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81 vote 0 2019.04.09 (15:00:38)

    
   중력의 이해


    구조론은 세상을 구조로 설명한다. 갈림길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구조다. 어떤 집합에 소속되면서 다른 집합에 소속될 수 없다면 두 집합 중에서 어느 집합에 소속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A씨와 결혼하면서 동시에 B씨와 결혼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공간의 비교로 선택하기 쉽지만 시간의 비교로 판단하기 어렵다.


    어쨌든 로또는 연금으로 받기보다 일시불로 받는게 이익이라고 한다. 복리이자가 있기 때문이다.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주어진 대상 내부에 주목하곤 한다. 밤이나 호도나 잣이나 땅콩이라면 속에 알이 찼는지 쭉정이인지 알아내야 한다. 공간의 사정이다. 그러나 시간의 판단으로 보면 답은 언제라도 바깥에 있다. 


    봄이면 파종하고 가을이면 수확하는 것은 바깥의 날씨가 결정한다. 우주의 근본은 척력이다. 척력은 외부에 대응한다. 인력은 안에서 작동한다. 척력이 먼저다. 척력은 언밸런스고 인력은 밸런스다. 우주의 처음이 언밸런스인 이유는 밸런스여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고유한 활동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그러므로 질서가 없다. 그 움직임을 차단해야 질서가 생긴다. 일정한 조건에서 질서가 차단되어 계가 만들어지고 규칙이 성립한다. 참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질서가 없다. 봄이 되면 한 마리가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팔로워가 생기면서 리트윗을 의식하고 행동이 제약된다. 밸런스를 성립시키려면 계를 정의해야 한다. 


    밸런스가 유라면 언밸런스는 무다. 무에서 유가 비롯된다. 여기서 무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무규정의 상태다. 규정하는 것은 밸런스이며 밸런스는 둘의 경계면에서 축을 성립시킨다. 그리고 일정한 조건에서 축이 후퇴하면 중력이 된다. 축은 다른 축과 연결하여 선의 형태를 이룬다. 축은 이를테면 국경선이다. 


    사람 사이에도 경계선이 있다. 70센티다. 식당에 좌석을 놓는다면 적어도 70센티는 간격을 띄어야 팔꿈치가 닿지 않는다. 누가 70센티 안으로 바싹 다가오면 개인영역을 침범당했다고 여긴다. 물론 연인 사이라면 거리가 좁혀져 0이다. 개인의 경계선은 놓인 의자들 사이에 있고 가족의 경계선은 현관과 문턱 사이에 있다.


    마을의 경계선은 투석전에서 돌이 날아가서 닿는 거리에 있다. 주로 냇가를 경계로 삼아 돌을 던졌다. 휴전선은 비무장지대가 4킬로 거리다. 논하려면 바는 중력은 암흑물질과 같은 희미한 존재들과 연결하여 그냥 수학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원심분리기와 같다. 원심분리기는 회전체의 관성력으로 중력을 만들어낸다. 


    우주공간의 보이지 않는 흔들림이 중력을 생산하고 있다. 흔들어대면 둘의 경계면에서 축이 보다 안정적인 위치로 이동하는데 그것이 중력이다. 신혼부부는 이웃의 시선을 피해 안방으로 이동한다. 외력에 대해 보다 안정적 상태가 된다. 안정에서 불안정으로 갈 수는 없다. 그럴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계의 존재 때문이다.


    말하자면 부부가 이혼하고 싶어도 집이 없어서 이혼하지 못하는 경우와 같다. 따로 살려면 집이 두 채가 되어야 한다. 둘이 짝을 지으면 계가 생기고 계를 깨는 데는 비용이 든다. 반면 불안정에서 안정으로 갈 수는 있다. 불안정은 변화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짝짓지 않은 상태에서 짝지을 수 있다. 비용절감 때문이다.


    부부가 건물 한 채를 공유하면 비용절감이다. 실제로 짝을 짓는지는 확률이 결정한다. 짝지어진 상태에서 짝을 잃으려면 외부에서 추가로 무언가 작용해야 하며 닫힌계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사건이 그 닫힌계를 만든다. 사건은 움직이고 움직이면 버스가 떠난 다음이며 버스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데 결합은 가능하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둘이 결합하여 하나가 될 수는 있다. 헤어질 수는 없다. 달리는 버스에서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당구공이 당구대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 다른 공과 부딪혀 멈출 수 있다. 이는 확률에 달렸다. 반대로 멈춘 당구공이 갑자기 떨어질 수는 없다. 떨어지려면 외부에서 또 다른 당구공이 충돌해야 한다.


    척력은 굴러다니는 당구공이다. 인력은 일정한 조건에서 두 당구공이 접촉하여 멈추는 것이다. 언제나 척력이 인력으로 바뀔 뿐 그 반대는 없다. 우주는 한 방향으로 간다. 물론 외력이 작용하면 언제든지 인력을 척력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또 다른 계를 설정해야 하고 여기에는 비용이 별도로 들어간다.


    일정한 조건 안에서 우주는 언제나 일방향성을 나타낸다. 배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다.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간다. 그러나 함대 전체는 한 방향으로 간다. 동서남북 어디로든 간다. 그러나 태양계 전체는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 방향은 마이너스다. 동물도 무리의 숫자가 많아지면 일제히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슈에

2019.04.10 (07:22:19)

달리는 버스에서 내일 수 없기 때문이다. -> 내릴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4.10 (10:15:02)

감솨 ~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4.11 (00:20:11)

"우주의 근본은 척력이다. 척력은 외부에 대응한다. 인력은 안에서 작동한다. 척력이 먼저다."

http://gujoron.com/xe/1078978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409 사건의 철학 1 김동렬 2019-04-29 1038
4408 부름과 응답 2 김동렬 2019-04-26 1316
4407 지식이란 무엇인가? 1 김동렬 2019-04-25 1406
4406 미학으로 갈아타라 3 김동렬 2019-04-23 1652
4405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 1 김동렬 2019-04-22 1230
4404 물 속에는 물이 없다 1 김동렬 2019-04-21 1175
4403 의미는 천하에 있다 1 김동렬 2019-04-19 1219
4402 언어로 시작하라 1 김동렬 2019-04-17 1345
4401 삶의 의미는? 1 김동렬 2019-04-16 1392
4400 노트르담과 구조론 1 김동렬 2019-04-16 1121
4399 의미 속에 내가 있다 2 김동렬 2019-04-14 1194
4398 나는 내가 아닌 것이 아니다 2 김동렬 2019-04-12 1376
4397 척력은 대칭이다 1 김동렬 2019-04-12 848
4396 마음의 에너지는 무엇인가? 1 김동렬 2019-04-11 1033
4395 소금이 왜 짜냐? 3 김동렬 2019-04-11 1205
4394 인간은 에너지의 동물이다 3 김동렬 2019-04-10 1122
» 중력의 이해 3 김동렬 2019-04-09 1181
4392 블랙홀과 구조론 1 김동렬 2019-04-08 1199
4391 레깅스가 민망하다? 1 김동렬 2019-04-07 1520
4390 지금은 철학할 때다 2 김동렬 2019-04-04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