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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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36 vote 1 2019.07.31 (15:24:27)

    구조론연구소는 제대로 된 엘리트를 양성하는 곳이지 찐따들을 격려해주는 곳이 아니다. ‘나 좀 케어해조.’ 이런 거 곤란하다. 어리광은 받아주지 않는다. 인생은 실전이다. 위를 쳐다보고 좌절하지 말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지배해야 한다.


    사회를 원망하는 어리광은 어린이나 학생에게만 허용된다. 인간은 원래 열다섯 살이면 독립해야 한다. 어떤 부족민은 아홉 살 정도면 집에서 쫓겨나 혼자 들판에서 생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인은 서른 살까지 캥거루족 신세다.


    독립을 못 하는 이유는 학습량, 적응량이 총량에서 늘었기 때문이다. 외출하려고 해도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면허를 따려면 운전학원에서 배워야 한다. 배워야 한다는 것은 을이 된다는 거다. 계속 을로 지내다 보면 자존감을 잃는다.


    주도권을 잡아본 경험이 아예 없다. 그만큼 미성숙해진다. 사회화가 안 되고 삐꺽거리며 겉돌게 된다. 인간소외다. 외국여행을 가려 해도 외국어 정도는 해줘야 하고 노래방에 가려고 해도 18번 정도는 챙겨놔야 한다. 공부할 게 많다.


    연애를 하려고 해도 요즘 어느 동네가 뜨는 골목인지, 맛집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이벤트를 해야하는지 알아놔야 한다. 숙맥은 연애도 못 하는 거다. 요즘은 성인지 감수성까지 공부해야 한다. 시스템에 치이는 희생자가 나오는 것이다.


    그들은 자연인, 태극기 할배, 폐지 할머니, 오타쿠, 히키코모리가 된다. 산업사회의 고도화된 시스템에 치여 자존감을 잃고 사회와 겉돌게 되는 소외에 대해서는 루소나 소로나 마르크스나 이런 양반들이 백 년 전에 다 말해 놓은 것이다.


    그분들 말씀대로 우리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학습량을 줄여야 한다. 정치적 올바름에 성소수자에 페미니즘까지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자연인은 그래서 산으로 숨은 거고 도시에도 오타쿠나 히키코모리가 많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존중하는 문화가 발달해야 한다. 욜로, 쿨하다, 시크하다, 소확행, 혼밥족 이런 유행어들에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추구가 반영되어 있다. 현대사회의 트렌드다. 시스템의 사이즈와 개인의 에너지는 반비례한다.


    인간은 시스템에 의존하면서 에너지를 잃는다. 자존감을 잃고 아무것도 좋아하는 게 없다고 말한다. 사건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을의 신세다. 사실은 좋아하는 게 있다고 말한 다음의 계획이 없는 거다. 수습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원래 다음 단계의 계획을 세운 다음에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의견이 없는 경우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했거나 혹은 사회화 실패에 따라 인격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이다. 오타쿠들은 사실 그런 짓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사회화 실패에 따라 그 방향으로 떠밀린다. 왜냐하면 자기 계획이 없기 때문에. 즉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산력이 향상될수록 인간 개개인의 감당해야 할 학습량이 늘고 학습량이 커질수록 게임의 주도권을 뺏긴다.


    인간 개개인이 갑이 되어야 하는 상황은 보다 단순한 삶에서 찾을 수 있다. 근로시간은 줄이고 월급은 받는 대로 다 써버려야 한다. 연금을 믿고 저축이나 재테크는 포기해야 한다. 봉건 가부장이 되려는 무의식적 시도를 버려야 한다. 


    여성도 자기보다 뛰어난 남성을 만나겠다는 야심을 버리고 차라리 섹스머신을 찾아야 한다. 좋은 남자를 만나겠다는 권력의지는 봉건 가모장이 되려는 야심의 산물이다. 자기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트로피로 전시하려는 야심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딸 낳고 아들 낳고 옴팡지게 잘 살겠다는 야무진 꿈을 버려야 한다. 그게 소인배의 권력의지다. 그 심리의 이면에는 사회적 권력투쟁이 있다. 또래나 동창생, 패거리들 사이에서 심리적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자는 거다.


    패거리의 세계에서 주도권을 틀어쥐고 왕초가 되려는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 이제는 개인의 시대이다. 잘난 척해봤자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이제는 좋은 부모가 될 필요도 없고 효도하는 자식이 될 이유도 없다. 평판공격이 사라진다.


    누가 알아주랴? 평판을 높이려는 부족주의 근성 버려야 한다. 돈은 버는 대로 쓰고 사람은 만나는 대로 살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트렌드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여기는 구조론연구소다.


    이 글을 읽고 나도 히키코모리나 되어볼까 하는 식으로 나온다면 실패다. 산업사회의 생산성 향상에 따라 세상이 필연적으로 그 방향으로 굴러간다는 거지 그게 옳다는 게 아니다. 미래가 항상 좋은 건 아니다. 더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구조론사람은 그런 사회의 변화를 냉정한 시선으로 읽어내고 한편으로 맞춰가면서 의연하게 자기 위치를 지키는 엘리트여야 한다. 대중에게 아부하며 시류에 영합하려 들면 곤란하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에서 량으로 갈수록 망가진다.


    뭔가 좋아진다는 것은 동시에 뭔가 더 나빠진다는 것을 수반하는 것이다. 원시 사회주의 시절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돌아갈 수 없다. 한 번 에너지 흐름의 궤도에 올라타면 옳고 그름을 떠나 선악을 떠나 필연의 길로 가는 거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8.01 (08:38:18)

"사회의 변화를 냉정한 시선으로 읽어내고 한편으로 맞춰가면서 의연하게 자기 위치를 지키는 엘리트여야 한다."

http://gujoron.com/xe/111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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