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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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70 vote 0 2018.10.28 (16:26:34)

      
    의리는 편제에서 나온다


    박중훈이 나온 총잡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소심하게 살던 찌질이 주인공이 화장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외국인과 가방이 바꿔면서 권총을 습득하고 성격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설정은 많다. 그렇다. 총이 있어야 한다. 손에 쥐어지는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막연한 신념, 충성심, 애국심, 정의감 이런 걸로는 이야기가 안 된다. 허황된 관념에 불과하다. 권총이 있어야 한다. 인삼왕 영조가 뜬 것은 중국에 아편환자가 늘면서 고려인삼의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담배왕 정조가 뜬 것은 기호식품인 담배가 일정부분 화폐를 대리했기 때문이다.


    각각 인삼과 담배라는 실물이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남미에서 고추와 감자, 고구마 등 구확작물이 일제히 전래된 덕분이기도 하다. 광개토대왕은 북방 유목민이 일제히 중국으로 이주해서 북방이 텅 비어버린 효과에 이득을 보았다. 그는 운이 좋았던 것이다. 세종대왕의 치세도 마찬가지다.


    세종은 페스트로 중국 화북지대 인구가 급감하여 남쪽의 한족이 오랜만에 북방세력을 이겨본 효과에 편승한 것이었다. 유목민이 약해지자 김종서 최윤덕을 시켜 함경도를 털어먹었다. 페스트라는 실물이 있었다. 그런거 없이 정신적 요소를 강조하면 허당이다. 허황된 관념론에 속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혁명을 한다고 치자. 왕이 고약하니까. 귀족이 사악하니까. 자본가들이 탐욕적이니까. 이런건 개소리다. 자본가들이 고약한게 아니라 법률과 제도가 미비한 것이다. 혁명이 일어나는 이유는 민중이 손에 총을 쥐었기 때문이다. 총을 쥐는게 중요하다. 구체적인 물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


    총은 있는데 화약이 없다. 총은 호신용으로 집집마다 보유하고 있지만 전쟁을 하려면 대량의 화약이 필요하다. 총은 있는데 화약이 부족해서 혁명이 안 되는 것이며 그래서 화약을 보관하고 있던 바스티유를 털어먹은 것이다. 물론 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써먹지 못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총을 알차게 써먹은 사람은 스웨덴의 구스타프 왕이다. 대포를 써먹은 사람은 나폴레옹이다. 이런 것은 대단한 천재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상호작용을 반복하다보면 우연히 인물이 나와주는 것이다. 총이 없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총이 있으면 되든 안되든 일단 전쟁을 해야 한다.


    치고받고 하다보면 우연히 상승장군이 등장한다. 그 사람의 수법을 복제하면 된다. 그때부터는 갑자기 막강해진다. 반대로 그러한 구조가 깨져버리면 위대한 영웅이라도 갑자기 바보가 된다. 제정로마의 혼란기에 전장에서 날고기던 명장들이 로마로 돌아와서 황제가 되자 일제히 바보가 된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일제히 그러하다. 반대로 용장 밑에 있는 부하장수들도 대개 용맹하다. 징기스칸의 부하들이 그러하다. 특별히 엄선된 사람이 아니고 그냥 형제거나 아니면 우연히 들어온 하인이었는데 전쟁터에 보내놓으면 미친듯이 잘 싸운다. 징기스칸은 실력이 아닌 인맥으로 뽑았다.


    그런데도 잘 싸운다. 중국이 축구를 못 하는 이유가 인맥 때문이겠는가? 중국은 차라리 인맥으로 하는게 낫다. 충성, 애국, 효도, 우정, 애정, 도덕, 사랑, 윤리, 정의 이런건 모두 개소리다. 허황된 관념에 불과하다. 굳이 말하자면 평판공격이 되겠다. 대중이 개입하는 장치다. 그런데 약하다.


    언론이 없고 평론가가 없으면 평판공격을 해도 무용지물이다. 진짜는 편제다. 유목민이 강한 이유는 편제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로마가 강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동학군이나 태평천국군이 고전하는 이유는 편제가 없거나 부실하기 때문이다. 민란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의리를 만들어야 한다. 편제를 만들어야 한다. 형제라는 단어가 없으면 형제간의 의리가 없다. 선후배라는 단어가 없으면 선후배간의 의리가 없다. 누가 형이고 아우인지 따지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누가 선배이고 후배인지 따지는 나라도 한국밖에 없다. 일단 그런게 있기는 있어야 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 가족이라는게 없다면? 부족민은 대개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부실하다. 필리핀 남자들은 부인이 임신하면 도망친다는 말이 있다.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가족이 있고 형제가 있고 선후배가 있어야 한다. 다음 평등해야 한다. 조폭집단처럼 일방적이면 편제가 망하는 것이다.
  

    의리가 있다는 것은 일단 가족과 형제와 선후배와 동료와 팀이 있고 다음 그 안에 평등한 의사결정구조와 수직적 의사결정구조가 있는 것이다. 결정할 때는 평등해야 하고 결정한 것을 집행할 때는 서열이 있어야 한다. 그런 수평과 수직의 구조가 없으면 의리가 없고 의리가 없으면 망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9]이상우

2018.10.29 (16:22:41)

https://sports.v.daum.net/v/20181029144049244

밤비노의 저주니 어쩌니 하더니 보스턴팀도 선수단에 활력을 넣는 선수가 있었군요.

평소에 말 잘 안하던 선수가 힘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다니니 큰 자극이 되었겠지요.

보스턴이 강팀이면서도, 위기의 순간에도 될 팀은 되는군요. 

LA다저스는  강팀임은 분명하나 홈런 안터지면 뭔가 꽉 막힌 듯 하고, 뭔가 될거라는 확신이 없어요.

겨우 겨우 위기를 넘겼으나 진짜 강팀 만나니 버티질 못하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8.10.29 (16:57:40)

큰 경기는 다 파악되므로 

은밀히 비밀병기를 키워야 하는데 

과거에 김병현이 그러한 비밀병기 중의 하나였지요.

그래도 털렸지만 노림수는 일단 맞았습니다.

다저스는 비밀병기고 뭐고 작전이 없더군요.

이쪽의 전술을 적에게 다 알려주고 싸우는 바보천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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