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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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61 vote 0 2019.06.07 (16:26:45)


    인생에는 규칙이 필요하다


    야구선수들도 다양한 징크스가 있는데 시합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회피기동이 된다. 이기면 그날부터 팬티를 안 갈아입거나 면도를 하지 않거나 하는데 거의 모든 선수가 나름대로 루틴을 지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징크스를 믿는 플러스 통제가 아니라 마음이 어수선해지는 것을 막는 마이너스 통제라는 점이다.


    사실은 징크스를 믿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시합에 지기라도 하면 바로 징크스를 바꾼다. 시합의 중압감 때문이다. 가만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아파오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허둥댄다. 무언가 잔뜩 짓누르는 느낌이 든다. 명상하거나 구조론 글을 읽거나 좋았던 때를 떠올려서 그 기분을 벗어나야 한다.


    이치로는 평생 점심은 피자만 먹었다고 하는데 이치로가 바보라서 그런 건 아니고 루틴이 흔들리면 인간이 파괴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점에서 선을 그어놓고 지키는 게 편하다. 의사결정 스트레스의 회피다. 심리적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 의미다. 인간들이 교회에 가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다.


    교회가 하는 일이 그런 캐릭터와 기믹과 루틴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기믹은 자신은 어떤 사람이다 하고 자기규정을 하는 것이고 루틴은 야구선수가 타석에서 하는 안해도 되는 이상한 행동이다. 류현진도 시합날 3시간 전에 할 일, 1시간 전에 할 일, 30분 전에 할 일이 정해져 있으며 그동안은 동료도 말을 걸지 않는다.


    무개념 한국기자나 방해하는 것이다. 루틴이나 징크스나 기믹 중에 쓸데없는 것은 당연히 버려야 하지만 인간들이 거기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정신적으로 나약한 동물인 것이며 그것을 버리면 술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도박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뭔가 사고를 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 정해놓고 지키는 선들을 필자가 버려라 마라 할 일은 아니고 다만 그것을 버리더라도 혹은 지키더라도 왜 그러는지 정확하게 알고 해야 한다. 종교의 교리는 죄다 거짓말이고 인간에게는 원래 캐릭터와 기믹과 루틴과 징크스가 필요한 것이며 그게 심하면 강박증이나 정신병이 되는 것이다. 종교라면 광신도가 되겠다.


    정신집중을 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전념하려면 규칙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박증이나 편집증으로 발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광기로 치닫기 다반사다. 필자가 강조하는 믿음이나 의리나 사랑이나 존엄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믹이다. 그게 없으면 변덕을 부리고 기행을 하다가 사고를 치게 된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인간은 원래 집단의 위기를 감지하게 되어 있다. 자신과 무관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등교거부 운동으로 노벨상 후보가 되었다는 노르웨이 소녀가 그런 예다. 원래 이런 쪽으로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북한땅굴 타령하는 사람들도 일종의 그런 증세다. 무의식의 영역에서 집단의 위기를 감지하는 촉각이 작동한 것이다.


    그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그 원인을 모르므로 거짓 원인이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땅굴환상을 만들어냈다. 땅굴은 거짓이지만 스트레스를 가하는 무의식은 진짜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환상통이라 하겠다. 그런 식이다. 인간은 정신적으로 강한 존재가 아니므로 선을 그어서 일부를 포기하고 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작은 규칙을 시시콜콜 정해 놓으면 곤란해질 수 있다. 큰 틀에서 진보의 편에 서고, 역사의 편에 서고, 문명의 편에 서고, 진리의 편에 서고, 신의 편에 선다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 그것을 캐릭터로 삼고 기믹으로 삼아야 식도역류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스트레스받으면 병난다.


    캐릭터를 마음속에 그려놓아야 한다. 초상화가 있어야 한다. 내가 지리산 정상에서 덕유산 정상을 바라볼 때의 이미지를 찰칵 찍어서 마음에 새겨놓고 힘들 때 떠올리는 것이다. 기믹은 다양한 사회적 기술이다. 거기에는 어느 정도의 위선도 있고 가식도 있다. 나는 그런 가식 없어 하고 솔직한 척 막말하는 사람도 있더라.




프로필 이미지 [레벨:10]kilian

2019.06.08 (02:45:43)

"정신집중을 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전념하려면 규칙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박증이나 편집증으로 발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http://gujoron.com/xe/1095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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