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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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24 vote 1 2018.12.06 (16:47:39)

      
    쉬운 엔트로피


    엔트로피라는 난해한 열역학 용어에 현혹될 이유는 없다. 괜히 어렵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다. 머릿속에서의 사고실험으로 충분하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자. 구조론은 쉽다. 사건은 방향을 바꾸는 것이며 방향을 바꾸려면 일단 방향이 있어야 한다.


    방향을 만드는 것은 대칭이다. 대칭은 2로 성립하고 사건은 그 둘에서 하나로 받치고 나머지 하나로 틀어서 방향전환을 일으킨다. 사건의 진행은 2에서 1로 곧 전체에서 부분으로 간다. 받치는 하나를 거기에 남기고 다른 하나를 움직이는데 그 움직이는 것에서 사건은 다음 단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받치는 부분이 진행하는 부분보다 커야 하므로 사건의 범위는 점차 축소된다. 더 작아질 수 없으면 평형을 이루고 사건은 종결된다. 평형상태는 대칭을 조직할 수 없으므로 방향전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방향전환이 일어나려면 닫힌계 바깥에서 에너지가 추가로 유입되어 계의 평형을 깨뜨려야 한다.


    에너지가 새로 투입되면 그것은 다른 사건이다. 하나의 사건은 계 안에서 에너지의 모순에서 촉발되고 남는 에너지를 처리하다가 평형상태에 이르러 종결된다. 사건은 움직이고 움직이면 외부와 연결이 끊어지므로 닫힌계가 성립하고 이후로는 정해진 법칙대로 가므로 사건은 판단의 기준점이 된다.


    이게 어려운가? 쉽잖아. 과학의 역사는 겉보기가 다르다에서 알고 보니 같다로 바뀌는 역사다. 다신교에서 일신교로 바뀌듯이 인간의 진보는 사물의 다름에서 사건의 같음으로 바꾸어 간다. 아인슈타인은 물질과 에너지와 시공간의 같음을 규명했다. 같으면 대상을 통제할 수 있어 인류의 진보가 된다.


    구조론의 탄생은 열역학과 무관하다. 열역학에서 구조론이 나온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같다. 결론이 같다. 에너지의 방향성이야말로 모든 변화를 추적하는 열쇠가 된다. 바둑을 두어도 어떻게 흘러갈지 정치를 해도 어떻게 돌아갈지 장사를 해도 어떻게 진행될지 방향을 알 수 있다면 멋지다.


    사건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하는 것이다. 모든 움직이는 것은 같이 두면 같아져 버린다. 추시계 두 개를 같은 방에 두면 시간이 같아져 버린다. 막대에 추를 여럿 매달아 놓고 일제히 흔들면 처음에는 제각각 흔들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주 같아져 버린다.


    두 사람이 길을 가도 발을 맞춰서 간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보폭이 맞다. 왜? 연동되기 때문이다. 서로 간섭하는 것이다.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토대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군중은 일제히 한 방향으로 몰려간다. 메뚜기떼는 크게 무리를 이루고 날아간다. 좌측통행 혹은 우측통행을 한다.


    기러기가 무리를 이루는 것이 그러하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기러기도 대열을 지으면 더 편하게 갈 수 있다. 자전거부대가 대열을 이루고 가는 것도 편하게 가려고 그러는 것이다. 국도를 가는 자동차도 맨 앞에 가는 차가 불리하므로 뒤차가 앞차를 계속 추월한다.


    앞차는 판단해야 할 것이 많지만 뒤차는 앞차를 보고 눈대중을 하므로 편하게 가면서 앞차를 비웃는다. 앞에 가는 저 자슥은 초보인가? 이러지만 자기도 추월한 다음에는 버벅거린다. 세상은 다양하지만 움직이면 환경의 간섭에 의해 획일화된다.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려버리면 비중대로 줄을 선다.


    물고기는 모두 유선형의 몸매를 하고 있다. 말이든 치타든 잘 달리는 동물은 몸매가 늘씬하다. 뭐든 움직이면 같아진다. 이런 수렴진화 현상은 무수히 관찰된다. A와 B가 반반씩 섞여 있어도 조금 지나면 A만 남는다. 몰아주기다. 숫자가 많을수록 이 경향은 가속화되어 중국처럼 독재정권이 등장한다.


    대략 6으로 받치고 4를 움직인다. 큰 수로 받치고 작은 수를 움직인다. 움직여간 4에서 다시 6 대 4로 쪼갠다. 단계별로 계속 쪼개면 그만큼 자투리 손실이 일어나니 엔트로피 증가다. 반대로 4로 받치고 6을 움직일 수는 없다. 4는 6보다 작기 때문이다. 7 대 3이나 8 대 2로 쪼개면 빨리 끝난다.


    열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것도 같다. 40도의 물과 30도의 물이 있다면 뜨거운 쪽이 차가운 쪽으로 이동한다. 뜨거운 것이 차가운 것을 이기기 때문이다. 강자와 약자를 비좁은 집에 함께 있으면 약자가 밀려 나온다. 약자가 강자를 밀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원심분리기를 돌리면 가벼운 것이 밀려난다.


    가벼운 것이 무거운 것을 밀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추운날 안방에 모여있다면 덩치 큰 사람이 아랫목을 차지하고 왜소한 사람이 윗목에 자리잡는다. 이렇게 정렬해 있는게 통제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면 매번 싸움이 일어나서 피곤해진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점차 서열정리가 되어 막내만 남는 거다.


    앤트로피 증가란 외부개입이 없이 자체적으로 질서를 유지하라고 하면 다들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가장 약한 자만 남는다는 말이다. 힘 있는 자들은 모두 한 자리씩 차지하고 버티고 있으므로 어떻게 해볼 수 없다. 그래서 무질서하다. 이 표현은 오해되곤 한다. 사실은 평형에 도달한 안정상태다.


    1) 전체가 한 방향으로 간다.


    여럿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서로 간의 간섭작용과 공유하는 토대에 의해 연동되어 일제히 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 우리은하의 나선 팔이 한 방향으로 도는 것과 같다. 배가 정지했을 때는 각자 움직이지만 배가 항구를 떠나 움직이면 일제히 같은 리듬을 타게 된다.


    2) 대칭을 이루는 형태로 간다.


    대칭이 방향을 생산할 뿐 아니라 효율적이므로 대칭을 이루지 못하면 사건은 멈춘다. 운동이 지속되려면 최대한 대칭에 가까워야 한다. 정치가 양당제로 수렴되는 것과 같다. 도덕이 선악 이분법인 것과 같다. 하나로 받치고 하나를 움직이므로 대칭이 일을 수월하게 한다.


    3) 전체에서 부분으로 간다.


    전체는 크고 크면 대칭을 조달하기 쉽다. 사건은 닫힌계를 이루어 전체를 도출한 다음 시작된다. 여기서 반을 멈추고 반을 이동시키므로 사건의 범는 1/2로 축소된다. 사건의 각 단계에 1/2씩 빠져나가서 사건의 진행은 점점 범위를 좁히는 형태로 일어나 결국 평형에 이른다.


    4)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사건은 대칭의 성립에 의해 일어나며 사건의 진행은 대칭의 축을 움직여 에너지의 모순을 처리한다. 축이 움직이면 계는 비대칭이 된다. 축이 움직여서 다시 대칭시킬 수 없으므로 자체적으로는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계의 통제불가능성을 무질서도의 증가라고 표현한다.


    5) 사건은 짝수로만 작동한다.


    사건이 일어나는 시작점은 한 지점이어야 하며 그 점을 도출하려면 연동되어야 하고 연동되면 균일해지고 균일한 계가 움직이면 앞과 뒤의 두 방향이 되고 두 방향의 중심에 어느 방향에도 속하지 않는 코어가 발생한다. 코어를 중심으로 둘로 나누어져 짝수로만 의사결정한다.


    6) 수렴진화를 일으킨다


    칸나이 회전이나 해하전투나 전술은 비슷하다. 뭐든 움직이는 것은 토대의 공유에 의해 서로 닮을 수밖에 없다. 생물의 진화도 그러하다. 출발점이 달라도 환경이 같으면 비슷해진다. 움직이는 것은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스포츠카는 대략 생김새가 비슷하다. 에너지가 강할수록 비슷하다.

    


    엔트로피는 구조론의 지극히 작은 일부를 구성할 뿐이지만 처음 좌표를 그리기에 앞서 기준선을 긋는 문제이므로 중요하다. 방향을 분간하려면 먼저 동서남북을 정해야 한다. 왜 지도를 그릴 때는 항상 북쪽이 위로 가는가? 그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대륙이 대략 북반구에 몰려 있으므로.


    나침반을 이용하여 방위를 찾고 북극성을 이용하여 길을 찾듯이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공간이 없고 시간이 없다면 약속을 정할 수 없어 만날 수 없다. 공간과 시간이 있어도 주소가 없고 시계가 없다면 만날 수 없다. 사전에 프로토콜을 맞춰놔야 한다. 엔트로피는 모든 사건의 대략적인 윤곽을 제공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6]kilian

2018.12.07 (03:48:32)

"엔트로피는 모든 사건의 대략적인 윤곽을 제공한다. 출발점이 달라도 환경이 같으면 비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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