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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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87 vote 0 2019.10.21 (00:28:53)


    구조론은 언어다


    거의 모든 철학자가 똥인 이유는 근본을 논하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자가 백 명 있다면 그 중에 백여 명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그럭저럭 말이 되는 소리를 한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5분 이상 시간을 내서 귀를 기울이게 하는 자를 나는 보지 못했다. 


    큰 맘 먹고 샀던 비싼 철학책 전집 20권을 버렸다. 거기에 이름을 내건 철학자 중에 데모크리토스와 공자와 니체는 없었다. 하긴 고딩 수준에 맞춘 전집이라면 수준은 뻔한 것이다. 혹시 모를까 싶어 도서관 구석구석을 모두 뒤졌지만 입이 있는 자 하나를 끝내 발견할 수 없었다. 


    근본은 언어다. 그들은 언어로 이러쿵 저러쿵 씨부리면서도 언어를 논하지 않는다. 무사가 칼에 대해서 논하지 않는다면 신뢰할 수 없다. 포수가 총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면 신뢰할 수 없다. 철학자가 언어를 구사하며 언어를 논하지 않으면 신뢰할 수 없다. 언어가 출발점이다.


    먼저 언어를 얻은 다음에라야 발언권을 얻어 사회를 향해 말할 수 있다. 칼이 없는 자는 무 한조각도 자를 수 없고 총이 없는 자는 쏠 수 없고 언어가 없는 자는 입이 없으니 말할 수 없다. 인류는 언어를 획득했는가? 도구가 있는가? 컴퓨터를 다루려면 컴퓨터 언어가 필요하다. 


    수학을 하려면 숫자를 알아야 한다. 한국어나 일본어나 이런 것으로 괴발개발 해서야 되겠는가? 자연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 우주는 어떤 방법으로 통신하는가? 자연의 프로토콜이 있다. 언어는 약속이며 규칙이다. 자연에 그것이 있다. 규칙에 대한 규칙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외력의 작용에 맞서 버틴다는 것이며 버티려면 이겨야 하고 이기려면 강해야 하고 강하려면 뭉쳐야 하고 뭉치려면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통신규약이 필요하듯 자연의 작용, 반작용 사이에, 사건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 프로토콜이 있다.


    수학이 힌트가 된다. 수학의 중핵은 규칙을 정함에 있어서 중간에 임의로 바꿀 수 없고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의 바운더리 안에서 정해지는 것이며 첫번째 규칙과 충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충돌하면 컴퓨터라도 버그가 난다. 구조론이 마이너스인 이유가 그러하다.


    에너지의 진행방향이 마이너스라는 말은 두 번째 규칙이 첫번째 규칙보다 작다는 의미다. 커지면 백퍼센트 충돌한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 1 안에 2를 우겨넣을 수 없다. 엔트로피의 의미, 방향성의 의미, 통제가능성의 의미는 역시 그러하다. 규칙의 규칙이 된다.

 

    두 번째 규칙은 첫번째 규칙이 정해놓은 범위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입자는 질 안에서 작동하고, 힘은 입자 안에서, 운동은 힘 안에서, 량은 운동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에너지 방향이 플러스가 되면 통제되지 않는다. 버그가 나는 것이다. 2를 1 안에 우겨넣는 사태 발생이다. 


    두 번째 규칙이 첫번째 규칙이 정해놓은 범위를 벗어난다. 사물은 어떻게 주물러서 우겨넣을 수 있지만 사건은 시간을 타고가므로 우겨넣을 수 없다. 시간은 흐르고 이미 흘러간 물이 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버스가 출발하고 이미 버스는 떠나고 난 다음이다. 되돌릴 수는 없다. 


    이는 우주의 첫 번째 규칙이 된다. 후건은 전건을 칠 수 없다. 후건긍정의 오류다. 결과는 원인을 칠 수 없다. 종결은 시작을 칠 수 없다. 미래는 과거를 칠 수 없다. 객차는 기관차를 칠 수 없다. 복제본은 원본을 칠 수 없다. 사건 안에서 한 방향으로만 작동한다. 대칭성 붕괴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저쪽에서 이쪽으로도 올 수 있다는 것이 대칭성이다. 그 대칭성이 깨진다. 갈 수는 있는데 올 수는 없다. 전기는 직류다. 전기가 역류하면 전자제품은 고장난다. 전구는 교류를 쓰므로 괜찮다. 사건은 직류다. 1법칙은 교류고 2법칙은 직류다.


    이 하나의 규칙만 잘 지켜도 세상은 어쨌든 돌아가는 것이다. 구조론은 언어다. 단어는 어떤 사물을 반영한다. 언어는 사건을 반영한다. 사건은 불이 번져가는 것이며 그것은 지속적으로 이겨가는 것이다. 지면 불이 꺼진다. 사건이 꺼져 버린다. 에너지의 연속적 흐름이 끊긴다. 


    한국어든 일본어든 인간의 언어는 귀납어다. 사건이 종결된 다음에 원인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이미 패배해 있다. 불은 꺼졌다. 버스는 떠났다. 물은 엎질러졌다. 원상복구는 불가능하다. 자연의 언어는 연역어다. 그 언어는 에너지를 타고 간다. 이기며 간다. 사건을 일으킨다.


    그 언어는 원인측의 언어이며 전건긍정의 언어이며 기관차의 언어이며 시작의 언어이며 원본의 언어다. 에너지의 언어다. 수학은 연역이다. 연억의 언어를 깨달아야 한다. 사람에게 말을 배우듯이 우리는 자연에서 언어를 배워야 한다. 그것이 구조론이다. 그것은 사건의 언어다.


    에너지를 전달하고 사건을 전달하는 언어가 진짜다. 컴퓨터는 명령을 전달한다. 방아쇠는 노리쇠를 움직여 뇌관에 겨냥을 전달한다. 활은 화살을 전달한다. 인간은 여럿을 시도해서 어쩌다 운좋게 하나를 성공하지만 자연은 백퍼센트 성공한다. 태양은 빛을 전달하여 성공한다. 


    구름은 비를 전달하기에 성공한다. 유전자는 유전정보를 전달하기에 성공한다. 자연이 성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통제가능성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헛된 꿈을 꾸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언어가 자연의 완전한 언어와 일치한다면 진리라고 말할 수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10.21 (02:39:31)

"에너지를 전달하고 사건을 전달하는 언어가 진짜다."

http://gujoron.com/xe/113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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