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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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44 vote 0 2018.11.02 (10:58:17)

      
    에베레스트의 눈


    https://news.v.daum.net/v/20181102003052575?d=y


    전형적인 신문기사는 아니지만 읽을 맛이 나는 글이다. 기자가 문장을 소설처럼 잘 써놨다.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먹을 수 없도록 이곳저곳에 단서를 숨겨놓고 독자가 직접 찾아먹게 하는게 문장가의 기술이다. 심심하신 분은 기사의 댓글을 읽어보셔도 좋겠다.


    기자가 슬쩍 문학적 재치를 부렸더니 네티즌들이 혼란에 빠져 개똥 주워먹은 고양이 얼굴을 하고 있다. 독자들이 선악논리에 빠져서 도대체 어느 놈을 쳐죽이란 말이냐 하고 화를 내고 있다. 저런 쓰레기 네티즌들과 차별화하는데 우리의 자부심이 있는 것이다.


    지식인의 글쓰기는 비판적이어야 한다. 참과 거짓을 가리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다. 필자는 의도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며 그것을 오해하는 분도 많다. 왜 그대는 비판가의 자부심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가? 비판가는 주최측의 심리를 가진다는 점이 각별한 것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비판가가 번다고 비판가는 판을 설계하고 판을 짜고 게임을 운영하고 이득을 취한다. 여러분은 섣불리 링 위에서 솜씨를 자랑하는 선수가 되지 말아야 한다. 선수들의 마음은 엄마의 인정을 받으려고 설쳐대는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다.


    이놈을 때려줄까 저놈을 패죽일까 하고 물어오면 안 된다. 필자가 이 신문기사를 바라보는 태도는 비판가의 마음이며 주최측의 마음이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도 붙이고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다. 상황을 만들어가는 자세다. 필자가 인공지능을 논해도 마찬가지다.


    싸움을 붙이려는 마음이 있는 거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판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부화뇌동하는 무개념 네티즌과는 수준차이가 있어야 한다. 댓글들을 보라. 부끄러운 짓이다. 난 바보걸랑요. 난 멍청이라니깐요. 자기소개를 열심히 하며 수준에 맞게 써달란다.


    그런 자들을 엿먹이며 고고함을 잃지 않는데 우리의 자부심이 있는 것이다. 구조론 사람이라면 쓰레기들과 다르다는 또 달라야 한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잡스도 일론 머스크도 여기서 한 방씩 먹어야 한다.


    네티즌 댓글 추천순으로 20여 개 중에 제대로 갈피를 잡고 쓴 댓글은 한 개뿐이다. 다들 따오기 목을 하고 뭔가 교훈을 찾고 감동을 찾고 찢어죽일 놈을 찾고 편을 가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추한 꼬라지를 봐야 한다. 남편이 에베레스트에서 죽었다. 그렇다면?


    보나마나 무개념 아마추어 등산가가 만류하는 전문가 말을 듣지 않고 고집부려서 무리하게 등산하다가 체력고갈로 뒈져서 민폐를 끼치고 에베레스트를 오염시킨 것이다. 네티즌들은 그 무개념 아마추어 등반가를 조지는 역할을 받고 희희낙락하며 날뛰는 거다.


    그렇다면 부인은 조사하여 남편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본인의 부주의로 죽었는지 체력이 안 되는데 무리한 등정으로 죽었는지 세르파가 등산객을 배반했는지 지나쳐간 다른 등반객이 사고현장을 지나면서 비열하게 모른 체 했는지 내막을 알아봐야 하는 거다.


    결론은 남편이 부주의나 체력고갈이 아니라 고집을 부리지 않고 무리한 등산을 포기하고 하산하던 중에 로프가 끊어져서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죽은 것이며 세르파들은 마땅히 할 일을 했고 세르파 중의 한 사람은 영어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 오해가 있었던 거다.


    인간다움을 잃은 비열함이나 에베레스트에 대한 경외심이 없는 오만함이 있었는지 그 부분에 대한 성찰의 내용을 주입식 서술이 아닌 묘사로 표현하고 있다. 네티즌이 원하는 기사는 당연히 썩을 놈이 체력도 안 되는 주제에 무리하게 등반을 하다가 뒈졌다니깐.


    썩을 놈의 셰르파가 고객을 내팽개치고 도주했다니깐. 혹은 반대로 위대한 세르파가 감동적인 구조를 했다니깐. 지나가든 등산객이 목숨을 걸고 구조에 나섰다니깐. 자 이 장면에서 감동되겠습니다. 손수건 준비하시고. 뭐 이런 흔해빠진 수작이 아니겠는가?


    독자들은 계몽주의식 주입식 서술위주 기사를 원한다. 독자들은 형편없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더러 있다. 구조론사람이라면 그런 수준이하 부류들과 차별화하는 데서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내게 역할을 줘., 나도 낄거야. 어느 넘을 쳐죽이면 되나요?


    이러지 말자는 거다. 품격을 잃지 말자는 거다. 수준이하 독자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기사가 좋은 기사다. 에레베스트는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무리하게 등반하여 정상을 찍는 것보다 제 분수를 알고 상황이 아니면 하산하는 것이 멋진 것이다. 거기에 미학이 있다.


    ###


    작가는 최신 트렌드와 가야 할 방향을 일러줄 의무가 있다. 등정주의든 등로주의든 이념이 있고 방향이 있다. 영웅주의와 계몽주의를 버려야 한다. 독자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무리수를 두게 되는 원인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 거다.


    정상정복에 실패했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영어가 안 되는 세르파 때문에 일부 혼선이 있었지만 이 기사의 등장인물들은 나름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 감동, 교훈, 복수, 심판, 정복 필요없고 합리적인 결정을 했을 때 아름답다. 기자는 그 점을 말하고 있다.


[레벨:6]kilian

2018.11.04 (03:55:41)

"감동, 교훈, 복수, 심판, 정복 필요없고 합리적인 결정을 했을 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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