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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05 vote 0 2019.12.18 (18:20:24)


    언어는 맥락이 있어야 한다. 맥락이 없으면 언어가 토막나게 된다. 이것저것 주워섬기게 된다. 한 줄에 꿰어지지 않는다. 간단하다. 자기소개형 어법을 버리는 것이다. 그게 일종의 유아어다. 적어도 중딩이 되면 객관적으로 말하기를 훈련해야 한다. 내가 책을 쓰는 작가라 치고 어떻게 쓸 것인가? 객관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자기소개형 말투는 말이 반사되어 되돌아온다. 밖으로 뻗어가지 못한다. 할 이야기가 없어진다. 일기를 쓰다 보면 알게 된다. 소재가 바닥나서 매일 같은 내용을 쓰게 된다. 다른 사람과 대화해도 그렇다. 상대는 '그래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고 맞장구치거나 아니면 말대꾸를 하게 된다. 무조건 ‘흥. 나는 반댈세!’ 하게 된다.


    찬성과 반대밖에 할 말이 없다. 찬성하면 말이 너무 짧다. '응 그래!' 끝. 더 할 말이 없다. 반대하면 싸움난다. 그러므로 자기소개형 어투는 점잖은 사람끼리의 대화에는 쓰일 수 없는 것이다. 아무도 그 사람과 대화하려 하지 않게 된다. 전두환처럼 혼자 장광설을 떠들고 동료는 그저 추임새나 넣게 된다. 대화는 겉돌게 되는 거다.


    옛날 시인들은 특별한 방법을 썼다. 먼저 한 사람이 선창하며 운을 띄우면 뒤에 사람이 후창하며 대꾸를 한다. 산이 높다 하면 강은 깊다로 받아준다. 하늘이 높다 하면 땅은 넓다로 받아준다. 나는 외롭다고 하면 인생은 허무하다로 받아준다. 계속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다. 선비들이 모여서 시회를 연다며 그런 짓을 하는 거다.


    언어라는 것은 칼로 도마 위의 생선이나 야채를 내려치는 것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쳐야 한다. 교대로 치면 안 된다. 내가 생선을 쳤는데 다음은 생선이 나를 치는 식으로 되면 곤란하다. 제자리에서 맴돌면 안 되고 뻗어나가야 한다. 나를 개입시키면 대칭되어 반사되니 곧 원위치가 된다. 상대가 반박할 수 있는 말은 삼가야 한다. 


    나는 짜장이 좋다고 하면 상대는 나는 짬뽕이 좋던데 하고 반박하지만 짜장에는 단무지가 어울리지 하면 상대는 반박할 수 없다. 객관적 어법은 상대가 반박할 수 없고 대신 호응하게 되는 말이다. 진술이 A에서 끝나면 안 되고 B와 C로 펼쳐져야 한다. 다음 단계로 전진해야 한다. 이것이 좋다거나 저것이 싫다에서 끝나면 안 된다.


    세상은 필연 이 방향으로 간다는게 있어야 한다. 개인의 넋두리로 갇히지 말고 세상의 보편성으로 넓혀져야 한다. 다른 사람과 관련이 있는 말을 해야 한다. 모두에게 필요한 말을 해야 한다. 개인기에서 끝내지 말고 팀플레이로 나아가야 한다. A와 B 그리고 B와 C를 통일하는 상부구조 E가 있을 경우 논리는 유효하게 작동한다. 


    보통은 대칭에 갇힌다. 좌우에 갇히고 상하에 갇힌다. 진보와 보수의 핑퐁에 갇히지 말고 대한민국의 전진을 끌어내어 세계로 나아가는 말을 해야 한다. 진보가 어떤 말을 하든 보수는 그 말을 받아서 반격할 수 있다. 되돌려줄 수 있다.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공통되는 보편성을 찾아내지 않으면 아직 논리를 세우지 못한 것이다.


    좌우가 있으면 전후가 있다. 좌에서 우로 그리고 우에서 좌로 핑퐁게임을 하면 안된다. 좌우대칭에서 전후대칭으로 전개해야 한다. 1과 2 사이에서 마주보고 맴돌면 안 되고 3과 4로 뻗어나가야 한다. 언어는 맥락을 생산하며 한 방향으로 계속 가줘야 한다. 그러므로 구조는 필연 5일 수밖에 없다. 둘을 연결하면 5가 완성된다.


    하나가 모자라서 어떤 것이 넷이 있으면 연결고리가 되지 않는다. 하나의 사건에서 다른 사건으로 옮겨갈 수 없다. 원인사건에서 결과사건으로 옮겨가지 못한다. 두 사건을 연결하는 제 3의 사건을 포착하지 못한다. 그것이 지평을 열어가는 것인데 말이다. 덥다거나 춥다거나 하면 그것은 나의 사정이다. 주관적 자기소개다. 


    바람이거나 불지 않는다면 바람의 사정이다. 바람이 불면 춥고 불지 않으면 덥다. 이렇게 해야 논리의 전개가 된다. 대칭은 셋이다. 나와 바람의 대칭, 덥다와 춥다의 대칭, 불다와 불지 않다의 대칭으로 최소 3개 대칭의 갖춤이 있어야 흐름이 발생한다. 맥락의 탄생이다. 나의 사정에서 바람의 사정으로 사건이 객관화된다. 


    여기서 나는 빠지고 바람이 설명되니 5로 완전하다. 이렇듯 연결연결 해가는 것이다. 두 사건을 연결하여 맥락을 이루는 데서 하나의 존재가 성립하는 것이며 그것이 에너지의 방향성이다. 한 줄에 꿰어가는 방향이 보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으면 틀린 것이다.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사건을 연결한다는 것이다. 


    에너지가 어디에서 입력되고 어디로 출력되는지가 보여야 사건의 방향성을 판단할 수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kilian

2019.12.19 (06:51:31)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공통되는 보편성을 찾아내지 않으면 아직 논리를 세우지 못한 것이다."

http://gujoron.com/xe/11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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