수철을 누르면 이쪽은 들어가는데 나오는 저쪽은 어디일까요?

어딘지 모르지만 어딘가 분명히 나오고 있습니다.

예컨대 공기를 압축시키면 온도가 올라갑니다.

이쪽을 누르면 온도가 나오는 겁니다.

온도가 저쪽이라고요?

온도는 분자의 운동속도인데 

공간의 거리를 눌렀더니 시간의 속도가 빨라진 거지요.

주사기 입구를 막고 누르면 뜨거워집니다.

온도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쪽에 대칭되는 저쪽은 반드시 있습니다.

거기에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대칭이라는 말이지요.

갑자기 만원을 주웠다면 이쪽의 플러스인데 저쪽의 마이너스는 어디일까요?

그것은 확률 형태로 감추어져 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그것은 있습니다.

대칭을 공간의 대칭으로 좁혀 본다면 잘못이라는 말씀.

공간의 대칭은 힘이고 운동의 속도나 량의 온도 등으로 변형되어 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르네

2020.02.20 (10:49:23)

밭에서 바늘을 잃어버렸는데

찾든 못찾든 바늘은 어딘가에 있겠죠

바늘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변함없이(불변) 바늘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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