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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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24 vote 0 2019.04.30 (22:28:25)


    공유에서 사유로


    에너지는 효율을 추구한다. 이기는 것이 효율적이다. 구조는 계를 만들고 두 갈래 길 중에서 지름길을 선택한다. 큰 것과 작은 것이 대칭되면 의사결정의 중심은 둘을 합쳐 이루어진 계의 중심에 있고 그 중심은 큰 것의 내부에 있다. 큰 것이 이긴다. 그것이 더 효율적이다. 운동이 중심점에 가까울수록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지구의 공전을 결정하는 중심점은 태양 안에 있다. 지구와 달의 상대운동의 중심점은 지구 안에 있다. 달이 지구를 돌리는 것보다 지구가 달을 돌리는 것이 에너지를 절약한다. 만화를 보면 허벅지가 가늘고 종아리가 굵은 캐릭터가 있지만 비효율적이다. 허벅지가 굵고 종아리가 가늘어야 한다. 신체의 끝단이 크면 비효율적이다.


    말단부가 크면 진동의 파장이 커져서 주먹을 휘두를 때 신체가 흔들린다. 그러므로 중심을 강화하는 쪽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헬스를 해도 코어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이유가 있다. 말단부가 크면 진동이 커지고 그 경우 외력에 영향을 받아 살짝 건드려도 계가 깨진다. 그러므로 계는 항상 안정되려고 하는 것이다. 


    개인은 집단 안에서 변방이다. 말단부다. 돈이 생기면 코어에 몰아주려고 한다. 재벌에게 돈을 몰아주거나 혹은 장남만 몰빵으로 지원한다. 그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외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외력의 작용을 피해야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대륙으로 처음 이주한 청교도들은 교회부터 짓기 마련이다. 


    각자 자기 집부터 짓는 게 먼저가 아닌가 싶겠지만 그 상태에서 지어봤자 움막이다. 차라리 노숙하는게 낫다. 집을 지어도 충분한 재산이 모인 후에 지어야 번듯한 주택이 된다. 공유재산을 먼저 획득하고 사유재산을 나중 획득하려고 한다. 문제는 이런 효율성의 추구 경향이 권력에도 적용되고 섹스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엘리트는 일단 자기집부터 지으려고 한다. 엘리트는 심리적으로 부자이기 때문이다. 민초는 가난하므로 자기집은 팽개쳐놓고 월드컵 응원이나 하고 있다. 이런 심리를 진중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월드컵이 밥 먹여주나? 자신이 직접 뛰는 조기축구나 열심히 하지 남이 뛰는 월드컵은 왜 응원해? 미쳤어? 너 나치냐?


    이런 식이다. 왜 민중이 노무현을 지지하는지 엘리트 지식인들은 절대로 알지 못한다. 권력이 없기 때문에 몰아주는 게 더 효율적이다. 노무현이 국민에게 얻은 신뢰는 공유자산이다. 일단 공유자산부터 획득해야 사유재산을 만드는 씨앗이 된다. 종잣돈이 된다. 번듯한 회사에 취직부터 해야 돈이 모이는 법이다. 말해야 아나?


    회사는 공유재산이다. 회사부터 살리는 게 맞다. 돈이 없으면 없을수록 돈을 부자에게 몰아준다. 과거 노가다쟁이들은 일당을 전표를 받는데 도박을 해서 한 사람에게 몰아줘 버린다. 한 달 일당 모아봤자 10만 원인데 그 돈으로 뭣하겠는가? 술값으로 날리는게 보통이다. 차라리 한 명에게 몰아주자. 10명이 도박하면 백만 원이다.


    100만 원이 되면 포장마차라도 해서 자립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심리로 다들 도박을 한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인권은 쓸모가 없고 노무현의 권력이 중요하다. 권력이 가난할수록 몰아주려고 한다. 권력이 부자인 엘리트는 그 심리를 모른다. 권력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게 집단 전체로 보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황제가 권력을 가지면 한 명이 뜯어먹는다. 원로원이 권력을 가지면 100명에게 돈을 뜯긴다. 100명의 중간자에게 뜯기느니 황제 한 명에게 뜯기는 게 세금절약이다. 더 효율적이다. 절대왕권은 강화된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섹스가 가난할수록 공유하려고 한다. 그게 성매매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의 단계가 균일한 공유단계다. 


    입자단계로 넘어가면서 사유화된다. 이익이 증가하면 분배를 강화해야 한다. 이익을 재벌에게 몰아주면 투자하지 않고 잉여금으로 돈을 썩히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공산주의는 공유단계에 머무르려고 하는 것이다. 왜? 그게 더 효율적이니까. 그러나 입자 단계로 넘어가면 의미가 없다. 입자는 독립한다. 비효율로 반전된다.


    공유되는 교회재산 늘리기보다 독점되는 사유재산 늘리기에 관심이 있다. 자녀라도 태어나면 사유화에 골몰하게 된다. 공유재산이 잘 관리된다는 보장이 없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의 단계는 공유될수록 효율적이고 입자단계는 독점될수록 효율적이다. 사회주의는 교육과 의료 등 질의 단계만 먹힌다.


    원래 교육과 의료 분야는 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젊은이가 공유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인생 전체로 보면 젊은이는 질의 단계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처음 시작될 때는 질의 단계이고 이 단계는 사유화해봤자 얻는 게 없다. 이윤을 분배받기보다 회사를 키우는 게 빠르다. 때로는 열정페이로 가는 게 더 이익이 된다. 


    마광수의 예견이 빗나가고 라즈니쉬의 섹스파티가 망한 이유는 그 시대의 베이비붐이 질의 단계를 성립시켰으나 지금 입자 단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섹스도 사유화되고, 권력도 사유화되고, 자본도 사유화된다. 최근의 페미니즘 운동도 권력의 사유화 경향과 맥락이 통하는 것이다. 가부장의 권력은 공유되는 권력인 거다.


    가장이 승진해서 어깨에 힘을 주면 사모님도 덩달아 신이 난다. 그러나 부유해지면 이 구조는 깨진다. 남편이 승진한 건 남편 사정이고 부인은 부인대로 인생이 있다. 남편의 성공에 묻어가는 전략을 버린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만인이 각자 자기 권력을 챙기려고 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마광수가 틀렸다.


    뭐든 점차 공유에서 사유로 가고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개다. 진보는 노상 공유를 주장하지만 미투운동은 권력의 사유화다. 진보는 국가에서 복지로 베풀기만 하면 된다고 믿는데 돈을 베풀수록 권력은 독점된다. 권력의 사유화 경향을 따른다면 자유주의가 옳다. 이 사이에 균형이 있는 것이다.


    강제로 퇴직금을 당겨쓰지 못하게 하면 분배는 강화된다. 대신 권력의 사유화와 맞지 않다. 이런 모순이 있다. 모순이 있는 게 정상이다. 돈을 공정하게 분배할수록 권력은 독점되고 개인의 권력은 사라진다. 자유주의는 돈의 분배보다 권력의 분배에 민감하다. 돈을 분배할수록 분배하는 공무원들이 권력을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돈도 섹스도 권력도 초기에는 공유하고 다음에는 사유화하는 게 맞다. 이들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 뭐든 공유가 최선이라고 믿는 것이 진보의 병폐다. 공유가 최선인 단계가 있는 것이다. 젊은이는 상대적으로 공유하는 게 이익이다. 그러므로 진보는 당연히 공유라고 믿는다면 틀렸다. 인권의 발달은 권력의 사유화 경향이다.  

    




[레벨:17]눈마

2019.04.30 (22:44:55)

하긴 저도 2019년이 되면, 개인의 인권이 발전해서 섹스도 하나의 소통수단이 되지 않을까했는데,

카메라 도촬과 번복되는 미투들 (진짜 말고)만 반복되고 있군요.


권력의 공유화에서 사유화로. 

프로필 이미지 [레벨:8]kilian

2019.05.01 (04:19:02)

"뭐든 공유가 최선이라고 믿는 것이 진보의 병폐다. 공유가 최선인 단계가 있는 것이다. ~ 사회주의는 교육과 의료 등 질의 단계만 먹힌다."

http://gujoron.com/xe/1085338

프로필 이미지 [레벨:5]챠우

2019.05.02 (17:00:33)

최근 20대들의 특이한 흐름은, 소비재는 공유경제를 표방하면서도, 동시에 회사에는 충성하지 않는 것이거든요.

얼핏 보면 이 두 가지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 젊은 세대들의 권력 재조직화가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봅니다. 공유를 하건 사유를 하건 본질은 권력재창출이라는 거죠.

한편 요즘에 유난히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는 갑자기 한국이 지옥이 됐다기 보다는 이제야 한국인들이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외국을 돌아보면 겉모습에서는 한국이 뒤처지지 않는 걸 느낄 수 있거든요. 근데 시스템은 여전히 전근대적이라 당연히 불만이 생기는 거죠.

저와 같은 꼰대들 입장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맥아리가 빠져보이는게 맞지만, 그건 제 눈에 과거의 관성이 끼어 있는 거고, 90년대생 그들도 사실은 나름의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저녁이 아니라 권력이 있는 삶을 원하는 거죠.

예전처럼 피가 튀는 맛이 없어 시시해진 것은 사실입니다만, 안전한 사회가 도리어 불안전한 것이듯, 한국에도 히피 또라이들이 설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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