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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57 vote 0 2019.11.17 (08:02:40)


    구조와 연기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것이 근대과학의 토대가 되는 인과율이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는 말은 석가의 연기설이다. 원인과 결과의 인과율은 둘이 동시에 있을 수 없다. 원인이 떠나고 난 다음에 결과가 온다. 반드시 시간차가 있다. 


    반면 이것과 저것의 연기설은 둘이 동시에 있다. 이것과 저것은 공간에 대칭되어 나란히 있다. 석가는 이를 보충하여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는 말을 추가했다. 일어나는 것은 사건이며 사건은 인과율과 마찬가지로 시간상에 성립한다. 


    그렇다면 인과율은 공간에 성립하지 않는 것일까? 성립한다. 그것이 대칭이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대칭과 비대칭이라는 용어를 쓰자. 구조론으로 보면 대칭은 대칭이고 비대칭도 대칭이다. 대칭성 깨짐이라는 말이 적당할 것이다.


    날아오는 총알 두 개가 공중에서 충돌하면 대칭이다. 축구공이 벽에 맞아 되튕겨 오면 비대칭이다. 날아간 공과 되튕겨온 동은 대칭이지만 사실은 대칭이 아니다. 날아간 공은 벽에 맞아서 되튕겨올 수 있지만 되튕겨온 공은 다시 날아갈 수 없다.


    이것을 호응이라고 표현한다. 즉 호응은 대칭에 포함된다. 대칭은 공간의 사정이고 호응은 시간의 사정이다. 공간의 대칭은 균일하지만 시간의 대칭은 불균일하다. 머리와 꼬리의 차별이 있다. 공간의 좌우는 평등하지만 보통은 오른손잡이가 많다. 


    시간으로 보면 먼저 먹는 사람이 따뜻한 밥을 먹고 나중 먹는 사람은 식은 밥을 먹는다. 절대 평등하지 않다. 똑같이 나누어도 먼저 나눠받은 사람이 이득이다. 공간의 대칭을 다루는 것이 열역학 1법칙이라면 시간의 호응은 열역학 2법칙이 된다.


    시간은 언제나 입구와 출구가 있다. 왜 사람은 오른손잡이가 90퍼센트고 왜 덩굴은 반시계방향이 90퍼센트일까? 의사결정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다. 50 대 50이 되면 악수할 때 헷갈리잖아. 왼손잡이와 나란히 앉아 식사하면 팔꿈치가 충돌한다.


    이것과 저것에 괄호를 치고 그것을 투입해 보자. 그것(이것-저것)이 된다. 대칭의 대칭이다. 방향성이 도드라진다. 이것과 저것은 대칭이지만 이것저것과 그것도 대칭이다. 그런데 이것저것이 그것을 동시에 만날 수는 없다. 대칭과 비대칭이다.


    화살표로 나타낼 수 있는 방향성은 이렇게 성립한다. 왼손과 오른손은 대칭이지만 숟가락을 들면 비대칭이 된다. 오른손이라는 말은 올리는 손이라는 뜻이며 무기를 드는 손이라는 말이고 왼손이라는 말은 남는 손이라는 뜻이다. 영어라도 같다. 


    right는 올린다는 뜻이고  left는 남는다는 뜻이다. 왼손잡이는 동료를 찌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고 남겨졌다. 모든 의사결정의 지점에는 이런 딜렘마가 발생한다. 그 딜렘마를 해소하는 방법이 방향성이다. 수압이나 기압이다.


    압이 걸려서 전체가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그런 내부충돌은 해소된다. 이것과 저것은 작용에 반작용하지만 유체에 압이 걸리면 전체가 한 방향으로 수렴된다. 메커니즘의 완성이 된다. 자전거를 타도 그렇다. 페달이 바퀴를 돌린다. 내리막길에서는?


    거꾸로 바퀴가 페달을 돌리게 되면 페달이 발뒷꿈치를 치는 수가 있다. 사이클 선수가 타는 자전거가 그렇다. 뒷바퀴에 있는 걸림쇠가 없어서 내리막길에도 바퀴가 헛돌지 않는다. 언제나 페달이 바퀴를 굴리도록 한 방향으로 몰아주는 구조가 옳다.


    시계라도 그렇다. 태엽이 바늘을 돌릴 뿐 바늘이 태엽을 돌리지 않는다. 이 장치를 완성했을 때 시계가 완성된다. 세상 모든 문제가 이러한 대칭과 비대칭의 딜레마를 해소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어느 분야든 반드시 따라붙어 인간을 괴롭게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1.18 (03:43:57)

"대칭은 공간의 사정이고 호응은 시간의 사정이다. 공간의 대칭은 균일하지만 시간의 대칭은 불균일하다."

http://gujoron.com/xe/114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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