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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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13 vote 0 2019.02.18 (20:24:32)

      
    히키코모리가 되는 이유


    마음은 에너지다. 힘이다. 정신력이라고 한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의해 그 힘이 그냥 생겨나지는 않는다. 힘은 외부에서 온다. 힘을 쓰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외부에서 더 많은 힘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하나는 내부에서 더 예리하게 날을 세우는 것이다. 강한 힘으로 더 세게 쳐도 좋고 예리한 송곳으로 더 뾰족하게 찔러도 좋다.     


    진보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주력하고 보수는 내부에서 에너지를 잘 소비하는 데 주력한다. 살림한다고 할 수 있다. 살림의 미덕은 절약에 있다. 마음의 절약을 미덕으로 친다면 그게 보수주의다. 마음을 절약할 일이 아니다. 쓸 일이 있을 때는 마음 쓰는 게 낫다. 친구에게도 마음을 쓰고 이웃에게도 마음을 쓰자. 돈도 쓰는 사람이 번다.


    우물은 퍼낼수록 고인다. 에너지의 법칙이 그러하다. 마음은 먹는 것이다.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마음을 굶고 마음을 아끼면 바보다. 차라리 마음을 먹고 마음을 쓰는 게 현명하다. 흔히 내려놓아라고 말하고 비우라고 말한다.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기보다 마음을 마차에 싣고 마음을 배달하는 게 낫다. 산타클로스처럼. 


    떡을 돌리듯이 마음을 이웃에게 돌리는 게 낫다. 배터리와 같다. 식물은 볕을 쬐어야 자란다. 마음은 외부와 관계를 맺어야 넉넉히 충전된다. 햇볕을 적게 받고 적게 쓰기보다 많이 받고 많이 쓰는 게 낫다. 외부에서 답을 찾는 것이 진보주의다. 마음의 정답은 외부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끌어와서 내부에서 처리하고 다시 외부로 되돌리는 거다. 


    프로이드는 과거의 학습이나 영아기의 각인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확실히 그렇다. 개는 생후 4개월 전후까지 각인된다. 그 시기의 학습이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소년기가 중요하다. 사람은 유아기억 상실증에 따라 4살 이전 영아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기 때의 일을 전부 기억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송아지는 출생 직후 처음 마주친 대상을 엄마로 믿고 따른다. 개를 엄마로 알고 따르는 오리병아리 이미지는 인터넷에 많다. 각인되는 특정 시기가 있다. 독립할 때다. 동물은 일찍 독립한다. 동물은 젖을 뗄 무렵에 각인이 끝나지만 사람은 15세 이후에 독립한다는 점이 각별하다. 프로이드의 입장은 커다란 마음의 세계에서 작은 한 조각이다. 


    마음을 기계적인 인과관계로 파악하는 프로이드의 태도는 상당 부분 엇나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한정된 자원으로 여기고 마음의 절약을 미덕으로 치는 보수주의 명상가의 태도 역시 한참 엇나간 것이다. 마음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주변으로부터 생성되고 획득되는 것이다. 마음을 마구 빨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스타 연예인이 그러하다. 


    일본의 히키코모리들은 유별나다. 왜 일본만 별난 것인가? 유럽은 히키코모리가 없거나 있어도 숫자가 적다. 왜냐하면 부모가 일찍 독립시키기 때문이다. 혼자 방구석에 처박혀 있다가는 굶어 죽게 되므로 히키코모리가 될 수 없다. 한국도 일본과 문화가 비슷해서 위험하지만 그나마 낫다. 부모가 서른 살을 넘겨서도 자녀를 끼고 살기 때문이다. 


    히키코모리는 16세에서 20세 사이 독립기에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의 청소년은 대학을 다니고 병역을 치르다 보면 이미 서른 살이 넘어서 히키코모리가 될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 사회에 진입하는데 유럽처럼 완전한 독립도 아니고 한국처럼 가족관계가 긴밀한 것도 아니다. 문화차이가 있다.


    20살에 떠들썩한 성년식을 치르고 나면 부모에게도 월세를 내야 하는 게 일본이다. 애매한 반독립의 지점에서 히키코모리가 만들어진다. 사회에 나가기에는 에너지가 약하다. 가족들은 무관심하다. 한국의 집은 거실 중심이고 가족이 모두 식탁 앞에 모이게 강제되어 있다. 일본은 거실을 거치지 않고 친구를 자기 방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구조다. 


    여자친구를 끌어들여도 부모는 모르는 체하는 게 미덕이다. 자녀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환경과의 긴밀함을 잃고 붕 떠버리는 셈이다. 필리핀 영화의 한 장면이 이렇다. 필리핀 사람들은 가족의 일에는 목숨을 걸지만 국가의 일에는 다들 관심이 없어서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부족주의 필리핀 사람은 국가와 긴밀한 관계가 아닌 것이다. 


    일본인도 부족주의가 강해서 한국과 달리 국가와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다. 일본인들은 아베의 폭주에도 모르쇠다. 정치인들은 늘 그러니까 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긴밀하지 않으므로 에너지가 없고 에너지가 없으므로 고립된다. 반대로 일본의 장점은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것인데 히키코모리 입장에서는 그것이 더 고약한 거다. 


    회사인간이 되면 회사와 너무 밀접한 관계가 된다. 대인관계가 안 되는 사람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마쓰리를 비롯하여 떠들썩한 마을행사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또 부담이 된다.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히키코모리가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갔다 오더니 사회화되어 무난하게 적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감옥에서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편하다. 그러나 회사와 지역사회는 애매하다. 눈치가 빨라야 한다. 한국도 그렇지만 눈치보기는 일본이 더 심하다. 예컨대 점잔 빼기 잘하는 교토라면 말을 돌려서 하는 정도가 심하다고. 오사카는 차라리 직설적이라고. 한국인은 불만이 있으면 대놓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중국인은 면전에서 잘 말하지 않는다.


    면을 존중하는 중국 특유의 체면문화 때문이다. 공개장소에서 부하의 잘못을 지적하면 밤중에 칼 들고 쫓아온다는 말도 있다. 따로 불러서 몰래 말해야 한다고. 이는 반대로 공개적으로 멸시를 당하면 그 집단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배척되고 소외되는 거다. 일본인은 에둘러 표현하기 좋아하는데 아스퍼거인은 알아채기가 힘들다. 


     강아지는 생후 4개월 이전에 폭력을 당하면 비뚤어진다. 너무 일찍 서열훈련을 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사람은 어린 시절 폭력을 당하면 나빠진다. 원래 인간은 노예가 잘 안 된다. 어린이를 몽둥이로 때려 마음을 파괴하여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아이티 원주민은 모두 죽었다. 백인들이 부족민을 노예로 만들려 하자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북미 인디언도 노예가 되지 않는다. 그냥 죽는다. 원래 인간은 노예가 안 되는데 특별한 수단을 써서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노예라 해도 지역과 시대에 따라 대접이 다르므로 많은 경우는 말이 노예지 소작인과 비슷한 것이다. 성인 남자를 소작인 정도의 가벼운 노예로 만들 수는 있지만 심한 노예로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물론 방법은 있다.


    이미 노예가 된 사람을 이용해 적절히 기술을 쓰면 성인 남자도 노예화가 가능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어린 시절에 몽둥이와 채찍으로 때려서 마음을 파괴하는 것이다. 매를 맞으면 의사결정능력을 잃어 보수꼴통 노예가 된다. 동료를 얻는 기회를 차단하기다. 평등한 집단의 일원이 될 기회를 차단하여 사회의 에너지를 획득하지 못하도록 한다. 


    노예는 다른 노예의 마음을 얻는 기술을 배우지 못해서 노예가 된다. 노예는 서로 의심하고 분열하고 대립한다. 노예주가 어린 노예의 마음을 파괴하여 그렇게 만든다. 어린 시절에 자아가 규정된다는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시점이 있다. 나와 타자의 경계를 정하는 시점이 있다. 인간은 그것을 자의로 바꿀 수 있으니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사회에 종속된 주변적 존재에서 집단의 대표자로 포지셔닝을 바꾸는 것이다. 서열이 낮은 침팬지 마음에서 두목 침팬지 마음으로 바꾸기다. 그 시기는 소년기라야 한다. 소년 시절에 천하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인류의 대표자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명문대 꼴찌보다 지방대 수석이 낫다. 스티브 잡스가 중퇴한 것이 그러하다.


    명문대 출신은 공부 하나에 매몰되므로 사회의 다양한 면면들과 겪어보지 못하여 자신감을 잃고 퇴행행동을 하는 것이다. 외국인과 접해보고 양아치도 만나 보고 하류층도 겪어보고 이성도 사귀어 보는 게 좋다. 일본에 히키코모리가 많은 이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너무 일찍 사회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소년기에 부모와의 관계가 애매하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질은 균일해야 한다. 입자는 대칭을 지배해야 한다. 균일은 긴밀이다. 불균일하면 금이 간다. 원심분리기처럼 분리된다. 부모와 긴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 상태에서 독립하면 대칭을 지배하지 못한다. 피아구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소년기에 부모와 평등하지 않다. 부모는 높고 자식은 낮으며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한다. 


    이는 질의 불균일이다. 그 상태에서 축이 대칭을 장악하지 못한다. 닫힌계 전체의 힘이 축에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칭은 피아구분이다. 대칭의 장악은 우리편이 상대편을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기지 못한다. 가족을 동원하여 외부의 적을 퇴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쿨한 일본인 가족들은 한국처럼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건물을 공유할 뿐 자녀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며 서로 참견하지 않는다. 적절한 환경과의, 사회와의, 국가와의, 가족과의, 동료와의 관계맺기에 의해 자아는 바르게 설정된다. 그럴 때 에너지를 얻는다. 집단의 힘이 내게 쏠리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확정해야 한다. 우주는, 사회는, 자연은, 국가는, 가족은, 동료는 내편이라야 한다. 


    우주가 아플 때 내가 아파야 한다. 우주가 기쁠 때 내가 기뻐야 한다. 그럴 때 나는 내 이웃의, 동료의, 가족의, 국가의, 우주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동원할 수 있다. 동료를 적대하면 망한다. 아군에게 총질하면 망한다. 히키코모리는 방문을 경계로 삼아 건물을 함께 쓰는 가족들과도 대치상태다. 한국에도 히키코모리와 유사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는 적어도 거실까지는 나오는 게 보통이다. 집안구조가 그래서 어쩔 수 없다. 진정한 히키코모리는 가족이 얼굴을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라야 한다. '히키코모리가 밖으로 나갔어'라는 제목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저자 이와이 히데토의 실제 경험이라고. 양자로 입양되거나 의부나 새엄마와의 관계라도 비슷하다.


    무의식적으로 의부와 자녀 사이에, 양부모와 자녀 사이에 전선이 형성되어 대치상태가 된다. 이는 본능이므로 가볍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양부모가 애정으로 대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각인이다. 사람은 다섯 살 이전에 입양하는 게 좋다. 만 네 살 이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만 년 전 인간의 조상은 잘 입양했던 거다.  


    마음이 괴로운 것은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에서 멀기 때문이다. 의사결정권 상실이다. 소외와 고립이다. 그래서 일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화가 나는 이유는 나보다 약한 존재가 내 앞길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사회가 곧 나라야 한다. 사회의 마음이 내 마음이라야 한다. 마음이 통해야 에너지를 얻는다.


    낯선 사람이 내 앞에서 인상을 쓰고 있다고 치자.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서로 어색하다. 상대방이 화를 내고 있다면 내 마음의 화가 상대방 얼굴에 비친 것이다. 상대방 마음이 내 마음이다. 히키코모리는 남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동료와 마음을 공유하지 못한다. 너와 나 사이에 장벽을 치고 사납게 대치한다. 사회적 기술을 배우지도 못했다.


    타인의 마음을 읽고 집단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회적 기술을 배우는 소년기에 무언가 잘못된 거다. 혹은 원래 성격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자신의 일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 일본의 히키코모리 대책은 잘못이며 차라리 정신질환으로 분류하고 의사를 보내서 상담과 치료를 하는 게 맞다. 최소한의 물리력을 써야 할 수도 있겠다. 


    문밖으로 나오지 않는 개를 산책시킬 때는 강형욱 훈련사도 강제로 안고 나왔다. 히키코모리 개도 있다. 심한 경우는 개집을 10센티도 벗어나지 않는다. 벽을 허물어서라도 물리적인 수단을 써서 밖으로 끌어낸 다음에는 어떻게든 동료를 얻게 해주어야 한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면 된다. 히키코모리들끼리 모여서 동료가 있으면 편해진다. 


    동료가 안 되는 이유는 버겁기 때문이다.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만만해 보여야 동료가 된다. 상대가 나보다 세고 감당하기 버거운 존재이므로 너와 나 사이에 30센티 간격으로 대치하고 히키코모리가 되는 것이다. 군대가 힘든 이유는 신병을 한 명씩 내무반에 투입하기 때문이다.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과 같은 비참한 신세가 된다. 


    이등병은 병장들의 심심풀이를 위한 장난감이 된다. 반드시 만만한 동료가 있어야 한다. 세력이 에너지다. 질은 결합한다고 했다. 평등한 동료와 결합해서 세력을 이루면 해결된다. 병사를 자대에 배치할 때는 다섯 명 정도로 끊어서 동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적어도 세 명은 넘어야 한다. 동기가 둘이면 의견이 대립할 때 중재할 사람이 없다. 


    한 명씩 내무반에 들어가서 만인의 시선을 받게 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그것은 범죄다. 끔찍한 폭력이다. 난폭한 시선으로 사람을 난도질한다.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마음먹은 의도와 계획 때문이 아니라 근본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부족한 이유는 의사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과 적절히 관계를 맺지 못한 때문이다. 


    평등한 동료를 얻어 세력을 이루어야 한다. 혼자 잘났다가는 명문대를 나와도 소외되고 상실하고 고립되어 에너지를 잃는다. 모든 차별은 죄악이다. 에너지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흡수한다. 플라즈마와 같다. 언제라도 환경에 대해 에너지의 우위에 서야 한다. 조율된 악기가 소리를 전하듯이 집단 전체의 마음이 내게 전해질 때 인간은 편안하다.



[레벨:2]가나다

2019.02.19 (07:03:34)

 깨달음은 사회에 종속된 주변적 존재에서 집단의 대표자로 포지셔닝을 바꾸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하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2.19 (09:14:11)

안해도 됩니다.

이곳은 집단의 대표자가 될 사람만 오는 곳입니다.

[레벨:15]오세

2019.02.19 (09:48:12)

학교의 역할은 결국 만만한 '동료'를 만드는 것이로군요. 

도원결의를 연습하고, 세력을 일구는 체험을 하는 곳!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2.19 (14:11:52)

"마음의 정답은 외부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끌어와서 내부에서 처리하고 다시 외부로 되돌리는 거다."

http://gujoron.com/xe/106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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