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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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96 vote 0 2018.11.23 (13:30:25)

      
    답은 경계선에 있다


    어제 팟캐스트에서 나온 이야기다. 곧 죽어도 답은 그라운드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에너지는 언제나 바깥에서 온다. 이렇게 말하면 헷갈릴 법도 하다. 그러나 구조론은 원래 역설이고 그냥 역설이 아니라 이중의 역설이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 두 번 방향을 틀어야 한다.


    답은 바깥에 있지만 안에서 실현된다. 신무기는 밖에서 들여오지만 그 무기를 훈련하고 사용하는 것은 안에서다. 밖에서 찾은 답을 안으로 들여오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가버리면 곤란하다. 광해군 때 조선군은 비격진천뢰와 조총과 편전을 비롯한 세계 최강의 신무기가 있었다. 


    그 신무기들은 모두 밖에서 들여온 것이다. 밖이 반드시 공간의 외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없던 것이 새로 만들어졌다면 그게 판도 밖에서 들어온 것이다. 그 사용법을 익히는 것은 안에서 해야할 일이다. 그래서 역사의 영웅들은 안과 밖의 경계면에 위치한 예가 많다. 


    나폴레옹은 프랑스인 치고도 하층민이다. 내부의 인물이다. 아니다. 그는 코르시카 출신의 이방인이다. 파리지앵들의 머리 위에 주저없이 대포로 포도탄을 쏴버렸다. 파리시민들을 상대로 대량학살을 자행한 것이다. 왜? 이방인이니까. 프랑스가 남이므로 서슴없이 죽인 거다.


    민중 입장에서 고졸 노무현은 내부인이다. 아니다. 노무현은 엘리트다. 신분이 다른 이방인이다. 민중을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문고리다. 징기스칸은 금나라에 잡혀서 10년간 노예생활을 하면서 금나라의 10진법 편제를 배워온 외부인이다. 카불칸의 후예로 귀족출신이다. 


    그 점이 평민출신 자무카와 다르다. 기록에 따라 다르지만 징기스칸이 금나라에서 백인장 벼슬을 받은 점은 확실하다.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 영웅이 된다. 알렉산더는 그리스와 앙숙인 마케도니아 출신인데 마케도니아는 지금도 국기와 국호로 그리스와 다툰다. 


    알렉산더는 그리스인을 대량학살했을 뿐 아니라 말년에는 페르시아인이 되려고 했다. 영웅들은 대부분 양다리를 걸친 경계인이다. 둘이 역할분담을 할 수도 있다. 레닌은 영국을 끌어들인 외부인이고 스탈린은 외국에 가본 적이 없는 내부인이다. 외부인은 겉돌기 마련이다.


    내부인은 에너지가 없다. 밖으로 나가서 에너지를 획득한 다음에는 안으로 들어와서 내부를 해결해야 한다. 레닌에서 스탈린으로 바꾸고 해외파에서 국내파로 바톤터치가 되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삐꺾거리다가 팀이 붕괴된다. FA 영입으로 프로야구 우승한 사례는 잘 없다.


    FA 영입은 외부의존이다. 지나치게 외부에 의존하면 겉돌다가 망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은 외부로 나가 에너지를 얻어오는 것이고 입자는 내부에서 그 에너지를 쥐어짜내는 것이다. 처음은 당연히 나와바리 내부에서 시작한다. 사람은 원래 국내에서 출생하기 때문이다.


    다음 외부로 나가서 에너지를 얻어와야 한다. 신기술이든 뭐든 외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내부로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두 번 방향을 바꾸게 되는 것이며 이중의 역설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에너지를 얻어왔는데도 외부만 쳐다보며 겉돌게 된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 지도자가 있는데도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가 먹어준다는둥 핀란드의 교육제도가 어떻다는둥 하며 외부만 쳐다보다가 망하는게 진보의 병폐다. 그들은 왜 내부를 바라보지 않는 것일까? 쪽팔려서다. 그들은 엘리트고 신분이 높은데 국내로 눈을 돌리면 신분하락이다.


    독일파인 진중권이 국내파 노무현을 섬긴다는게 말이나 돼? 이런 식이다. 평민출신에 국내파인 자무카는 절대 몽골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신분이 높은 귀족들이 복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족들이 텃세를 부리기 때문이다. 징기스칸은 귀족출신이고 외국물을 먹고 온게 다르다. 

 

    왜 외부에서 오지 않으면 안 되는가? 내부에서 리더를 뽑으면 내부에 계급이 생긴다. 리더와 사적으로 가까운 사람이 있다. 히딩크가 한국인이라면? 히딩크의 후배, 히딩크의 동창생, 히딩크 마피아, 히딩크 지역주의 이런게 나온다. 자동으로 내부에 서열이 생겨나는 것이다. 


    왜 김대중 대통령은 고생을 하는가? 김대중은 국내파다. 김대중의 후배와 친구와 동료와 이웃이 모두 한국에 있다. 그렇다면?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는 식이 된다. 그럼 김영삼은? 경상도는 상대적으로 쪽수가 많아 물타기가 된다. 다수가 소수에 숙일 수 없다.


    노무현은? 형편에 따라 다수파가 되기도 하고 소수파로 몰리기도 한다. 노무현 지지율이 70퍼센트일 때는? 노무현은 서민출신이고 경상도 출신이니 다수파다. 노무현 지지율이 바닥을 길 때는? 어떻게 대졸이 고졸에게 고개를 숙일 수 있나? 이런 논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내파에서 지도자가 나오면 자원의 질이 불균일해진다. 그러나 박항서가 외부에서 베트남에 들어가면? 베트남에 박항서의 후배도 없도 동기도 없고 지역주의도 없다. 베트남 내부의 보이지 않는 계급질서를 흔들어버릴 수가 없다. 박항서 앞에서는 상대적으로 평등한 거다. 


    홍명보가 나는 선배인데 나는 고참인데 해봤자 히딩크가 열외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집단 내부에서는 절대 자기들끼리 질서를 만들지 못한다. 내부개혁은 원래 안 되는 것이다. 리더는 반드시 외부에서 와야 한다. 그래서 영국군은 장교는 귀족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평민 중에서 장교를 선발하면 사병들이 시기하고 질투하느라 군기가 서지 않는다. 나폴레옹이 코르시카에서 온 촌넘인데 장교를 시켜줘봐라 어떻게 되겠는가? 코르시카에서 온 농부가 대뜸 막사로 뛰어들어 레옹형 나야 나라구 옆집에 살던 순돌이. 형! 나도 장교 시켜줄거지? 


    이러고 졸병이 사령관과 맞먹으려 든다. 그래서 조조는 고향친구 허유를 죽인 것이다. 조조는 편한 친구 허유를 좋아했지만 허저를 비롯한 조조의 부하들이 조조와 말 놓는 허유를 보고 억장이 무너져서 눈에 쌍씸지를 켜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군대가 내부에서 무너지고 만다.


    질서를 잡으려면 반드시 외부인이 들어가야 한다. 군대 내에 계급이 생기고 층위가 생기면 간부와 사병은 서로 적이 되어 등을 돌린다. 사병이 입대하면 우리의 주적은 누구지? 주적은 간부입니다. 이렇게 말해야 신고식 면제다. 딜레마가 있는 거다. 하층민의 적은 하층민이다. 


    평민은 평민출신 장교를 질투한다. 쟤가 나보다 나은게 뭐지? 내가 무현이보다 못한게 뭐지? 그러나 그 한계를 극복한 순간 막강해진다. 곽거병은 황제의 조카였다. 평민출신의 병사와는 다른 별종이다. 이 경우 둘 중의 하나다. 나는 귀족인데 왜 천한 사병과 같이 섞여야 하지? 


    이건 망하는 구조다. 그 반대가 되면 막강해진다. 귀족인데도 불구하고 하층민과 한솥밥을 먹고 같은 침대에서 뒹굴면 천하무적이 된다. 곽거병은 황제의 조카라는 신분임에도 사병들과 같이 어울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이게 되어야 하는데 보통은 안 된다.


    질을 세팅하는 단계에서는 반드시 외부에서 뭔가 와야 한다.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면 내부에서 외부로 나갔다가 들어와야 한다. 정 안되면 내부를 쪼개서 외부를 만들어내야 한다. 일본은 자기네들끼리 편을 갈라 싸우다가 강해졌다. 일본열도에 없는 외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일본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조금만 멀어도 외부라고 생각한다. 관동과 관서가 서로 외부라고 여긴다. 조선이 흥하려면 절대로 외국인이 방문해와야 한다. 오지 않으면 조선인이 외부로 나갔다가 들어와야 한다. 주원장의 쇄국주의가 조선에 영향을 미쳐 망한 거다. 


    항해와 무역을 금지시켰다. 바다로 도망친 장사성의 잔당들을 견제하려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어와야 하지만 질이 세팅된 다음에는 철저하게 내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미 팀이 꾸려졌다면 답은 그라운드 안에 있다. 여기서 방향전환이 있는 것이다.


    1) 자연은 가난하고 에너지는 언제나 고갈되어 있으므로 내부에서 저절로 질서가 생기는 일은 절대로 없다.

    2) 에너지는 외부에서 들여오거나 혹은 외부로 나갔다 들어오거나 혹은 내부를 쪼개서 외부를 만들어내야 한다.

    3) 역사상의 위대한 영웅들은 안과 밖의 경계면에 선 경계인이며 그들은 내부인이기도 하고 이방인이기도 했다.

    4) 일단 코어를 결성하고 지도자를 선출한 다음에는 철저하게 내부를 지향하고 내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5)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으며 외부에서 와야 내부의 계급이 사라지고 자원의 질이 균일해진다.


    유비는 황족이므로 당연히 외부인이다. 그러나 돗자리나 짜서 팔아먹고 사는 평민출신이기도 했다.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져야 영웅이 된다. 외부인은 겉돌다가 망하고 내부인은 서로 발목잡다가 망한다. 외부인이지만 팀에 융화되면 막강해진다. 에카테리나 여제가 그랬다.

    

    독일출신이지만 철저하게 러시아인이 되었다. 반면 에카테리나 2세의 남편 표트르 3세는 독일빠였기 때문에 프로이센을 숭배하다가 망했다. 외부에서 와야 하지만 내부인이 되어야 하는데 보통은 나 미국물 먹었는뎅 하고 자존심 내세우며 내부인이 되기를 거부하다가 망한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신분하락이다. 황제의 조카가 상관이면 불쾌하다. 얼굴만 봐도 몸이 굳어지고 긴장하게 된다. 귀족티를 내고 오만하게 굴면 패죽이고 싶어진다. 그러나 반대로 황제의 조카가 웃통을 벗고 병사들과 씨름을 하며 땀냄새를 섞으면? 사병의 신분상승이다.


    이것은 미묘한 것이다. 평민 중에서 지도자가 나오면 평민은 신분하락을 경험한다. 평민이 자기 머리 위로 올라가면 평민보다 낮은 농노신분이 된다. 토요토미 히데오시는 평민출신이으므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받아먹은 정이품 벼슬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 받을 벼슬이 없다.


    그래서 관백이 되었다. 관백은 율령에 없는 야매벼슬인데 전국시대에 실권을 뺏겨 곤란해진 일왕이 실권자에게 주는 별정직이다. 콤플렉스를 벗지 못하고 조선을 침략한 것이다. 그의 별명인 원숭이로 불리는 것이 싫어서 그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신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토요토미 사후 일본은 정통벼슬을 받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넘어가고 말았는데 역시 신분의 한계는 집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왕 정은 여불위의 아들이라는 콤플렉스를 벗기 위해 신이 되고자 했다. 천하를 통일하면 신이 될 수 있다. 무엇인가? 외부로 나가기다.


    에너지는 외부에서 와야 하므로 저 평민출신 원숭이 새끼 죽여버리겠어 하고 뒤에서 수군대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조선에 출병하고 베트남에 선전포고 해야 한다. 그렇게 했다. 마찬가지로 천하통일 정도 해줘야 진왕 정이 우리와는 급이 다른 외부인이구만 하고 인정해준다.


    징기스칸도 한때 노예생활을 했기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나폴레옹도 코르시카 독립운동을 하던 가문을 배반하고 프랑스에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짓을 했기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이 되고자 했다. 외부와 연결해줘야 민중이 좋아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6]kilian

2018.11.23 (14:48:16)

"에너지는 외부에서 들여오거나 혹은 외부로 나갔다 들어오거나 혹은 내부를 쪼개서 외부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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