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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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65 vote 0 2018.10.12 (22:26:13)

      
    안시성과 구조론


    구조론은 간단히 세상은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이며 그러므로 이거 아니면 저거지 중간은 없다는 거다. 제품도 어중간한 중간제품은 잘 안 팔린다. 자동이면 자동이고 수동이면 수동이지 반자동은 안 된다. 전혀 안 되는건 아니다. 옛날에는 손으로 돌리는 반자동 세탁기가 있기는 했다. 그런 아이디어 제품 원래 안 된다.


    대부분의 실패는 덜 만들어진 중간제품을 완제품이라고 우기다가 망하는 패턴이다.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은 완제품이지만 팜탑이니 뭐니 하며 그 전에 나온 여러 가지 제품들은 삼성의 옴니아처럼 덜 만들어진 중간제품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디어 상품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중간제품이다. 99와 100의 차이가 매우 큰 거다.


    중간은 잘 안 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은 이거 아니면 저거가 된다. 그래서? 예측이 가능하다. 뻔한 길로 가는 것이다. 삼국지 따위 역사소설에 잘 나오는 패턴이 있다. 상책과 중책과 하책이 있습니다. 그런데 적장은 언제나 하책을 선택한다. 중책을 선택해도 되는데 왜 하책을 선택할까? 양자역학 때문이다. 양자는 한 쌍이다. 


    쌍은 디지털이다. 쌍을 짓기가 기술적으로 어렵다. 한신이 정형대전에서 배수진으로 조왕 헐의 20만대군을 깨뜨릴 때다. 광무군 이좌거가 수비를 견고히 하고 별동대를 보내 보급을 끊어 장기전으로 몰고가는 상책을 건의했지만 조왕은 당연하다는듯이 하책을 선택했다. 이좌거를 경계하던 한신은 그 말을 듣고 환호했다.


    비슷한 일은 안시성 싸움에서도 일어났다.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군의 상책은 안시성과 연계하고 말갈병을 풀어 유격전을 펼치며 장기전으로 몰고가는 것이고 중책은 산골로 도주하는 것이고 하책은 평원에서 회전을 벌이는 것이다. 당태종 이세민은 고구려군이 하책으로 나올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고구려는 패했다.


    강조의 30만 대군이 거란군에 궤멸된 것도 같다. 고려의 인구규모를 생각할 때 최대한 끌고나온 셈인데 왜 그런 무리수를 두었을까? 20만은 예비로 돌리고 10만으로 막는 수가 있을 텐데 말이다. 전투는 언제나 예비병력의 운용에서 결판이 나는 법이다. 강조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안철수의 행태를 보면 알 만한 거다. 


    그는 언제나 하책을 쓴다. 실력이 딸려서 상책은 못 쓴다 해도 중책으로 면피하는 길이 있을 텐데 왜 이명박근혜는 언제나 하책으로 몰락하는 것일까? 역사상 무리하게 대군을 이끌고 나왔다가 참패한 예는 무수히 많다. 팽성대전만 해도 그렇다. 왜 유방은 56만 대군을 죄다 끌고 나왔을까? 20만이라도 충분할 텐데 말이다. 


    나폴레옹도 60만 대군을 죄다 긁어갔다가 망했다. 왜 그렇게 했을까? 정예 10만으로도 일단 우세를 점한 다음 예비대를 더 불러오는 방법이 있을 텐데 말이다. 병력이 너무 많으면 통제하기가 어렵다. 보급이 어려워 굶어죽고 얼어죽는다. 자기편끼리 구석에 몰려서 압사당한다. 전쟁귀신들이 그런 멍청한 짓을 왜 하는가? 


    세키가하라 전투를 떠올릴 수 있다. 동군과 서군이 죄다 몰려왔다. 병사들은 자기가 동군 소속인지 서군 소속인지도 모른다. 토요토미 편인지 도쿠가와 편인지도 모른다. 일단 나와서 눈치를 보다가 이기는 편에 붙는 것이다. 있는 군대를 다 끌고 나와야 한다. 만약 출정하지 않으면 이지메 보복을 당할 것이 뻔한 거다. 


    싸움이 있으면 승패가 갈리고 승자는 전리품을 챙겨야 한다. 싸움에 나오지 않으면 영지를 뺏긴다. 그래도 나오지 않으려면? 핑계가 필요하다. 초슈와 사츠마는 대대로 원수지간이다. 초슈가 출동하지 않는다. 너 왜 안 와? 사츠마 애들이 우리의 적군인데 뒤치기를 할 놈이걸랑요. 초슈가 가지 않으면 사츠마도 가지 않는다. 


    이유는 같다. 초슈놈들을 믿을 수 없어서. 초슈와 사츠마가 오지 않으면 주변의 다른 영주들도 가지 않는다. 한 넘이 안 가면 다 안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지 않는 넘은 반드시 죽인다. 무리수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방을 따라온 56만은 싸우려고 온게 아니라 눈치를 보러 온 것이다. 가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나폴레옹도 같다. 60만이 아닌 30만을 끌고 온다면 나머지 30만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보통 100만을 동원하면 30만을 장수에게 주고 왕은 70만으로 뒤를 받친다. 그런데 왕이 직접 출정하면? 뒤에 70만을 남겨둘 수가 없다. 뒤통수 맞지 않으려면 있는 대로 다 끌고 가야 한다. 30만 대군을 끌고간 강조도 이유는 같다.


    목종을 죽이고 쿠데타를 일으킨 판에 총동원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를 남겨두면 그 부대는 백퍼센트 반란군이 된다. 연개소문 역시 15만이라는 대군을 소집할 수밖에 없었다. 연씨가문의 쿠데타에 왕족인 고씨가문이 반발할 것을 알기에 있는 대로 죄다 끌어모은 것이다. 감시하려고. 한신에게 진 조왕 헐도 같다.


    하책을 쓸 수밖에 없다. 진나라에 의해 6국이 토벌되었는데 스스로 조나라 왕으로 선언하고 민중의 신임을 얻으려면 뭔가 행동을 해야 한다. 군대의 7할을 따로 빼서 예비대로 돌리고 뒤를 받치게 하는게 정석이지만 그렇게 했다가 배신을 당할까 두려워서 그렇게 못하는 것이다. 6만으로 3만의 한신을 치는게 정답이다.


    한신의 군대가 의외로 강하면 뒤로 빼놨던 예비대를 적시에 투입해야 한다. 이게 손발이 착착 맞아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손발이 맞을 것 같지 않다. 믿을 수가 없다. 내가 6만으로 피터지게 싸우고 있을 때 14만 가지고 구경만 할 놈들이다. 20만을 다 끌고 가야 한다. 결국 언제나 하책을 쓰게 되어 있다. 구조의 문제인 거다.


    안철수나 이명박근혜도 같은 원리로 언제나 최악의 카드만 선택하게 되어 있다. 고수가 아니므로 상책은 쓰지 못한다. 중책은? 역시 못한다. 자체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을 주도하거나 아니면 끌려가거나. 답은 에너지다. 에너지가 자신에게 있으면 상책이고 상대에게 있으면 하책이다. 중간이 없으니까 중책이 없다.


    이명박이 부하들에게 배신당한 것도 같다. 상책은 의리로 뭉치는 것이다. 도원결의를 하는 것이다. 카리스마를 휘두르는 것이다. 이명박에게 의리가 없고 도원결의가 없고 카리스마가 없으니 상책은 애초에 무리다. 상책은 원래 노무현급 능력자만 쓰는 것이다. 이명박의 중책은 부하들에게 돈을 주고 충성을 사는 것이다.


    가능할까? 천만에. 그것은 무리다. 돈을 챙긴 부하가 맨 먼저 배신한다. 이명박도 돈 챙기고 정주영을 배신한 판에 말이다. 인간은 두 가지를 줄 수 있다. 하나는 의리와 카리스마다. 신분상승이다. 팀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이때 인간은 소속을 잃지 않으려고 충성한다. 배신하지 않는다. 충성심? 애국심? 어휴! 개에게나 줘라. 


    그런 유치한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관우 장비가 충성심이나 애국심 때문에 유비를 따른 것은 아니다. 장난하냐? 초딩이냐? 광신도가 교주에 대한 믿음 때문에 충성하겠냐? 천만의 말씀. 광신도는 교주를 믿는 것이 아니다. 팀 때문이다. 팀에 소속되면 인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팀이 자기 집이고 재산이기 때문이다.


    이게 상책이다. 그런데 팀을 만들기 어렵다. 누가 이명박과 팀이 돼? 이명박 능력으로 팀의 결성은 애초에 무리고 그렇다면 돈인데 돈을 많이 주면 충성할까? 천만에. 돈을 챙기는 즉시 배신한다. 그러므로 되도록 돈을 안줘야 한다. 주되 외상으로 주는 것이다. 준다고 선언하고 안 주는 방법을 써야 충성을 얻을 수 있다. 


    김백준을 위시하여 이명박의 부하는 돈을 못 챙겨서 그동안 충성한 것이다. 그런데 영영 돈을 챙길 가망이 사라지자 배신했다. 중책은 없다. 중간은 없다. 팀플레이를 하든가 아니면 철저하게 굶기고 짓밟든가 둘 중의 하나다. 적당히 잘 안 된다. 우리는 낭만적인 사고에 빠지곤 한다. 착한 노예주가 노예들을 잘 대접하면?


    노예가 충성하지 않을까? 그런 일은 역사에 없다. 모든 노예주는 악하다. 왜? 노예들이 죽어보자고 말을 안 듣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착한 노예주가 되어 노예들을 어루만져줄 생각을 하지만 실패한다. 노예들은 반드시 배반한다. 주인이 약간의 틈만 보이면 찌르고 들어온다. 노예가 나빠서? 아니다.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예와 팀을 이루면? 평등해져 버린다. 그 경우 기어오른다. 카리스마가 없으면 씹힌다. 노예와 평등하면? 유비, 관우, 장비처럼 같은 침대에서 자고 한솥밥을 먹어야 한다. 노예와 한솥밥을 먹다가는 거꾸로 자기가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럴 수는 없으므로 착한 노예주의 선의는 실패한다. 카리스마 있는 노무현은 예외다.


    선으로는 결코 노예를 통제할 수 없다. 왜? 노예제도 자체가 악이니까. 선으로 악을 행한다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이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길만 있다. 평등하게 팀을 이루고 그 팀을 지휘하며 카리스마와 의리를 보이든가 아니면 이명박처럼 철저하게 굶기고 짓밟든가다. 전자의 방법은 대단한 능력자만이 할 수가 있다. 


    이명박근혜나 안철수는 그게 안 된다. 왜 안철수의 부하들은 모두 떠났나? 안철수가 의리를 챙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철수가 지갑을 열어 돈을 내놨으면 잘 되지 않았을까? 천만에. 더 빨리 먹튀한다. 돈을 못 받아서 돈 받으려고 안철수 밑에 붙어있는 것이다. 돈을 안주고 굶겨야만 약간의 충성을 보장받는다. 


    세상은 이거 아니면 저거다. 중책은 없고 상책 아니면 하책이다. 그래서 양자역학적이다. 에너지가 자기에게 있으면 상책을 쓰고 자기에게 없으면 하책을 쓴다. 상책은 팀을 이루고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의리를 지키는 방법인데 고수들만 가능하다. 하책은 철저하게 짓밟고 강제동원하고 의심하고 두들겨 패는 악질방법이다.


    박정희들이 쓰고 연개소문이 쓰고 강조가 쓰고 조왕 헐이 쓰고 안철수가 쓰고 이명박근혜가 쓰는 방법이다. 그러다가 망했다. 하책이 그나마 가능한 방법이므로 하책을 쓰는 것이며 중책을 쓰려고 해도 기술적으로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중책은 연개소문이 주필산 전투에서 안시성의 병력을 빼내 산골로 도주하는 것이다?


    그런데 병력이 따라오지 않는다. 중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뿔뿔이 흩어지고 혼자 고립된다. 그러므로 다 끌고 나올 수밖에 없다. 죽기살기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죽는다. 연개소문이 상책을 썼다면? 장기전을 꾀하고 말갈병을 시켜 유격전을 했다면? 불가능하다. 쿠데타 때문에 동료를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애국심이니 충성심이니 이런 정신적 요소를 들먹이는건 개떡 같은 것이다. 얼어죽을 애국심이냐? 오직 팀으로 싸우지 애국으로 싸우지 않는다. 인간은 동료가 옆에 있을 때만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동료가 있어야 상책을 쓸 수 있다. 안철수의 동료는 없다. 이명박근혜의 동료는 없다. 관우도 없고 장비도 없고 의리도 없다.


    구조의 문제다. 구조는 이거 아니면 저것이고 중간이 없다. 그래서 점차 외통수로 몰리는 것이다. 구조가 견고하면 상책을 쓰고 구조가 무너지면 하책을 쓴다. 에너지가 결정한다. 그러므로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있다. 상대가 팀웍이 견고한지 허술한지를 보면 된다. 팀이 견고한 자는 장기전으로 나와서 적의 진을 뺀다.

    

    팀이 허술한 자는 있는 군대를 다 끌고 나와서 허세를 부리며 도박을 한다. 그러다가 침착한 상대를 만나면 털리고 만다. 인간은 팀의 존재이며 애국의 존재도 아니고 충성의 존재도 아니다. 인간은 언제라도 팀에 충성하지 개인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팀 안에 무엇이 있는가? 역할이 있다. 인간은 역할에 충성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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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6]kilian

2018.10.13 (06:15:41)

인간은 언제라도 팀에 충성하지 개인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팀 안에 무엇이 있는가? 역할이 있다. 인간은 역할에 충성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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