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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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38 vote 0 2019.01.25 (15:45:25)


    생각을 잘하는 방법


    앞의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보통은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왜? 무엇 때문에? 하고 의문을 품는 것으로 생각을 시작하려고 한다. 틀렸다. 질문으로 시작하면 평생 질문만 하다가 끝나게 된다. 질문과 대답은 대칭된다. 대칭행동이다. 이미 틀어져 버렸다. 의문은 생각의 출발점이 아니다. 약자 포지션에 서면 당연히 약해진다.


    의문은 초딩 포지션이다. 초딩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의문이다. 죽을 때까지 초딩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극복해야 한다. 생각은 에너지를 풀어내는 절차다. 내 안에 가득 들어찬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실타래의 실을 풀어내려면 실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인간은 원래 에너지가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회성이 호르몬을 움직인다. 에너지는 호르몬 반응에서 얻어진다. 호르몬이 반응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실패한다. 어떤 사람이 어렸을 때 먼지가 많은 공간에서 항상 엎드려서 잠들었기 때문에 병이 나서 후각을 잃어버렸다. 혀로 판단하게 되었다. 절대미각을 얻어서 남들보다 요리를 잘하게 되었다.


    에너지란 그런 것이다. 약간의 맛의 차이에 예민한 것이다. 미세한 음정의 차이에 예민한 사람도 있다. 그런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이박사는 예술가지만 설운도와 태진아는 그냥 똥이다. 구태의연한 전통의 표절에 복제다. 왜인가? 이박사는 일본의 최고 기술자와 만나 테크노음악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진보가 있다.


    이박사의 테크노음악은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연결되며 테크노 음악의 족보를 구성한다. 설운도와 태진아는? 그런거 없다. 그냥 옛날거 재탕이다. 족보가 없으면 음악이 아니다. 죽은 것은 음악일 수 없다. 문제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다. 그들은 무대에 선 이박사에게 삿대질하며 반말투로 반응했다. 팬들에게 욕을 먹었다.


    태진아나 설운도라면 선생님이라고 극존칭으로 부르면서 말이다. 왜 그랬을까? 열등의식 때문이다. 트로트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는 콤플렉스다. 그러므로 설운도와 태진아를 선생님으로 높여야 자기들 자존심이 선다. 그런데 이박사가 분위기를 깬다. 이박사 선생님. 좋아. 좋아. 좋아. 원숭이가 나무에 올라가 YMCA.


    이건 아니잖아. 그들이 쓰레기 설운도에게 고개 숙이면서 예술가 이박사에게는 야멸찬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이박사가 트로트 가수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박사는 진짜고 설운도는 가짜다. 일단 음악이 아니다. 예술성이 없다. 미술로 치면 도제식 수업을 한 아카데미 출신 19세기 화가와 같다.


    인상주의 대충그림은 예술이지만 아카데미 출신의 공들인 그림은 예술이 아니다. 왜? 중국 그림공장 아저씨들에게 맡기면 그런 아카데미식 그림은 1만 원에 한 점씩 찍어낸다. 중국 그림공장 대단하다. 멋진 18세기 고전회화를 하루에 만 개도 찍어낼 수 있다. 그것은 그림으로 볼 수가 없는 거다. 정형화되면 시장이 망한다.


    이박사는 왜 진짜인가? 관광버스 안은 비좁다. 비좁은 공간에서 엉덩이를 흔들면 파동이 짧아진다. 리듬박스의 속도가 빨라진다. 이박사의 음악은 관광버스의 진동수에 맞춘 것이다. 이건 과학이다. 그렇다면 정통 트로트는? 625 직후 황폐해진 들에서 떨어지는 낙엽 속도에 맞춘 거다. 그때는 자동차도 없고 비행기도 없었다.


    모든 것이 느렸다. 60년대 그 시대의 속도에 맞춘 것이다. 지금은 세상이 빨라진 만큼 변화된 속도에 맞추어 빨라져야 한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옛날 속도에 머물러 있다면 중간도 못 되고 퇴행이다. 자연스럽게 똥이 된 것이다. 에너지는 관광버스의 흔들림에 몸이 반응하는 즉 흥에서 나온다. 내 안에 흥이 들어차 있다.


    이박사는 흥이 있고 그 흥을 그냥 풀어낸다. 그것이 에너지다. 인상주의 회화도 같다. 색깔에도 흥이 있고 그 흥을 풀어낸다. 모네의 그림은 확실히 색깔에도 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고흐가 성공한 이유는 빛이 부족한 북유럽의 네덜란드에서 빛이 풍부한 프랑스 남부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흥을 찾아서 옮겨온 거다.


    아를은 프랑스 하고도 바다를 면한 남쪽 끝단이다. 태양의 고도가 높다. 한국의 그림들이 우중충한 이유는 황사 가득한 한국 하늘에 음양의 대비가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해바다 습기를 많이 머금는 한국의 자연에는 좋은 빛깔이 없다. 스페인의 빛이 더 명암의 대비가 강렬하다. 이박사는 관광버스라는 도구가 있었다.


    닫힌계가 작동하고 있었다. 고흐는 아를이라는 도구가 있었다. 역시 닫힌계에서 에너지를 쥐어짠다는 패턴은 같다. 음악이든 회화든 소설이든 같다. 그런 공간이 있어야 하고 그런 도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장악하고 통제해야 한다. 소설가라도 마찬가지다. 당신에게 백억 원이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그걸 쓰면 소설이다.


    자신을 땡전 한 푼 없는 거지로 설정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좋은 소설을 쓸 수 없다. 한국의 작가지망생들이 좋은 작품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땡전 한 푼 없기 때문이다. 병원을 무대로 소설을 쓰려면 친구 중에 의사가 한 명쯤 있어줘야 한다. 재판을 소재로 소설을 쓰려면 아는 사람 중에 판사가 하나쯤 있어 줘야 한다.


    우주공간을 무대로 소설을 쓰려면 나사에 근무하는 친구가 있어줘야 한다. 한국 소설가 지망생은 기껏 한다는 짓이 청량리 588에 가서 성매매나 하면서 그 경험으로 뭐 어떻게 안 될까 궁리하는 정도다. 용주골 김성모 수준이다. 그 수준으로 걸작을 쓸 수는 없다.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태연하게 에너지의 장을 지배해야 한다.


    물음표를 찍는 순간 생각은 중단되고 만다. 궁금해하고 의문을 품는 순간 생각은 정지하고 만다.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영원히 모르게 된다. 자동차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그래도 구루마는 타봤잖아. 자전거도 한 번쯤 타봤잖아. 황소라도 타봤으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알겠다고 생각하는 데서 사유는 시작이 된다.


    생각은 이쪽에서의 경험을 저쪽에 덮어씌우는 것이다. 정주영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조선소? 간단해. 물 위에다 철판으로 집을 짓는 거지. 내가 현대건설 사장인데 건설업자니까 집은 지을 줄 알아. 이것이 생각의 방법이다. 집을 지으려면 먼저 터를 다져야 해. 배를 지으려면 도크부터 지어야 한다는 말씀이지. 간단해.


    생각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펼쳐내는 것이다. 모른다면? 계속 모르게 된다. 인간은 이미 알고 태어난다. 그 점에서 동물과 다르다. 에너지는 사회 안에 호르몬으로 작동한다. 거기서 연역하는 것이다. 왜 설운도와 태진아는 안 되는가? 왜 아카데미 출신 화가들은 안 되는가? 그들은 답을 미리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안 된다.


    답은 관객이다. 관객의 기호에 맞추면 대박이 난다. 이렇게 답을 정해놨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관객을 대놓고 무시한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짓을 계속하는데 우연히 관객이 반응해준다. 관객이 반응하지 않으면? 포기한다. 확률게임이다. 작가는 철저하게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이다. 관객의 판단이라는 정답을 정해놓고 그 기준에 맞추려고 하는 사람은 망한다. 반대로 자기 안에 가득한 에너지를 흥으로 풀어내는 사람은 확률적으로 성공한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면 흥을 잘 풀어놓았는데도 관객이 반응하지 않을 수가 있다. 그 경우는 어쩔 수 없다. 시대를 잘 만났다면?


    트렌드와 일치한다면? 반응이 와주는 것이다. 비로소 상호작용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어이 사건이 일어나고야 마는 것이다. 그것이 예술이다. 궁금해하는 사람은 생각을 진행할 수 없다. 질문하는 사람도 생각을 할 수 없다. 전혀 질문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질문이 에너지 부족을 고백한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거다.


    질문과 대답은 대칭되므로 안 된다. 관객과 작가는 대칭되므로 안 된다. 그 대칭을 넘어 비대칭으로 도약해야 한다. 내 안의 에너지와 흥으로 닫힌계를 베풀어 관객을 제압하고 통제해야 한다. 규칙은 내가 결정한다. 보통은 주인공을 약자로 설정하고 관객의 동정을 구하는 것으로 감정이입하여 에너지를 구걸하려고 한다.


    내 안에 에너지를 품으면 다르다. 규칙은 내가 정한다. 여기서 먼저 정해놓은 규칙과 다음에 이어지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가로 관객의 몰입을 구한다. 서부극이라면 10보를 걸은 다음에 쏴야 한다. 그것이 작가의 규칙이다. 사실은 그런거 없다. 서부시대에는 다들 등에 총 맞고 죽었다. 검으로 하는 결투를 흉내낸 거다.


    중요한 것은 일단 규칙은 정해졌고 이후의 전개는 규칙과 연동되어야 하며 과연 순조롭게 연동되는가다.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끌고 가야 한다. 좀비영화라면 역시 규칙이 있다. 진격의 거인처럼 잘 나가다가 설정오류를 일으키면 안 된다. 규칙을 깨뜨리면 재미가 실종이다. 일관되게 규칙을 밀어서 끝장을 봐야만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5]수피아

2019.01.25 (21:52:36)

 "이박사의 음악은 관광버스의 진동수에 맞춘 것이다. 이건 과학이다. 그렇다면 정통 트로트는? 625 직후 황폐해진 들에서 떨어지는 낙엽 속도에 맞춘 거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1.26 (03:16:33)

"관객의 판단이라는 정답을 정해놓고 그 기준에 맞추려고 하는 사람은 망한다. 반대로 자기 안에 가득한 에너지를 으로 풀어내는 사람은 확률적으로 성공한다."

http://gujoron.com/xe/1057021

[레벨:10]sita

2019.01.26 (03:21:51)

예스! 그랬어!
모든게 에너지야!
firm한 선 하나 긋고,
둘, 셋 질주하며 휘몰아 친거야!
초끈으로 화면을 채워버렸어!
끈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 진동한 거야
그 진동이 상호작용 하면서 새로운,
또다른 새로운 형태로 강약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고흐는 멈출수가 없었어
어,,어떻게 된거야? 물을 시간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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