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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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40 vote 1 2019.08.29 (15:40:55)


    사물로 보면 여럿이지만 사건으로 보면 모두 연결되어 하나를 이룬다. 중국이 인구가 많아도 하나고 한국이 인구가 적어도 하나다. 사물로 보면 운이 좋은 넘이 당첨되지만 사건으로 보면 당첨자가 나올 때까지 뺑뺑이를 돌린다. 사건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당첨된 로또와 낙첨된 로또는 둘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하나다.


    인간의 몸도 그렇다. 뇌만 인간이고 팔다리는 그냥 단백질과 회분일까? 팔다리도 인간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지구만 인간이 있다면 지구가 아닌 수성, 화성, 금성, 목성은 쓰레기일까? 아니다. 시스템 안에서 하나다. 다른 행성들은 지구의 잘 쓰이지 않는 일부다. 그들은 지구를 떠받친다. 지구는 이 구역의 대표자일 뿐이다.


    월드컵 우승팀이 브라질팀이라면 다른 팀들은 죄다 들러리일까? 아니다. 그들도 우승팀을 생산하는데 상당히 기여한다. 존재는 공간에서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이루고 시간에서 처음과 지금의 관계를 이루며 그 안에는 대표성이 있다. 운이 좋아서 인간이 지구에 출현한 것이 아니고 운이 맞을 때까지 테스트를 반복했다.


    1) 희귀한 지구 가설 - 인간은 운이 억빨로 좋다.
    2) 인류원리 - 원래 억 명 중의 하나는 운이 억빨로 좋은데 그게 너희 인간이다.
    3) 구조론의 입장 - 하나는 억 개를 대표한다.


    인간이 살만한 행성이 나와주려면 20개쯤 되는 우주상수가 기적적으로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와 상관없이 그 수치에는 의미가 있다. 우주가 투박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는 말이다. 우주의 어떤 부분에 대해 이해를 돕는다. 우주는 예민한 존재다.


    과학자는 대다수가 인류원리를 지지하는 모양이다. 인류원리는 위험하다. 뭐든 정반대로 해석하는 재주가 있는 종교세력의 먹이감이 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다중우주설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지적설계설로 가는 수가 있다. 구조론은 주최측의 입장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주최측은 피파다. 피파는 별로 운이 좋지 않다.


    참가국이 211개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월드컵에 2천 개국이 참여한다면 흥행이 잘될 텐데 말이다. 특히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가 매번 월드컵 본선에 나오지 못하므로 언제나 반쪽잔치가 된다. 지구촌 인류전체가 참여하는 축제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전체가 하나라는 관점을 얻어야 한다. 주최측은 전체를 바라본다.


    태초에 생명이 있었다. DNA가 등장한 것이다. 운이 나쁜 유전자는 중간에 사라지고 운이 좋은 유전자만 남아 있다. 아니다. 상관없다. 유전자는 원래 그렇게 설계된 것이다. 일부러 변이를 일으키고 나쁜 조합은 도태시킨다. 유전자는 복제되므로 100만 개 중의 하나라도 살면 된다. 물고기는 한꺼번에 알을 백만 개씩 낳는다. 


    도루묵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정자를 뿌려서 바다가 뿌옇게 된다. 암컷이 수십만 개의 알을 낳으면 수컷은 곱하기 수억 정자를 살포한다. 운 좋은 하나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하나를 백만 개로 쪼갠 것이다. 그중에 99만 개가 죽었다 해도 이는 하나의 뇌에 따라붙은 99만 개의 세포다. 뇌세포가 몇이든 의식은 하나다. 


    물고기는 처음도 하나이고 지금도 하나다. 백만은 스쳐 가는 숫자에 불과하다. 우주도 하나고 생명도 하나고 인간도 하나다.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를 보고 비웃을 수 있다. 너희는 재수가 없어서 개나 고양이나 지렁이나 바퀴벌레가 되었구나. 난 재수가 좋아서 사람이 됐구나. 틀렸다. 사람이 생태계 모두를 대표하는 영장이다.


    개나 고양이나 지렁이나 바퀴벌레도 넓은 의미에서 사람을 구성하는 일부다. 반장이 급우를 대표하여 발언하면서 동료 학생을 비웃으며 너희는 재수가 없어서 반장이 못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면 한심한 거다. 반장은 대표할 뿐이며 실제로 발언하는 것은 60명의 급우 전체다. 우리 은하에 몇 개의 고등생명체가 있을까? 


    몇 개든 하나다. 하나가 전체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중우주는 애초에 무의미하며 외계에 외계문명이 있든 없든 서로 왕래하지 못하는 한 의미없다. 만약 왕래한다면 또 다른 통합문명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것은 다른 것이다. 지구문명은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며 유의미하고 사건 안에서 우주를 대표하는 존재다.  


    우주 전체에 혹은 우리은하에 실제로 몇 개의 문명이 있든 사건으로 보면 한 개의 문명이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문명 간에 왕래가 일어난다면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인류문명이라는 사건 속의 존재다. 우리가 당면한 사건은 지구사건이며 현재로는 지구 밖의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다른 문명과 교류하면 문명은 한 차례 도약하게 되며 그것은 완전히 다른 사건이다. 아담과 이브 시절에는 자신의 운명이 곧 인류의 운명이었다. 지금은 1/70억으로 작아졌다. 사건으로 보면 하나다. 한 사람의 운명이 한 우주의 운명이다. 그것이 신의 의미다. 암스트롱이 갔든 가가린이 갔든 인류를 대표해서 간 것이다. 


    내가 간 것과 같다. 신은 인류의 대표성이며 누구든 운명적인 의사결정의 순간에는 그 위치에 서게 된다. 누구든 사건 안에서 인류를 대표하게 된다. 왜냐하면 복제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타자가 아니며 신은 남이 아니다. 신은 시간의 처음과 지금의 대칭에서 그리고 공간의 전체와 부분의 대칭에서 대표로서의 존재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8.31 (03:18:14)

"누구든 사건 안에서 인류를 대표하게 된다. ~ 우는 타자가 아니며 은 남이 아니다."

http://gujoron.com/xe/1118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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