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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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00 vote 0 2019.01.04 (23:17:49)

      
    https://news.v.daum.net/v/20190102044455620 


    N포세대의 개인주의 때문에 젊은이들이 아기를 안 낳는다고? 아니다. 복지를 가족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성세대의 가족주의가 문제다. 말은 그럴듯하나 이 또한 피상적 관찰일 뿐 진실은 아니다. 프레임 들어가면 곤란하다. 개인주의 대 가족주의, 젊은세대와 기성세대의 대결구도로 대칭시킨 프레이밍 작업이다. 


    프레이밍 효과로 논쟁을 이길 수는 있지만 그럴수록 진실과는 멀어지는 법이다. 필자가 맞는 말 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이유가 프레임을 써서 물타기 하고 묻어가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 디테일을 놓치게 된다. 용감하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빙산의 0.917은 더 깊은 곳에 있다. 인간 존재의 본질을 파헤쳐야 한다. 


    저급한 세대전쟁의 프레이밍 놀이에 위화감을 느껴야 한다. 어색하지 않은가? 복지만 하면 여성들이 아기를 숨풍숨풍 잘 낳을까? 돈으로 아기를 사겠다고? 잘 나가는 대졸 전문직 여성도 아기를 둘씩 낳고 셋도 낳고 그럴까? 또 그래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돈이면 다 된다는 사상 위험하다. 


    기성세대 탓이다 젊은세대 탓이다 하고 남탓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그런 식의 발뺌은 진리를 구하는 자세와 멀다. 일부의 진실은 물론 있다. 일단 복지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래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필자가 요즘 강조하는 것은 진정한 본질을 보자는 거다. 깊이 파헤쳐서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한 꺼풀 벗기고 그치면 안 되고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젊은이들이 자식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외롭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의 문제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어야 한다. 인간은 더 외로워져봐야 한다. 행복해져야 한다고? 천만에. 외로워져야 인간 존재의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된다. 불행을 두려워 말자. 


    열다섯 나이에 독립하고 부모와 끊어야 한다. 부모가 있으므로 자식이 필요없다. 가족이 있으므로 추가할 이유가 없다. 고아와 같은 입장이 되어서 천하에 내편이 하나도 없어야 가족의 가치를 알게 된다. 분명히 가족주의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복지를 가족에게 떠넘겼기 때문이 아니다. 애초에 그런 현실의 차원이 아니다. 


    진실은 생존본능의 영역이며 구체적으로는 무의식의 문제이고 호르몬의 문제이다. 뇌에서 아기를 갖지 말라고 속삭인다. 왜? 아기가 필요없기 때문에. 인간은 가족을 필요로 하는 동물이다. 가족이 있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가족이 있다. 가족이 있으므로 가족 숫자를 늘릴 이유가 없다. 봉건시대는 가족의 숫자가 중요했다.


    가족은 생존이었다. 식구가 적으면 이웃들에게 괄시받는다. 농사를 지을 노동력도 부족하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가? 식구가 적다고 괄시받는 일은 없다. 노동력은 부족하지 않다. 식구를 늘리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다. 그런데 왜 아기를 낳지? 아기를 낳을 이유가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아기를 낳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냉정한 진실이다. 가족이 더 해체되고 사회가 개인화 되어야 아기를 낳는다. 의지할 사람이 있으므로 자식이 필요없다. 부모에게 의지하므로 자식에게 의지할 이유가 없다. 인간은 고립되고 혼자되어 의지할 데가 없어야만 무의식 차원에서 아기를 필요로 한다. 복지도 필요하지만 복지는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플러스알파가 아니다. 철학의 문제다.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빈민가의 가난한 흑인이 자녀를 여럿 두는 것은 부모와는 의절된 지 오래고, 남자는 믿을 수 없고 천하에 의지할 대상이라곤 없기 때문에 아기를 낳는 것이다. 성실한 남편을 믿을 수 있고 챙겨주는 부모에게 의지할 수 있는데 아기를 왜 낳아? 


    개인주의의 결핍 때문에 아기를 낳지 않는 것이다. 진실은 그렇다. 방향성의 문제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개인주의로 방향을 잡으면 철저하게 개인주의로 가고 가족주의로 방향을 잡으면 철저하게 가족주의여야 하는데 지금은 어중간한 상태다. 이런 때가 고약한 것이다. 지금은 철학의 과도기 상황이다. 치고 빠지면 된다.


    외로울 때는 가족주의에 기대고 귀찮을 때는 개인주의에 기댄다. 가족주의와 개인주의 양쪽에서 필요한 것만 빼먹는다. 실용적이다. 그러므로 망한다. 개인주의가 좋은게 아니다. 생산력의 증대에 의해 그냥 사회가 그렇게 되는 것이다. 개인주의는 좋아서 선택하는게 아니고 사회의 고도화에 의해 필연적으로 그렇게 된다.


    생활의 단위가 쪼개져서 개인만 남는게 개인주의다. 개인주의는 인간을 고독하게 하고 그러므로 아기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아직 한국인들은 고독하지 않기 때문에 아기를 낳을 이유가 없다. 이 상태로 적어도 두어 세대는 더 흘러야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 아기를 낳을 것이다. 그 동안은 백약이 무효지만 복지는 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6]kilian

2019.01.06 (04:25:57)

"개인주의의 결핍 때문에 아기를 낳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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