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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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39 vote 0 2019.09.02 (10:44:02)

    

    인류는 은하계의 대표자다


    1) 우리은하 안에서 생물권은 그리 넓지 않다. 은하 중심부는 방사능이 강해서 생명체가 살기에 환경이 나쁘고 주변부는 중원소가 없어서 생명체가 진화할 수 없다.


    2) 2억 년에 은하를 한 바퀴 도는 항성이 타원궤도를 그리며 은하계의 중심부를 드나들면 안 되고 태양처럼 정원궤도에 가깝게 은하계를 돌아야 생명체가 안전하다.


    3) 행성들이 적절한 간격으로 늘어서도록 항성이 태양처럼 순위권에 드는 무거운 별이 아니면 안 된다. 태양은 은하계 안에서도 제법 준수한 편인 헤비급 별이다.


    4) 태양처럼 50억 년 정도 지난 고참별이 아니면 안 된다. 지금 막 태어나고 있는 어린 항성들이나 너무 늙어서 물질을 다수 잃어버린 항성은 그다지 희망이 없다.


    5) 초신성 폭발을 여러 번 거쳐야 철과 같은 중원소가 만들어진다. 137억 년 전부터 기민하게 움직여야 별의 생사주기를 몇 차례 거치며 좋은 물질을 얻어낼 수 있다. 


    6) 목성과 같은 가스행성이 적절한 거리를 두고 간격을 벌리고 있어야 한다.


    7) 행성이 골디락스 존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8) 행성이 암석별이라야 한다.


    9) 적당히 강한 자기장이 있어야 한다.


    10) 밤낮과 계절의 변화주기가 적절해야 한다. 낮만 계속되거나 밤만 계속되면 좋지 않다. 외계 행성들은 대부분 태양에 가깝게 붙어 조석고정 되어 있다.


    11) 지축이 적절히 기울어져서 계절의 변화가 있어야 진화를 일으키는 변이가 촉발된다. 날씨가 늘 같아서 환경변화가 없으면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다.


    12) 얕은 바다에서 생명이 진화를 시작하므로 조수간만을 일으킬 수 있는 큰 달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행성들은 대개 준수하게 크고 좋은 달을 갖지 못했다.


    13) 물과 육지의 비율이 적절해야 한다. 육지가 넓으면 내륙은 대부분 사막이 되고 바닷물의 대류가 없어서 날씨가 고정되므로 진화가 촉발되지 않는다.


    14) 대륙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적절히 떨어져 있어야 한다. 연결되면 절대우위의 강자가 다 잡아먹고 격리되면 환경변화가 없어서 진화가 멈춘다.


    15) 소행성 충돌이나 빙하기와 같은 극단적인 환경변화가 적절히 일어나야 대멸종과 대발생이 고루 순환되며 너무 잦으면 대발생 없이 대멸종으로 망한다.


    16) 지구와 통신할 수 있을 정도로 문명이 진화해 있어야 한다. 지구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외계인은 있어봤자 의미가 없다.


    이 외에도 다수의 조건이 있을 것이다. 진화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므로 환경이 너무 단조로우면 안 되고 환경이 너무 급변해도 안 되며 결정적인 환경충격이 몇 차례 있어야 하지만 그게 잦으면 안 된다. 밤낮과 계절의 변화가 있어야 하며 대륙은 모두 붙어도 안 되고 떨어져도 안 된다.


    지구가 이 구역에서 희귀한 것은 일단 맞다. 그것을 종교와 연결시키는게 문제다. 이런 조건들을 모두 갖춘 행성은 확률적으로 드물다. 일단 태양계 안에는 지구 빼고 없는 것으로 봐서 알 수 있다. 진화한 생명체는 달에도 없고 화성에도 없고 금성에도 없고 수성에도 없고 목성에도 없다.


    인류가 자금까지 관측한 가까운 항성계 중에도 없다. 물론 우리은하는 크니까 그래도 외계인은 일단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대략 셈해 보자면 이 조건을 두루 갖춘 행성은 우리은하에 4만 개쯤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40만 개가 될 수도 있고 4천 개가 될 수도 있다. 오차는 백 배다.


    우리은하의 면적을 대략 백만 광년으로 보고 두께를 논외로 하면 백 광년에 4개다. 두께를 감안하면 1개 정도다. 50광년~200광년에 하나쯤 외계인이 있겠다. 전파로 통신한다면 왕복에 100년~400년이 걸린다. 외계인이 보낸 전파가 너무 멀어서 아직 지구에 도달 못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구에 고등생명이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륙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적절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외계인들도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가깝게 있다면 침략할 것이 뻔하다. 가까운 별이 무려 4광년 거리라면 사실상 지구인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한 셈이다.


    다른 별로 쳐들어가지 말라는 말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 좋지 않다. 인간이 가는 곳마다 지구처럼 황폐화될 텐데 말이다. 그래서? 외계인은 일단 없다. 외계인은 있어도 외계에 있다. 지구에 없다. 과거에 외계인이 다녀간 흔적이 없고 가까운 미래에 지구를 방문해올 희망도 없다.


    우리가 그리로 가지 못한다면 그들도 이리로 오지 못한다. 통신도 불가능한가? 허블 망원경을 찜쪄먹는 대단한 망원경이 개발된다면 달라질 수 있다. 외계인은 전파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통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별들이 띄엄띄엄 있는 것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게 밸런스에 맞다. 그래야 통제가능하다. 구조론은 통제가능성이다. 우주는 죄다 연결되어 통제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너무 가까우면 통제되지 않고 말썽을 일으킨다. 오랫동안 인류는 지구에 흩어져 살았다. 인구가 늘어 도시에 몰려살기 시작하자 재앙이 일어났다. 경험한 게 있다.


    우리 입장에서 137억 년 역사는 첫 경험이지만 우주 입장에서 137억 년은 골백번 반복된 다음 마지막 137억 년일 수도 있다. 별들 간에 서로 통신하게 뒀다가 우주가 망한 게 골백번일 수도 있다. 무수한 탄생과 멸망의 시행착오 끝에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가보자 하고 간격을 띄워놓았다.


    구조론으로 보면 우주의 근본원리는 밸런스다. 밸런스는 움직임으로 움직임을 상쇄시킨다. 배는 흔들리므로 흔들리는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정중동이 아니라 동중정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극적이다. 구조로 보면 극단적인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희소한 확률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지구가 이 구역에서 희귀한 행성이라는 사실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놀랄 일은 아니다. 물론 지구가 희귀하다고 해서 유일하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단, 지구는 대표적이다. 우리가 대표성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우리은하에 외계인이 몇 종류가 있든 지구가 그 대표다.


    그것이 사건의 속성이다. 사건은 원래 그렇게 간다. 우산혁명에 나선 홍콩시민들에게 외신기자의 마이크가 주어지면 그들은 전체 홍콩시민의 심정을 대표해서 발언한다. 1억 개의 정자 중에 단 하나가 난자와 결합하지만 그들 간에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사실은 모두가 대표자인 것이다.


    모두가 난자와 결합한 하나를 지원하고 보호한다. 1억 개의 세포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서로 간에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누가 골을 넣든 선수단 11명은 서로 협력한다. 한 팀이고 동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건으로 보는 관점을 획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건은 대표한다.


    불씨는 한 알만 있어도 되기 때문이다. 성냥불이든 라이터불이든 장작불이든 상관없다. 크든 작든 불씨는 제 몫을 해낸다. 착한 불씨든 나쁜 불씨든 불을 옮겨붙이는 데는 하자가 없다. 그것이 사건의 원리다. 학벌은 조국이고 얼굴은 정우성인 엄친아 불씨만 불이 옮겨붙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고 그러려면 존재의 조건을 두루 충족시켜야 하며 그 조건 중의 하나가 서로 참견하지 않기, 이웃 행성에 쳐들어가지 않기, 적절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기라면 그 조건을 만족시키는 형태로 우주가 성립했을 개연성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통제가능성이다. 존재하는 것은 당연히 계 안에서 통제된다. 서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것은 우주의 기본적인 성질 가운데 하나다. 전자와 양성자 사이의 거리도 꽤 멀다. 인간의 신체를 기준으로 가장 작은 간격 곧 시간단위 1과 공간단위 1의 작은 정도가 10의 몇십 승분의 1일 것이다.


    반대로 가장 큰 간격은? 역시 비슷하다. 우주에서 가장 작은 것이 1/10의 40승이라면 우주에서 가장 큰 것도 10의 40승배쯤 된다. 우주는 우리보다 작은 쪽으로도 거리가 멀고 큰 쪽으로도 거리가 멀다. 적절히 간격을 벌려야 충분히 안전한 확률을 담보할 수 있으니까. 그것이 자연스럽다.


    큰 것도 허벌나게 크고 작은 것도 희미하게 작은데 생명체만 특별히 우주 안에 바글바글하다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어쨌든 우주전체에 은하계가 무수히 많으므로 다 합치면 그래도 쪽수가 참 많다. 그런 점에서 지구는 희귀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구역에서는 일단 희귀하다.


    사건으로 보고, 대표성으로 보는 관점을 얻으면 특이한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당신은 자신이 1/70억이라는 사실이 어색한가? 예컨대 싸이가 최초로 유튜브에 10억뷰를 찍었을 때 내가 1/70억이라니 믿어져? 이러면 이상하다. 싸이 원래 이상했잖아. 이상한 사람이 이상해야 정상이지.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는 것이다. 스쳐 지나가는 70억 가지 이상의 사건을 목격할 텐데 그중에 하나쯤 내게 걸리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누구든 인류의 대표자가 될 수 있다. 찬스가 왔을 때 기회를 살릴 마음의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자세를 가져야 진리를 볼 수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9.04 (04:39:29)

"찬스가 왔을 때 기회를 살릴 마음의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자세를 가져야 진리를 볼 수 있다."

http://gujoron.com/xe/1119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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