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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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43 vote 0 2019.05.26 (17:22:11)

          

    구조론은 수학이다


    근본적으로 구조론에 대한 개념이 서 있지 않아서 대화가 겉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구조론은 수학이다. 수학은 그 헤아려지는 대상에 상관하지 않는다. 사과가 하나 있다면 그 사과의 품질이나 외양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숫자가 1이라면 관측대상인 사과와 관측자인 사람을 연결하는 라인이 1이라는 말이다.


    사과의 사정은 논외다. 가리키는 손가락을 쳐다보거나 가리켜지는 달을 쳐다보는 사람은 개념이 서지 않은 것이다. 달과 사람을 연결하는 라인을 봐야 한다. 그 사과가 잘 익은 사과인지 덜 익은 풋사과인지 혹은 썩은 사과인지 그림 속의 거짓 사과인지는 논하지 않는다. 숫자 1은 사실 사과 그 자체와 관계가 없다. 


    관측자와 관측대상이 1차원 선으로 연결되면 숫자 1이다. 이미 연결되었는데 한 번 더 연결되면 숫자 2다. 그런데 1차원 선으로 연결되지 않고 2차원, 3차원, 4차원으로 연결되면 어쩌지? 이것이 구조론이다. 구조라는 것은 역시 관계를 말하는 것이며 주로 대칭으로 나타나는 상대적인 관계를 해명하는 방식이다. 


    수학이 관측대상인 사과와 관측자인 사람을 연결하는 라인을 보듯이 구조도 어떤 둘의 사이를 본다. 사이는 비어 있다. 그 비어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레코드판의 비어있는 홈을 본다. 포착해야 할 정보는 바로 그곳에 있다. 마루가 아닌 골을 보고 채움을 보지 않고 비움을 본다. 우주는 그 비움을 통해 작동한다.


    족보는 부부를 무촌으로 연결하고 부자는 1촌으로 표시한다. 연결형태가 다르다. 자식은 부모 2인과 동시에 연결된다는 점에서 부부와 다르다. 엮인 정도가 높다. 부부는 이혼하면 끝이지만 부모자식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는다. 관계의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구조론은 부부인지 부자인지 관계의 정도를 측정한다.


    사과를 논한다면 벌레 먹은 사과, 썩은 사과, 익은 사과, 요리된 사과, 그림의 사과로 다양한 사과가 있겠지만 사과와 사람의 관계는 언제나 일대일이다. 숫자는 1차원 연결형태다. 구조론은 질, 입자, 힘, 운동, 량 순서대로 엮인 정도가 다르다. 량이면 남남이라 외부에서 뭔가 추가로 투입하지 않으면 연결이 끊긴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사람은 외부에서 온 버스가 없으면 연결이 끊어진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만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량의 관계다. 운동이면 형제처럼 서열이 있고 힘이면 방향이 있고 입자는 우두머리가 있다. 질이면 소속이 있다. 량은 외부에서 버스가 와야 하지만 질은 자체적으로 서로 공유하는 버스가 있다. 


    토대를 공유하고 있으면 질이다. 입자는 에너지의 활동에 의해서만 공유되고 힘은 공간만 공유되고 운동은 시간만 공유된다. 량은 공유가 없다. 어떤 둘이 만난다면 질로 혹은 입자로 혹은 힘으로 혹은 운동으로 혹은 량으로 만나며 다른 만남의 형태는 없다. 질로 만나면 잘 끊어지지 않고 량으로 만나면 쉽게 끊긴다.


    우리는 남남이 아니면 친구다. 부부가 되기도 하고 동료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남남, 친구, 동료, 부부, 사제관계 외에 다른 관계는 없다. 예컨대 좁쌀을 계량한다고 치자. 저울에 무게를 달아보거나 혹은 됫박으로 몇 되가 들어가는지 계량하는 방법 외에 없다. 구조론이 하나의 커다란 자루라는 본질을 알아야 한다.


    어떤 둘을 연결하는 방식은 원래 많지 않다. 딴소리를 하는 사람은 수학수업을 국어수업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도량형의 종류는 원래 많지 않다. 길이, 넓이, 부피, 무게뿐이다. 구조론은 여기에 낱개를 추가하여 다섯으로 파악한다. 수학은 길이든 부피든 연결을 1개로 놓고 동시에 엮인 정도를 파악하지 않는다. 


    어떤 대상을 통제하려면 연결해야 한다. 개는 목줄로 연결하고 말은 재갈과 고삐와 안장으로 연결한다. 소는 코뚜레와 쟁기를 이용한다. 닭은 그냥 닭장에 가둬놓는다. 고양이는 배가 고프면 야옹 하고 제 발로 찾아온다. 먹이로 연결한다. 수학은 그 연결되는 라인 중에서 하나를 채택하여 연결내용을 규명한다.


    구조론은 질적으로 다른 여럿이 동시에 연결되어 있을 때 어떤 순서로 풀어야 하는지를 해명한다. 예컨대 당신의 아버지가 동시에 당신의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실에서 아빠라고 불러야 하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아버지도 되고 선생님도 되고 당신의 남편도 된다면? 남편선생아빠라고 부를까?


    개별적으로 연결되면서 동시에 시간으로 연결되면서 동시에 공간으로도 연결되고 동시에 에너지로도 연결되고 동시에 토대의 공유로도 연결되는데 이들 중에 어떤 순서로 파악하고 대응해야 적절히 대상을 통제할 수가 있을까? 당연히 초등학교 수학교과서에 나와야 하는데 이를 논하는 수학이 지금까지 없었다. 


    근본적으로 구조론이 관계를 해명하고 사건을 해명하는 새로운 수학이며 또 새로운 언어라는 구조론의 출발점이자 대전제를 모르면 곤란하다. 수학수업을 국어수업으로 착각한다면 곤란하다. 스포츠 종목이 아무리 많아도 승부는 이기거나 지거나 무승부뿐이다. 기록경기는 등수가 있다. 그 외에 없다. 당연하다.


    이런 것은 사실이지 구조론학교 1학년 1학기 첫 수업에 나와야 할 내용이다. 아니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미리 알아보고 와야 할 내용이다. 무기재료공학과에 가서 무기를 만들려다가 실패한 학생도 많다고. 요업과를 요강과라고 놀려대니 이름을 간지나게 바꿔놓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잘못 들어온 사람 많았다더라. 


    질 - 양떼는 들판을 공유한다.

    입자 - 늑대가 나타나면 어떻게 할지는 양치기가 결정한다.

    힘 - 도망친다면 공간의 방향을 판단해야 한다.

    운동 - 다른 양보다 반걸음 앞서가야 한다.

    량 - 다른 양이 잡히면 멈춰도 된다.


    다섯 가지 판단을 동시에 할 수 없으므로 순서를 정해놓고 대응해야 한다. 수학은 이들 중에 하나를 해명할 뿐 동시에 파악하지 않는다. 길이를 재거나 너비를 재거나 부피를 잴 뿐 개수와 길이와 너비와 부피와 질량을 동시에 재지 않는다. 많은 경우 너비를 재려고 접근하는데 길이로 바꿔진다. 각운동량이 그러하다. 


    너비를 재려고 하는 순간 길이로 변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구조론이 소용되는 것이다. 장 개념을 도입하면 해결된다. 구조론은 존재가 둔갑하는 순서와 그에 따른 대응법을 알고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8]kilian

2019.05.28 (03:17:15)

"구조론은 질적으로 다른 여럿이 동시에 연결되어 있을 때 어떤 순서로 풀어야 하는지를 해명한다"

http://gujoron.com/xe/109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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