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136 vote 0 2019.02.22 (16:00:17)

    김구가 옳았다


    학계는 김구를 폄훼하고 있다. 좌파는 김구는 극우로 보고 우파는 김구를 빨갱이로 본다. 정치판 프레임 걸기 놀음에 희생된 것이다. 역사의 인과법칙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조선이 망했다면 그 발단은 통신사를 끊은 정조의 외교고립으로부터 촉발된 것이다. 청에 맞서려면 일본과 교통하여 화약의 재료인 유황을 구해야 한다. 


    일본과 끊겨서 유황이 없으니 청나라에 빌붙어야 한다. 수원 화성은 정조가 청에 사대하기 위해 중국식 벽돌성을 쌓은 것이다. 이후 청이 망하니 조선은 덩달아 망한 것이다. 이미 시스템이 망한 상태에서 힘이 없는 고종황제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온당치 않다. 뭘 해보려 해도 국가 예산이 없었다. 세종이 돌아와도 안 되는 구조다.


    절대권력을 가진 왕이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시스템이 망하면 군주에 의한 개혁보다 시민에 의한 혁명이 낫다. 시민혁명을 부정하는 독재세력은 조작된 성군 박정희와 대비시킬 목적으로 이상군주에 대한 환상을 부추긴다. 나쁜 환경에 잘한 군주는 역사적으로 없다. 훌륭한 군주는 찬스를 살린 거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감안하여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대응을 했느냐로 봐야 한다. 광해군과 정조는 과대평가된 인물이고 선조와 고종은 저평가된 인물이다. 계몽주의 목적을 가진 학계의 프레임 놀이가 역사를 왜곡한다. 이상군주를 숭배하게 할 목적이다. 왕이 아니라 국민이 잘해야 한다.


    김구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중도파도 아니고 정치적 안목을 가지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처신한 인물이다. 김구노선은 2단계 혁명론인데 선 민족혁명 후 사회혁명론이다. 선독립 후민주화라 하겠는데 젊은 좌파들은 그런 복잡한 거 필요 없고 조선 소비에트만 건설하면 원샷에 해결되고 좋잖아 이러고 있었다. 


     그게 말로는 쉽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문제는 김구와 손잡은 장개석의 갑작스런 패전인데 400대의 전투기로 동북에 은신하고 있던 모택동을 때려잡던 장개석군이 김일성의 도움으로 되살아난 팔로군에게 전멸했는데 이게 갑자기 일어난 것이다. 김구는 이후의 정세변화를 꿰뚫고 있었고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 


    냉전은 필수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인데 문제는 미국의 갈지자 행보다. 미국은 장개석을 나치로 보고 그의 멸망을 수수방관했다. 애치슨 라인을 그어 한반도를 통째로 소련에 넘겨주려고 했다. 장개석 군대를 빼 와서 버마의 일본군을 치고 엉뚱하게 인도를 지키려고 했던 미국 군부 일부와의 의견충돌로 일찌감치 외교가 틀어졌다. 


    미국의 오락가락 행보 때문에 갑자기 한반도가 빨갱이 천지가 되었는데 이런 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난 데다 문제는 미국의 이러한 좌향좌 행보에 방해되는 인물이 이승만과 김구였다는 사실이다. 김구는 냉전의 조짐을 읽고 선제대응했는데 그러다가 미국에 밉보인 것이다. 중국이 공산화되자 미국은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것이다.


    한국인들은 이제는 미국도 빨갱이다 하고 소련에 붙었다가 낭패를 본 것이며 그 과정에 냉전의 불을 지르려던 이승만과 김구가 떴는데 당시 한국 안에서는 인기 1위 이승만은 허울 좋은 대통령, 인기 2위 김구는 내각제하에 실세 국무총리, 인기 3위 김일성은 국방부장관 이렇게 되어 있었다. 당시에 유행하던 조각놀이 인기투표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나온 이승만이 인지도를 높인 데다 영어도 잘하고 나이도 많아서 다들 이승만이 대통령 되고, 총리는 김구라고 봤다. 왜냐하면 내각제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승만이 꼼수를 부려 갑자기 대통령제로 틀어버린 거다. 이건 국민들이 예상하지 못한 전개다. 이승만을 대통령 만들어준 사람이 반탁의 김구다.


    김구가 밥상을 차려 이승만에게 바친 셈이다. 이승만은 김구를 살리기 위해 암살음모를 알려줬지만, 김구는 해방 직후 여러 테러사태에 간접책임이 있기 때문에 암살음모를 알고도 '조선팔도에서 나를 쏠 수 있는 자가 누구냐' 하며 경호를 거부했다. 김구 휘하의 세력 일부가 배반해서 이승만에게 붙으려고 선물을 챙겨간 것이다.


    결론 

    1) 김구는 극좌도 극우도 아니지만 누구보다 빨리 냉전을 눈치채고 상황에 맞게 대응한 결과로 좌파 주류 사학계에 극우로 분류되었다. 

    2) 정치 모르는 또라이들이 등신같이 기회주의자 여운형의 되도 않는 남북합작론을 떠들고 있다. 

    3) 이승만의 우세는 당시 국민의 절대적 지지에 의한 것이며 김구가 반탁으로 밥상을 차려준 것이다.

    4) 내각제하에 이승만 대통령, 김구 총리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은 일단 이승만을 지지했다. 

    5) 미국은 해방직후 장개석을 나치로 보고 좌파놀음을 하다가 장개석의 몰락 이후 갑자기 극우로 틀어 한국인을 헷갈리게 했다.

    6) 김구 부하들이 연쇄테러를 저질렀기 때문에 김구는 책임을 느끼고 암살위협에 대비하지 않았다. 

    7) 이승만은 김구를 죽일 의사가 없었으나 국내에 인맥이 없어 충성경쟁을 하는 극단세력의 도발을 막을 힘이 없었다. 

    8) 이승만은 국내에 인맥과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 그를 실권 없는 얼굴마담으로 여기고 지지했다. 


    많은 사람이 이승만을 지지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승만을 늙고 힘없는 만만한 바지사장로 봤기 때문이다. 힘없는 노무현을 혹은 문재인을 허수아비로 세워놓고 내가 휘둘러야지 하고 생각하는 쓰레기들과 같다. 실제로 김영삼이 바보이기 때문에, 이명박이 멍청하기 때문에, 박근혜가 쓰레기이기 때문에 투표한 사람이 많다. 


    반탁의 선봉장 김구는 당시 실세로 힘이 있었고 부하들을 동원하면 언제든 경무대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대포 조준해놨으니 명령만 내리세요. 이런 분위기. 이승만 부하들이 이런 분위기 읽고 움직인 것이 안두희의 암살이다. 당시 김구와 이승만은 상호보완적 존재였다. 다만 한국인들의 총체적인 민주역량이 안 되었다.


    한국인을 헷갈리게 한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소련과 잘 지내려고 하는데 과격파 김구가 훼방을 놓고 노회한 이승만이 뒤에서 코치한다고 봤다. 그러다가 중국이 넘어가자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매카시즘으로 돌변한 건데 김구가 모르고 김일성의 꼬임에 넘어갔다는 식은 박정희들의 거짓 선전이다. 에너지는 급속하게 쏠린다.


    자석의 극이 바뀌듯이 급격한 방향전환이 일어난다. 남북이 손잡고 잘 지내면 되잖아 하는 식은 초딩생각이다. 2차대전에 참여하지 못한 한국인들은 3차대전을 갈망하고 있었다. 한국이 세계사의 중심이 되려고 하니 흥분해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저질러서 불씨를 댕기면 3차대전이 터지겠지 하고 제주도에서 학살을 자행했다. 


    김구는 육이오의 낌새를 읽고 전쟁을 막아보려고 한 것이며 늙고 고립되어 감이 떨어진 이승만은 4.3학살에 여순반란으로 기죽은 데다 아무 생각 없이 잠이나 쳐 자느라 전쟁을 막지 못했다. 밑바닥에 에너지가 고이면 전쟁은 필연이며 중도로 힘을 합치면 되잖아 하는 건 초딩생각이다. 봐야 할 본질은 에너지의 통제가능성이다. 


    노빠들도 제각기 잘났다고 뻗대는 판에 원래 인간들 말 안 듣는다. 미국도 소련의 폭주에 흥분해서 3차대전 터져라 우리는 원자폭탄이 있다 이러고 있던 판이다. 다들 미쳐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모여서 회담한다고 거대한 에너지가 조용히 가라앉겠는가? 그건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맞지 않다. 터질 것은 기어이 터지고 만다.


    틀린 판단 - 김구는 정치감각이 떨어지는 아둔한 사람이라 김일성에게 속고 이승만에게 당했다. 

    바른 판단 - 김구는 냉전으로 치닫는 현실을 냉정하게 읽고 판을 주도했으나 장개석 몰락에 유탄 맞았다.


    소련이 핵을 만들지 않았다면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소련은 1942년부터 핵개발을 시작했고 진작에 핵역량을 갖추었다. 49년에 핵을 실험했고 김일성은 곧바로 움직였다. 냉전시대의 거짓선전 때문에 우리는 소련의 핵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중국의 공산화 여파로 한반도에 전쟁의 불씨가 옮겨붙은 거다.


    역사는 미국과 소련의 대결, 중국의 공산화, 3차대전, 원자폭탄 등의 큰 흐름에서 결정되는 것이며 이미 에너지가 기세를 타면 걷잡을 수 없다. 그냥 모여서 결정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반드시 뒤에서 틀어버리는 자가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결정을 해도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과만 가지고 논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6]cintamani

2019.02.23 (00:33:58)

해방전후의 역사가 한 방에 정리되는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2.23 (03:20:47)

"합리적인 결정을 해도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과만 가지고 논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다."

http://gujoron.com/xe/1065381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81 20대의 분노와 오마이뉴스의 착각 7 김동렬 2019-04-21 3905
1080 로타의 작업에 대해 2 김동렬 2019-04-18 2529
1079 탈덕하라. 팬들이여! 1 김동렬 2019-04-17 2531
1078 밤의 대통령과 윤지오의 싸움 image 3 김동렬 2019-04-15 3309
1077 로버트 할리 딜레마 2 김동렬 2019-04-10 3218
1076 정의당 잡아먹는 민중당 4 김동렬 2019-04-05 3274
1075 잔인한 사월 2 김동렬 2019-04-03 2986
1074 황교안 이낙연 유시민 2 김동렬 2019-04-02 3211
1073 바보들은 자중하자 2 김동렬 2019-03-27 3165
1072 유태인의 선민의식 5 김동렬 2019-03-15 3255
1071 사람을 쉽게 믿는 김정은 5 김동렬 2019-03-12 3214
1070 미세먼지는 중국 탓인가? image 2 김동렬 2019-03-05 3106
1069 우리 안의 문정인들이 잘못했다 1 김동렬 2019-03-04 2194
1068 여자뇌와 남자뇌는 다르다 2 김동렬 2019-03-03 2127
1067 문재인 잘하고 있다 1 김동렬 2019-02-24 2968
» 김구가 옳았다 2 김동렬 2019-02-22 2136
1065 김현철의 개혁보수 타령 1 김동렬 2019-02-17 2119
1064 세계는 엘리트가 지배한다 3 김동렬 2019-02-13 3119
1063 가짜 진보의 멸망징후 2 김동렬 2019-02-10 3100
1062 영국의 멸망징후 image 5 김동렬 2019-02-08 3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