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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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82 vote 0 2019.07.24 (16:17:59)


    행복이 아니라 에너지다


    https://news.v.daum.net/v/20161110073104929


    행복연구가 서은국이라는 사람이 있다. 별로 안행복하게 생긴 이 양반의 말을 요약하면 -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는게 행복이다. 행복은 거의 타고난 유전인자가 결정한다. 연봉 6천까지는 돈의 영향을 받고 그 이상은 친구가 행복을 결정한다. 대략 이렇다. 자세히 읽어본건 아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먹는게 행복이라는 말은 확실히 와닿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철학이 될 수 없다. 피상적인 접근이다. 과학가는 진지해야 한다. 표면의 색깔을 논하지 말고 깊은 곳에서의 흔들림을 논해야 한다. 대중에게 아부하는 저급한 말에 불과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확행을 떠올릴 수 있다. 쉬운 목표를 던져주면 대중은 좋아한다.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물건을 사면 행복할 수 있다. 거짓말이다.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자본주의가 성장한 것이다. 커피 한 잔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지만 그게 경제성장 덕이다.


    행복타령은 찌질한 짓이다. 행복은 결과론이며 결과에 매몰되는 귀납적 사고는 이미 실패다. 인간은 목적을 지향하는 존재이며 목적을 모르겠으므로 그냥 행복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다. 그것은 얼버무린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목적을 지향하는 존재라는 점이다. 거기에 답이 있다.


    왜 행복타령을 할까? 항해하는 배는 등대가 필요하다. 그 등대를 찾아야 한다. 목적을 찾아야 한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다. 서은국의 말을 참고하자면 행복의 반은 유전자에 달렸다는데 벌써 이상하잖아. 부모를 잘 만나고 애초에 사교적인 성격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벌써 황당하잖아.


    행복은 인간의 생존을 보장할 수단으로 만들어진 뇌의 프로그래밍에 불과하다. 불행을 추구하면 죽을 확률이 높으므로 살 확률이 높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함께 먹으면 생존할 확률이 확실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상한 사람과 밥을 먹으면 이상해질 확률이 높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좋은 친구 세 사람만 있으면 인생은 성공이다. 이 말은 필자가 한 말이다. 물질을 쌓아놓으면 행복할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행복을 획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마초를 피우는 것이다. 아편도 행복감을 증진시킬 수 있다지만 중독성이 있다니 논외다.


    행복을 보장하는 알약이 있다면 당신은 그 알약을 먹겠는가? 인간은 에너지의 동물이며 에너지를 획득하는 것이 가치있는 것이며 에너지는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쳐들어갈 때 성립하는 것이다. 환경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때 인간은 에너지를 얻는다. 겉도는 존재는 되지 말아야 한다.


    역사와 이웃과 동료와 환경과 자연과 문명과 친해져야 하며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차가 있다면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 친구가 있다면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이 있다면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지구가 있다면 여행할 수 있어야 한다. 불행은 차는 있는데 운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돈은 있는데 쓰지 못하는 것이다. 친구는 있는데 불화하는 것이다. 책은 있는데 읽지 못하는 것이다. 국가는 있는데 반역하는 것이다. 문명은 있는데 야만하는 것이다. 말이 있는데 타지 못하는 것이다. 밥이 있는데 먹지 못하는 것이다. 그럴 때 인간은 소외되고 비참을 맛보게 된다.


    존엄이 첫째고 자유가 둘째이며 사랑이 셋째고 성취가 넷째고 행복은 그다음이다. 존엄을 얻으면 자유가 따르고 자유가 있으면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면 성취하고 성취하면 행복하다. 그러나 이 단계를 건너뛰고 행복만 추구하면 실패한다. 존엄하지 못하면 노예다. 노예는 자유가 없다.


    자유가 없는 감옥의 죄수는 사랑할 수 없다. 군인은 자유가 없다. 사랑할 수 없다. 애인이 매주 면회를 온다면 몰라도. 사랑하지 못하는데 성취가 있겠는가? 물론 여기서 사랑이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범위를 좁혀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존엄, 자유, 사랑, 성취 다음에 행복이 따라온다.


    만약 그대가 존엄과 자유를 얻었다면 사랑이나 성취나 행복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지만 따라오지 않아도 신경쓸 일이 없다. 중요한 것은 존엄할 수 있느냐다. 존엄하려면 높은 집단에 들어야 한다. 집단의 의사결정그룹에 들어야 존엄한 것이다. 소외되면 존엄하지 않다.


    우리는 노상 금 밖으로 밀려나고 배제되고 따돌려지고 끌어내려 진다. 존엄하지 못한 것이다. 왕자나 공주라면 절대 그런 일을 겪지 않을 텐데 말이다. 왕자가 공주가 아니면서 존엄하려면 사건을 일으켜야 한다. 자신의 작품 앞에서 작가는 존엄하다. 자신의 연주 앞에서 음악가는 존엄하다.


    자신이 낳은 아기 앞에서 부모는 존엄하다. 자신이 추수한 수확 앞에서 농부는 존엄하다.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측에 선 사람은 언제나 존엄하다. 맛집을 순례하기보다 직접 조리하는 것이 낫다. 남의 작품 앞에서 맛이 어떻고 해봤자 껍데기다. 그 요리가 내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다. 행복은 결과측이고 원인측이 진실하다. 예컨대 돈이 많으면 행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돈이 없으면 비참한 것은 거의 확실하다. 확률적으로 보면 역시 돈이 있는게 없는 것보다 낫다. 마찬가지로 행복한 사람이 불행한 사람보다 낫다. 그러나 확률뿐이다.


    돼지의 행복보다는 소크라테스의 불행이 낫기 때문이다. 어원으로 보면 행복은 무언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행복을 뜻하는 에우다이모니아는 '좋은 신령에게 복을 받은 상태'라고 한다. 선물을 받건 키스를 받건 칭찬을 받건 무언가 받는다는 것은 확실히 좋은 것이다.


    그러나 거지는 늘 동냥을 받지만 그다지 좋지 않다. 사실 사람들은 관심받는 것을 좋아한다. 오타쿠들은 ‘날 내버려둬’라고 말하지만 내버려두면 자신을 공기 취급했다고 화를 낸다. 아기는 늘 부모에게 무언가를 받지만 언제까지 아기에 머무를 건가? 받는 사람은 약자 포지션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유치환의 시다. 받는 게 좋지만 주는 것이 더 좋다. 직원은 월급을 받고 사장은 월급을 준다. 자식은 부모에게 받고 부모는 자식에게 준다. 다들 받기보다 주고 싶어한다. 행복은 받는 것이므로 어린아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좋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행복이 귀납적 관점이라는 것이다. 행복과 같은 그런 관념적이고 불확실하고 애매하고 확률적인 것을 논하면 곤란하다. 과학가는 확실한 것을 논해야 한다. 그것은 에너지다. 사건을 일으키는 자가 진정하다. 이등박문을 쏜 안중근처럼. 세상을 흔들어버릴 때 인간은 전율한다.


    인간은 목적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행복은 목적을 모르는 자가 얼버무린 말이다. 인간의 목적은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으로 쳐들어가며 에너지를 끌어내고 사건을 일으키는 데 있다. 행복한 사람보다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행복타령은 이 시대의 대중에게 먹히는 유행일 뿐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7.25 (03:24:14)

""사건을 일으키는 자가 진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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